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초대석] 김홍걸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 "북핵위기 돌파할 대담한 발상의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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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남초대석] 김홍걸 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 "북핵위기 돌파할 대담한 발상의 전환 필요"

"국민의정부 ‘호남정치’ 양성 못한 책임 공감
새 정권 미흡하면 호남이 회초리 들어달라"

고(故)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인 김홍걸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54)은 지난 29일 광남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재인 정부가 호남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생각하느냐고 묻자 “아직 이르지만 고위직 인사부터 호남을 배려하는 것은 잘하고 있다고 본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받아온 차별이 없어졌기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호남 유권자들에게 “적폐 청산과 대개혁을 완수하도록 있도록 성원해 주길 바란다”며 “새 정권이 미흡하거나 나태해지는 모습을 보이면 거침없이 회초리를 들어달라”고 당부했다.





- 왜 정치에 뛰어들었나 ?

△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야당이 분열돼 박근혜 정권 하에서 여당인 새누리당이 압승을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만일 그렇게 되면(새누리당이 압승하면) 수구보수 진영이 장기집권 기틀을 닦아 그렇지 않아도 이명박 정권을 거치면서 훼손된 아버님(고 김대중 대통령)의 업적, 즉 민주주의와 한반도 평화체제 정착을 영원히 돌이킬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위기감이 나를 현실 정치로 이끌었다.

그 무렵 안철수 의원이 어머님(이희호 여사)을 예방한 후 자신을 지지하는 말씀을 했다는 허위 보도가 나왔다. 더구나 안 의원의 신당에 합류한 과거에 아버지를 오래 모셨던 분들까지 아흔이 넘은 어른을 정치적으로 이용당하는 것을 방관하고 있으니 앉아서 참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도리가 아니고, 일종의 구태정치라 생각한다. 그런 잘못된 정치풍토를 바로잡는데 일조하기 위해 나선 것이다.

그분들 가운데 민주당을 떠나 국민의당에 간 인사들이 많다는 것을 가지고 김대중 정신을 계승하는 당은 국민의당이라고 하거나, 젊은 사람들이 기억하거나 알지 못하는 일도 많은데 그분들이 당파적인 이유와 정치적 이익에 따라 행보를 한 것을 김대중 정신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하는 것도 말이 안된다. 동교동계는 이미 옛날에 해체됐다. 고인(고 김 대통령)의 정치 철학과 뜻을 더 이상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 고인께서는 평생 눈앞의 이익보다 대의를 쫓는 정치를 하셨는데 국민의당으로 간 분들 중 그런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는가?



- 북이 중거리급 이상으로 추정되는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앞서 보수 야당은 문재인 정부에 대해 안보불감증, 안보무능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만일 김대중 전 대통령이라면 위기에 처한 남북관계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을까.

△ 우선 보수 야당의 주장은 앞뒤가 안 맞는다. 현 위기는 군사력으로 해결할 수 없고, 전쟁도 불사하지 못한다. 유엔에서도 ‘현실적으로 가능한’ 경제적 제재는 다 시도했다. 압박 카드로 더 쓸 것이 없는데 북한이 물러서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대화와 제재 병행은 순진한 소리”라는 무책임한 주장이나 하고 있다.

안보불감증이라고 하는데, 옛날처럼 북측이 도발하면 국민이 생필품을 사재기하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는다. 국민이 그만큼 성숙하고 차분하게 대응하는 것은 과거보다 나아진 점이다. 정부에서 이것을 과도하게 안보위기로 부풀려 국민을 불안에 떨게 할 일이 아니다. 국제적 분쟁지역이라고 선전한다면 경제에도 큰 악영향이 미칠 텐데 그런 어리석은 짓을 하라는 주장인지 강경론자들은 답해야 할 것이다.

