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시론]3·1운동의 시대정신을 되살릴 순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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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남시론]3·1운동의 시대정신을 되살릴 순 없는가

위인백 (사)한국인권교육원장

3월은 만물이 소생하는 봄의 시작이기도 하지만 우리 역사는 빼앗긴 나라(주권)를 되찾고자 태극기를 흔들며 민족적인 독립운동으로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새로운 역사를 시작한 의미 깊은 달이다.

1919년 3월과 4월 전국방방곡곡에서 일어났던 독립만세운동은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한 쇄국정치의 무능한 위정자와 권문세도가들의 당파로 빼앗긴 나라를 되찾고자 당시 인구 1700만명 중 100만명 이상의 민중이 계층과 이념·종교를 초월한 거국·거족적 독립운동이었다.

선열들은 태극기를 흔들며 한마음으로 ‘대한독립 만세’를 외치며 대동단결했다. 그로부터 98년이 지난 지금 서울 도심에서는 3·1운동정신과는 정반대되는 장면이 펼쳐지면서 태극기를 모욕하고 있으니 안타까운 일이다.

민족이 하나가 돼 외친 3·1독립운동을 시작으로 임시정부를 수립하고 국호를 백성의 나라인 대한민국으로 정했으며, 대한민국은 자주독립국가임을 만천하에 공표함으로써 우리 헌법전문은 임시정부의 법통을 이어 받아 오늘날의 민주공화국에 이르렀음을 명시하고 있는 것이다.

민족정신과 역사의식 없는 박근혜정부가 임시정부의 법통마저 부정하고 헌법을 유린함으로써 탄핵은 이미 예견됐으며, 허잡한 최순실과 국정을 농단함으로써 국민은 격분해 촛불을 들고 있다.

촛불집회는 국치주범들의 단죄만 요구하는 게 아니다. 특권과 반칙 없는 나라, 정의로운 사회를 만들자는 외침으로 1500만명에 이른 촛불광장에서 선열들이 민주국가 건설과 민족해방을 위해서 피땀 흘렸던 3·1운동정신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선열들의 숭고한 뜻을 기리면서 미완의 해방을 위해 국론을 모으고 경건한 마음으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을 되새겨야 할 3·1절이건만 탄핵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최종결정을 며칠 앞두고 국민의 절대다수가 바라는 탄핵을 반대하는 집회에 태극기를 이용하는 것이 가당한 일인가? 거기에 성조기까지 들고 나온 것은 자주독립의 숭고한 3·1정신을 모독한 것이 아닌가. 혼란스럽고 국가의 미래가 우려된다.

작금 한반도는 북한의 핵무장으로 또다시 미국과 중국, 일본과 러시아 등 열강의 이해관계로 우리의 명운이 예측불허인 엄중한 시점에 놓여있는 데 선열들이 그토록 소중하게 지켰던 태극기마저 욕보이면서 부당한 권력에 부화뇌동해서 다시 이승만과 박정희 시대로 되돌리려는 시대착오적인 구호들을 지켜만 봐야 하는가.

헌법을 유린한 박근혜 구하기에 나선 수구세력들이 나라의 상징인 태극기를 흔들었다고 해서 ‘태극기집회’라고 명명하는 것 자체도 옳지 않다. 태극기와 촛불이 서로 다른 이념을 상징하는 것인 양 호도돼서도 안 될 것이다. 국정을 농단한 대통령탄핵을 반대하는 것은 근대적인 민주국가 건설의 출발점이었던 숭고한 3·1운동정신을 모욕하는 것이며, 민주주의를 역행하는 것이다.

정의와 불의에 대한 가치기준도 없이 또다시 등장한 한반도의 위기와 혼돈으로 왜곡된 국론분열의 상황에서 정치인들이 보여준 행태는 어떤가? 여야를 불문하고 국가의 안위는 뒤로한 채 촛불과 태극기를 든 분열된 국민들을 정치 공학적으로 자신의 지지세력으로 만들기 위해 힘쓰는 모습만 보여주고 있는 것이 아닌가.

촛불민의는 어느 개인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서 모여든 것이 아니다. 이게 나라냐고 개탄하면서 적폐를 청산하고 국민이 주인 되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세우기 위해서 긴 겨울 엄동설한에도 끊이지 않고 촛불을 들었던 것이다.

유력한 대권주자들에게 묻고 싶다. 진정으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다면 왜 불의에 부화뇌동하는 저들을 설득하려고 하지 않는가. 살신성인의 정신은 없는가? 자신과 의견이 다른 국민은 도외시하며 국민으로 여기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 TV 등 토론의 장을 마련해 잘못된 편견을 바로잡도록 수구보수 세력을 설득해 정의를 바로 세우고 국론을 모아 작금의 한반도 위기에 대처해야 되지 않겠는가.

3·1운동은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모두가 하나 돼 조국의 해방과 백성이 주인인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든 원동력이었음을 상기하면서 만물이 소생하는 봄을 맞이해 3·1운동의 시대정신을 되살릴 수 있도록 미래지향적인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지혜가 모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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