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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득염 한국학호남진흥원 2대 원장이 진흥원의 역할과 주요 사업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 최기남 기자 |
-제2대 한국학호남진흥원장에 임명됐다. 소감은.
△설립한 지 3년이 지난 신설기관으로서 초기에 계획하였던 바를 지속적으로 실천하고 향후 안정되고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 줘야 한다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망실돼 가는 기록유산들을 성실히 모으고 보존하며 연구하는 일을 함과 아울러 지역민의 눈높이와 기대에 부응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한국학호남진흥원에 대해 생소한 지역민들이 많다. 소개를 한다면.
△한국학과 호남학이라는 명제가 중첩, 혼재돼 있어 생소하다. 전라도가 태어난 지 1000년이 되는 해인 2018년에 광주시와 전남도가 공동으로 설립해 호남의 역사를 밝히고 알리는 데 힘쓰고자 출범한 학술기관이다. 즉, 호남지역에 풍부한 전통문화자원과 민간기록유산을 모아 보존하고 연구해 한국인의 정체성을 밝히고 호남인의 자존감을 제고하는 과업을 수행하는 기관으로서 소명을 지니고 있다. 구체적으로 하는 일은 호남지역의 한국학 자료를 수집, 정리하고 번역, 해제하며 데이터 베이스 하는 일을 수행한다. 지역의 연구기관이나 타지역의 유사기관과 연대해 과업의 효과를 증대 해야 할 것이다.
-올해로 설립 4년 차다. 그동안의 주요 성과에 대해 말해 달라.
△우선 제일 중요한 호남지역의 한국학 진흥을 위한 기본사업을 성실히 수행했다. 그간 기초자료 2만6500여 점을 수집, 정리해 전문수장시설에 안전하게 보존하고 있다. 또한 고전 문헌 21종 34책을 국역, 편찬했다. 이러한 사업을 중심으로 이뤄진 자료들을 데이터 베이스 구축하는 사업도 중요한 사업 중의 하나다. 고문서, 문집, 일기, 향약과 동계 등의 자료를 DB 구축해 웹서비스를 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추진할 것이다. 전남도와 광주시에서 시책사업으로 요청한 일도 있다. 대표적으로 마한 문헌자료집성과 의병 관련 사업이다. 3·1운동 재판 판결문을 번역 출판했고 문화원들과 지역의 정신문화를 현창 하는 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아울러 한문 번역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육이나 저술, 국역 출판을 지원한 결과가 의미가 크다고 생각 된다.
-올해 주요 사업 추진 계획은 무엇인가.
△우선 고문헌의 소장처를 조사해 목록화하는 작업을 우선할 것이다. 안동에 소재한 한국국학진흥원에는 이미 60만책이 넘었다. 그중에 우리 지역의 것들도 많다고 한다. 전남대에 약 2만5000책이 있다. 전북대, 원광대, 조선대 등에 소장하고 있는 것을 중심으로 장차 이를 연계하는 시스템을 구축할 것이다.
또 다른 과제는 상대적으로 지역성이 나타나는 호남학 과제를 발굴하려고 한다. 이는 ‘기록문화유산의 다양성 제고와 장기적 과업수행을 위한 것이다.
향약과 동계(洞契), 금석문, 호남유배인, 과거시험, 섬과 해양문화, 강과 농경문화, 삼한(三鄕), 마한, 의병, 민속, 누정과 원림, 구산선문(九山禪門) 불교문화, 근현대 공동체문화, 3·1운동과 광주학생운동, 사진 자료, 호남학을 통한 문화콘텐츠개발, AI기반 한문고서 번역, 일상어 아카이브 구축, 전남도지와 광주시사 PDF 변환, 지역신문, 대학신문 자료 모음 등 엄청난 과제가 있다.
-사업 추진에 있어 광주시와 전남도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광주시와 전남도는 지원과 감독을 하는 기관이다. 무엇보다도 우선 필요한 청사건립과 연구원들의 충원에 도움을 주기를 기대한다. 수장공간이 없는 한국학, 호남학진흥원은 진정성이 없다. 건강한 수장환경을 만들어 놓고 문헌기탁을 요청해야 그들의 마음이 움직인다. 또한 진흥원은 연구자들의 창의성이 발현돼야 하는 기관이다. 행정의 엄정함도 중요하게 지켜져야 하지만 연구자들이 자유롭게 맡은 바 일을 성실히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되기를 바란다.
-예산·인력 등 인프라가 열악한 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은 있는가.
△설립된지 3년밖에 되지 않은 기관이라서 모든 것이 많이 부족한 형편이다. 그러나 우선해야 할 일을 성실히 하면서 정부에 요구할 것이다. 지난해에는 국비가 50% 가까이 증액되었다. 타지역의 유사한 기관에 비해 상대적으로 너무나 열악하기 때문에 지원을 많이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또한 국가지원의 근간이 되는 민간기록유산진흥법을 유사기관과 연대해 제정하려고 한다. 한국인의 민족적 우수성을 밝히는 과업에 우리가 최선을 다하면 국가가 도와줄 것으로 믿는다.