아버님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햇볕정책은 주변 국가들과 우호적 관계를 쌓고 외교력을 발휘해서 주변국들의 협조를 바탕으로 북측과의 협상에서 우리가 주도권을 가지는 것이다. 당시 주변국에 1차 북핵위기 당시 미국에서 특사를 파견하도록 설득하셨던 것처럼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방법으로 문제 해결을 하셨다.

물론 현 상황은 더 위중하기에 방법은 같을 수 없다. 다만 외교를 바탕으로 우리가 앞장서서 끌고 나가야 한다는 점은 같다. 아버님은 과거 냉전시대에 ‘3단계 통일론’, ‘4대국 한반도 안전보장론’ 내놓았다. 정책적 창의성을 바탕으로 대담하게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새로운 흐름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지금 상황에서 (그런 정책적 창의성과 과단성이)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지금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마다 미중, 한중 관계는 악화되고 있으니 그들의 전략에 밀려든 꼴이다. 대담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 햇볕정책을 폄하하는 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 명칭이 ‘정책’이다보니 한 시기 써먹고 버리는 것으로 오해한다. 지난 대선 때 햇볕정책 전도사라고 불리는 분도 햇볕정책을 왜곡하는 말씀을 했고, 어떤 후보는 “20년 지난 정책을 어디까지 계승하느냐가 무엇이 중요하냐”고 무지한 얘기를 하기도 했는데, 정신과 철학을 계승하는 것이 중요하다. 방법은 시대에 따라 바뀔 수 있어도 정신과 철학은 유효하다.

북한에 퍼주기 위해 마련한 정책이 아니다. 아버님께서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겪으신 후 우리의 운명을 강대국들이 좌우하도록 맡겨서는 비극적인 결과가 올 수밖에 없기 때문에 자주적이면서 균형 잡힌 현명한 외교로 주변국과 관계를 우호적으로 끌고 나가면서 협조를 이끌어 내서 평화를 이룬다는 철학이다.

독일이 2차 대전 패배 후 전범국가로서 상당한 제약을 받으면서 동·서독으로 분단됐지만 통일이 불가능해 보였다. 그렇지만 동방정책을 지속적으로 추구해 동구 공산권은 물론 서구 자유진영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왔고, 그렇게 쌓은 신뢰관계를 기반으로 냉전이 끝나고 기회가 왔을 때 신속하게 통일을 이룬 것을 기억해야 한다.



- 문재인 정부가 호남에 대해 잘 하고 있다고 보나?

△ 현재 고위직 인사만 끝났을 뿐이고 하위직 인사 등이 남아 있어 섣불리 평가하긴 아직 이르지만 고위직 인사부터 호남을 배려하는 것은 잘하고 있다고 본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받아온 차별이 없어졌기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이다.

앞으로는 예산과 국책사업 등에서 낙후된 호남을 배려해 균형발전을 꾀하는 것이 남아 있다. 정부가 의지를 갖고 임하는 만큼 국회가 이에 협조해야 할 부분이 많다. 지금까지 어정쩡한 태도를 보였던 국민의당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따라 호남발전은 물론 국가개혁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민이 원하는 개혁을 돕는 정당이 될 것인지 이명박·박근혜 정권의 부역자들과 손을 잡을 것인지 선택을 해야 할 때가 왔다는 뜻이다.



- 국민의정부에서 호남정치를 제대로 키워놓지 못해 호남정치의 맥이 끊어지다시피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 민주당이 잘 하지 못해 국민의당이 탄생했다고 하고,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서 호남정치를 키우지 못했다고 하는 데는 일정 부분 동의한다.

국민의정부 이전에 많은 차별을 받았는데 정권을 잡았을 때 이를 개선하지 못하고 호남편향이라는 비판을 받을까 봐 역차별을 한 점도 있다.

그러나 국민의정부 당시에 소위 실세라는 말을 들었던 호남 인사들이 후진 양성에 소홀했던 것도 사실이다.

