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만물이 소생하고 온갖 꽃들이 꽃 대궐을 이루는 아름다운 달이다. 이로 인해 사람들이 활동하기 적당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어 생기가 생성되는 시기이다. 동의보감에도 기가 승하는 계절로 분류하여 병의 치료가 빨라진다고 하였다. 하여 5월에는 가족과 관련된 각종 기념일이 모여 있는 달이기도 하다. 자녀, 부모, 스승, 성년, 부부의 날까지 며칠 건너 이어져 있다. 영유아기에서 노년기까지 생애발달단계에 맞춘 날들을 음미하게 한다.
현대사회에서의 가족이라는 의미와 기능은 전통사회에서의 그것과 비교해 보면 그 기능이 전문기관에 이관되기도 하고 많이 약화 되기도 하였다.
전통사회(농경사회)에서는 가족 내에서 가족경제에 대한 의식주의 생산과 소비가 모두 이루어졌다. 양육과 교육, 휴식과 재생산뿐만 아니라 제례를 중심으로 하는 종교생활까지도 가족 내 대가족이라는 테두리 내에서 이루어졌다. 농경사회가 산업사회, 정보화 사회로 변화하면서 가족의 구조와 가치관의 변화는 가족의 의미와 기능의 변화를 가져왔다.
현대사회에서 가족의 생산기능은 거의 사라지고 소비기능만 남게 되었다. 양육의 기능은 일부만 남게 되고 양육을 전담하는 어린이집과 유치원으로 그 기능이 대체되었다. 교육기능은 교육대상의 연령에 맞춘 전문 공교육기관에서 전담하게 되었다. 일부 밥상머리 교육기능이 잔존하긴 하나 이마저도 식사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종교 활동은 가족 개인의 성향에 따라 종교기관을 선택하여 동일 가족 내에서도 종교가 다른 경우도 있다. 경쟁사회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가장 필요한 가족의 기능은 휴식과 재생산 기능이다. 이 기능의 강화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나 이마저도 세대 간의 갈등, 가족 간의 단절, 소통부재 등으로 그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가족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각종 가족과 관련된 사건 사고의 내막을 들여다보면 해결되지 않은 가족문제에서 그 발단을 찾을 수 있다. 최근 발생한 서울 상도동 ‘장롱 속 모친과 아들의 살인사건’의 범인의 경우에도 70대 노모와 금전문제로 갈등을 빚다가 살인에 이르게 되었단다. 2달 동안 방치된 사체는 아들의 온라인 수업 결석 체크과정에서 교육당국의 고발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며칠 전 각 가정에서는 어떤 형태로든 어버이날을 보냈을 것이다. 어린 자녀들은 자녀들의 재롱을 통해 부모를 기쁘게 하였을 것이고 중장년의 부모를 둔 성장한 자녀들은 여러 형태의 방법으로 부모들을 위로 하였을 것이다. 거동이 불편하거나 연로하셔서 자녀의 손길보다는 전문가에 의존하여 요양병원이나 시설에서 지내시는 부모들은 또 다른 형태의 방법들로 지냈으리라 본다. 금년에는 코로나 19로 인해 방문이 자제되어 자녀들과는 화상통화 등으로 안부를 살피는 형태로 진행되었다고 한다.
가족의 문제는 가족 생애주기별 다양한 양태로 나타난다. 영유아기에는 양육과 관련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하고 청소년기에는 부모-자녀관계의 문제 중 청소년에 대한 부모의 몰이해와 관련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노년기에는 부모부양 부담과 관련된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부모부양의 문제가 가족 갈등의 한 원인으로 등장한 것은 산업화, 도시화, 핵가족화로 인해 돌봄 노동을 대체할 방법의 부재에서 시작되었다고 본다. 부모부양 문제는 사회발전과 정비례하여 10여 년 전에는 극에 달하였다. 현대판 고름장제도라고도 불리기도 한 적이 있는 여행가서 버리기, 학대, 가족 살인 등 우리사회의 핫 이슈인 적이 있었다.
이의 완화를 위해 마련된 장기요양보험제도의 조기 정착으로 문제가 축소되긴 하였지만 부모부양과 관련 가족 갈등문제는 잔존하고 있다. 부모부양문제는 이제 가족의 문제가 아닌 국가, 사회가 공동의 노력으로 극복해야 할 문제로 서서히 변화하고 있다.
통계청 자료인 ‘2019 한국사회조사’에 의하면 부모생활비마련은 10명 중 7명이 ‘부모 스스로 마련하는 편’이라 조사되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10%이상 증가하는 현저한 변화를 가져왔다. 반면 ‘자녀가 마련’은 17.7%로 2009년의 31.4% 보다 13.7% 감소하였다. 아울러 정부·사회단체가 12.4%로 2009년의 8.6%보다 3.8% 증가하였다. 이는 부모의 생활비는 부모스스로 하든지 정부·사회단체가 대신하는 비율이 늘어나고 자녀의 역할 축소로 분석된다. 노부모와 자녀관계의 역할과 관계설정에 대한 변화가 읽혀지는 조사이다.
이를 대비하여 60세 이상 어르신들의 노후준비는 ‘55.3%가 되어있다’는 의견이 있었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8.6% 증가하여 고무적이지만 44.7%의 노후준비 없는 부모의 문제는 가족의 큰 부담으로 작용할 소지가 많다. 이에 대한 사회적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
가족에 대한 의미가 많이 희석되고 개인 중심의 사회로 변화해 가는 과정에서 이번 코로나19는 가족의 중요성을 일깨운 좋은 계기가 된 것 같다. 사회적 거리두기, 자가 격리, 어린이집, 학교 등의 등원, 등교 연기로 가족 간의 결속과 연대가 공고해 졌다고 한다. 가족은 위기상황이 생기면 위기를 조기에 극복하고 위기 이전의 상황으로 회귀하려는 가족의 항상성이 있기 마련이다. 아무리 사회가 변하고 가치관이 변하더라도 사회의 기본단위인 가족제도는 인류가 존재하는 한 영원하리라 본다. 5월 가족의 달을 맞이하면서 가족 간의 관계와 의미를 재해석해 보고 슬기롭고 건강한 가족을 위한 서로의 노력을 해 보심이 어떨지….
아울러 국가나 지역사회에서도 가족의 기능과 역량을 강화하는 제도와 시스템에 관한 방안을 마련하길 바란다.
광남일보 gn@gwangnam.co.kr 광남일보 gn@gwangnam.co.kr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2026.04.04 (토) 0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