이들 도시 중에는 변화에 잘 대응하는 존재방식으로 활력이 충만한 존재가치를 만들고 있는 도시가 있는 반면, 그러하지 못해 점차 쇠퇴해 가는 도시도 있는데, 우리는 존재가치가 높은 도시를 좋은도시라고 한다. 역사도시에서는 조상이 물려준 역사적 문화적 자산을 존재가치로 활용하기도 하고, 쇠퇴한 공업도시에서는 창조적 매력을 존재가치로 활용하기도 하고 있다.
더구나 지구촌이 1일 생활권이 되고, 지구촌 반대쪽에서 일어난 일을 곧바로 알 수 있는 고속이동사회, 고도정보사회에서는 도시의 존재가치는 더욱 큰 힘을 발휘하게 되는데, 이런도시 중의 하나가 교토이다.
교토는 광주와 비슷한 인구규모를 갖고 있지만, 광주와는 비교가 되지 않는 매년 6000만명 정도의 관광객이 찾는 도시인데, 이 도시가 얼마나 활력적인가 하는 것은 교토역의 웅장함을 보면 알 수 있다. 천년 동안 일본수도였던 이 도시에는 2000여개의 사찰과 신사는 물론, 일본국보의 20%, 중요문화재의14%, 유네스코에 등재된 세계문화유산이 17개이고, 전통적 목조가옥도 2만8000호나 되는 일본최대의 역사도시이다.
그러나 이 도시가 좋은 도시라고 하는 것은 역사적 자산의 풍부함 때문만이 아니고, 사람을 위한 사람의 도시로서의 존재가치가 크기 때문이다. 어쩌면 이것이 교토를 더 교토답게 하고 있고, 관광객을 끌어들이는 새로운 매력이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교토를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은 유럽의 역사도시와는 전혀 달리 역사적 자산이 드러내지 않는 현대적인 도시모습에 실망하기도 한다.
이는 규모나 형태가 비슷한 전통목조의 역사자산이 현대도시에 분산돼 숨어 있듯이 입지하고 있음에 연유한다. 그러나 교토는 한번 내면의 매력에 빠저 들기 시작하면 전혀 질리지 않는 일본특유의 아기자기함과 사람 냄새를 느낄 수 있는 내면이 풍부한 도시이다. 도시문화로서 존재가치를 발휘하고 있는 전통주택지에서는 훼손되지 않은 경관을 볼 수 있고, 전통주택들에서는 일본특유의 아기자기 함을 느낄 수 있는 도시이다.
이는 맹목적인 재개발로 인해 도시형 한옥이 미련없이 사라지고 그 자리에 삭막함만이 있는 우리도시에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울러 주택지 사이를 혈맥처럼 얕게 흐르는 맑은 시냇물에 새들이 노닐고 있는 작은천의 모습도 그러하다. 또 매년 8월의 어느 여름밤이면 시가지를 가로질러 흐르는 가모가와 천에서 시가지를 둘러쌓고 있는 낮은 삼산중턱에서 열리는 횃불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건물높이를 제한하고 있는 도시모습은 물론, 전혀 화장하지 않은 생활장소로서 천의 모습도 좋은 도시의 증거이다. 도시 곳곳에 있는 철학의길 등 수많은 스토리텔링의 장소를 중시하는 것도, 가업으로 이어 받은 라면집 등을 소중한 도시자산으로 여기는 것도, 헤이안코 시대부터 형성된 격자형 도로구조나 골목길을 철저하게 보존하고 있는 것도 교토가 좋은 도시임의 증거이다.
또 자동차가 도시를 지배하는 시대에도 자전거나 보행이 두드러진 존재가치를 갖는 것도, 일본의 3대 마쯔리 중의 하나인 기온 마쯔리를 비롯한 여러 전통축제가 열릴 때면 숙소 구하기가 힘들 정도로 많은 관광객들이 모여드는 것도 좋은 도시의 증거이다.
이처럼 교토는 오랜기간에 걸쳐 형성된 역사 위에 새로운 역사를 형성하면서도 앞서 형성된 역사와 공존하도록 규모나 형태 등도 세심하게 고려한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고 있는 참으로 좋은 도시이다.
이제 우리도시도 더 좋은 도시가 될 수 있도록 도시의 존재방식과 존재 가치에 대한 관점의 변화가 필요하다. 그래야 더 좋은 도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