국민의당을 만든 분들 가운데는 당시 호남 인재를 양성하지 못한데 대한 책임 있는 분들이 있다. 따라서 그분들은 그런 비판을 하거나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 자신의 정치적 이익만 신경 썼지 후진양성 발굴 키우는 일을 게을리 한 것이다. 토호세력과 결탁해 기득권 지키는 일은 즐기면서 그런 노력을 안했다.

그래놓고 호남에서 여론이 나빠지니까 마치 자기들이 책임질 당사자가 아닌 것처럼 하면서 탈당해서 민주당을 비판하며 정치생명을 연장했다. 이는 박근혜식 ‘유체이탈 화법’과 비슷하다. 남의 일인 것처럼 얘기하는데 그분들이 국민의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실세라고 불릴 때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



- 스스로 호남 정치인이라고 생각하나, 호남에 대한 생각은?

△ 제가 호남에서 태어나거나 살지는 않았지만 호남 정치인이라고 생각한다.

어렸을 적부터 호남 사람들이 아버님에게 보내주신 성원과 애정을 보고 많은 것을 느꼈다. 87년 대선을 앞두고서는 세계 어떤 정치인도 받아보지 못한 사랑을 (호남사람들로부터) 받았다. 모금함에 자신의 결혼반지를 넣는 것을 보고 눈시울이 뜨거워졌었다. 저나 저의 어머님도 그분들의 은혜를 늘 기억해왔다.

저희 세대는 5·18광주민주화운동에 크게 영향을 받았다. 5·18광주민주화운동은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지켜내고 6·10항쟁과 촛불혁명의 토대가 되어 지금의 헌정 질서를 구축하는 계기를 만들어 줬다. 그분들에 희생에 대한 부채의식을 늘 갖고 있다.

이번 대선 때도 보여줬듯이 호남 유권자들은 늘 앞서가는 정치의식을 갖고 있다. 작년에 총선에서 참패한 것도 낙선하신 후보들은 안됐지만 호남사람들이 민주당에 회초리를 든 것은 당연하다고 말해왔다. 회초리 맞았으니 이제 정신 차리면 약이 될 것이다. 호남 유권자들의 깊은 뜻이라고 생각한다.

정치를 하며 호남의 유권자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분들의 뜻이 어디에 있는지 생각하고 늘 마음에 새기고 있다.



- 이희호 여사님 근황은?

△ 어머님은 연세가 96세로 기력이 약해 외부 활동을 잘 못하신다. 정신은 맑으신 편이다. 어머님은 이번에 정권교체가 돼 당신 생전에 아버님의 업적이 다시 복원될 기회를 갖게 된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 호남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이번 대선은 국민이 국정농단을 보다 못해 들고 일어나 우리가 승리할 수 있었다. 정상적으로 12월에 대선이 치러졌다면 아마 승리를 장담하지 못했을 것이다. 국민이 나서주신 덕분이다. 과거에 아버님이 말씀하셨듯이 국민의 수준이 높아져, 정치권보다는 국민이 이끌고 가는 직접 민주주의가 가능해졌다. ‘행동하는 양심’이 나라를 구한 것이다.

호남 유권자들이 앞으로 국가적으로 힘든 과제인 적폐 청산과 대개혁을 완수하도록 있도록 성원해 주길 바란다. 또 새 정권이 미흡하거나 나태해지는 모습을 보이면 거침없이 회초리를 들어달라. 어떤 정치인도 일방적으로 칭찬만 해주면 자만할 수밖에 없다. 부지런하고 현명한 유권자들이 나서서 제3기 민주정권 꼭 성공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



김홍걸은

△ 1963년 출생(고 김대중 대통령 3남)

△ 이화여대사대부속고 졸, 고려대 불어불문학 학사

△ 캘리포니아대학교 대학원 국제정치학 석사

△ 퍼모나대학교 태평양연구소 객원연구원

△ 연세대 김대중도서관 객원교수

△ 2016년 1월 더불어민주당 입당

△ 더불어민주당 국민통합위원장
이성오 기자 solee235@gwangnam.co.kr         이성오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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