-호남지역에 흩어져 있는 기록문화유산을 수집·분류하는 등 연구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데 애로사항은 없나.
△한국학호남진흥원은 ‘호남의 역사유산과 기록문화유산의 체계적 발굴과 정리, 보존, 편찬’을 위한 미션을 지닌다. 이미 많은 자료가 망실되거나 타지역으로 유출됐다. 안타까운 일이다. 우선 기초적으로 우리 지역의 상황을 파악하려고 한다. 도대체 무슨 문헌이 어디에 얼마나 있는지 먼저 알아서 수집을 위해 최대한의 노력을 경주하고 도움을 청하려고 한다.
아울러 이제부터라도 지역과 기관을 방문해 찾고, 안정한 공간에 모으고 정리해 보존함과 아울러 연구를 게을리하지 않아야 한다. 문중을 비롯해 서원과 향교, 문화원 등을 찾아 귀중한 자료를 찾아내고 기탁을 요청하고자 한다. 개인의 공간에 소장하는 것보다 국가가 설립한 공간에 가장 잘 보존할 수 있는 공간에 기탁하는 것이 가장 현명한 길이라는 것을 이해해주시길 당부드린다.
-진흥원을 운영함에 있어 주안점을 두는 것이 있다면.
△지난 기간 동안 해왔던 일은 진흥원의 정체성에 적합한 일이다. 그러나 한국학과 호남학에 대한 인식은 사회환경과 시대상황이 바뀌고 미션의 범역이 넓어지고 있다. 더불어 국민의 일상과 함께 하고, 딱딱하고 어려운 과제를 좀 더 쉽고 재미있는 한국학 관련 콘텐츠로 만들고 싶다. 그래서 젊고 참신한 기획자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모여 검증하고, 이들 중에서 선정된 아젠다를 실행하려고 한다. 결정은 합리적 절차와 타당성을 중하게 여기며 진행할 것이다. 아울러 국내 타 유사기관을 따라가기 보다는 우리만의 고유함이나, 특화하여야 할 내용을 찾아내고 실행해야 우리의 정체성이나 수월성이 확보될 것으로 믿는다.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국학진흥원 등 타 한국학 연구기관과 어떤 차별점을 두려고 하는가.
△두 연구기관은 우리보다 훨씬 먼저 설립됐고 이미 엄청난 인프라를 구축했다.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연구, 교육기관의 성격을 띄고 있고 한국국학진흥원은 한국의 기록문화유산을 수집하고 연구하는 기관으로 성장했다. 물론 우리도 유사한 과업을 지니나 나름의 특성을 찾아내야 한다. 즉 차별성이 있고 수월한 역할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사회환경과 시대 상황이 바뀌고 미션의 범역이 넓어 지면서 진흥원의 정체성에 기반을 둔 고문헌 관련 업무라는 고유한 성격을 유지하면서 또한 새로운 어젠다로 지평을 넓힐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즉, 호남 한국학이라는 범주를 지키면서 다양한 분야별로 구획해 기록문화유산의 체계를 수립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진흥원 원장 재임 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는가
△호남은 늘 한반도의 중심 역할을 해왔다. 호남인에게는 뜨거운 가슴과 매서운 기개가 있기 때문으로 이해한다. 한국 근대사에서 독립과 민주주의를 향한 호남인의 피 끓는 장정은 자랑스러운 역사이다. 호남 한국학 진흥 또한 전통의 회고와 선양을 넘어 청년에게 꿈을 키워주는 미래 한국학으로 한층 도약할 것이라 믿는다. 새로운 가치와 규범이 요구되는 시대를 맞아 호남의 정신과 위상을 높이는 데 한국학호남진흥원이 크게 이바지하도록 더욱 노력하겠다.
우선 고문헌의 수집과 보존이라는 과업을 충실히 진행함과 아울러 진흥원 청사건립, 호남학 지평의 확장, 호남문화 컨텐츠개발, 대중성의 확보 등을 목표로 하고자 한다. 우리 지역 문화의 다양성을 제고하고 주민들의 눈높이에 맞는 일들을 할 것이다. 이를 통한 호남인들의 자존을 세우는 일에 더욱 노력하고자 한다.
-마지막으로 광주·전남 지역민들에게 한 말씀 한다면.
우리의 유산을 보존하며 연구하여 후손에게 물려주는 일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책무이다. 이러한 소명을 추진함에 있어 지역민들의 참여와 도움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여러분이 소장하고 계신 고문헌을 진흥원에 기탁 해주시면 안전하게 보존될 것이며, 이를 연구자료로 삼아 좋은 성과를 도출할 것이다. 이는 선현에 대한 예의이며 공동체의 자존을 지키는 일이다. 우리의 얼이 가득한 소중한 문헌이 잘 보존되고 연구돼 우리의 자산으로 되는 과업에 지역민들의 참여를 간청한다.
이현규 기자 gnnews1@gwangnam.co.kr
<프로필>
△전남 신안(1953년생)
△전남대 대학원 건축공학 석사
△고려대 대학원 건축공학 박사
△전남대 건축학부 교수
△광주전남연구원 영산강연구센터 센터장
△문화체육관광부 아시아문화아카데미 원장
△전통사찰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