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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만 아직 그 누구도 승부를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핵심지지기반인 호남의 선택이 남아 있어서다.
역대 민주당의 대통령 후보는 ‘호남의 간택’을 받아왔다. 노무현은 첫 경선지인 제주에서 3위에 머물렀지만 포항에서 이기고 광주에서 1등을 한 뒤 기호지세를 이어가 민주당 대선후보가 됐다. 문재인도 한동안 ‘반문(반 문재인)정서’에 시달렸지만 호남 문턱이 닳아지도록 찾아와 끝내 호남 민심을 얻었고, 지난 2017년 대선후보 경선을 압승했다.
호남의 ‘절대반지’를 얻는 자가 민주당 후보가 돼 비로소 대권을 쥘 자격을 부여 받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주당의 핵심지지기반으로 타 지역에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기 때문이다.
전체 유권자의 절반이 넘어 선거 때마다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해온 수도권에서도 호남 출신 유권자들의 표심의 영향이 상당하다. 지난 4·7 재보궐선거에서도 전통적으로 민주당 후보에게 표를 던져온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민주당에 등을 돌리고 투표장에 가지 않은 것이 주요한 패인으로 분석됐다.
호남 표심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전략적 투표 성향 때문이다. 전체 유권자 중에 호남 지역민이나 호남 출신의 표의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다. 그렇지만 역대 대선마다 호남 지역민은 모두가 힘을 모아 약속이라도 한 듯이 ‘될 사람’을 밀어줬고, 이는 선거구도에 상당한 영향을 미쳐왔다.
아마도 지난 1990년 3당 합당으로 정치적 고립을 경험한 뒤부터 이런 전략적 성향이 뿌리내린 것으로 보인다. 당시 노태우와 김영삼, 김종필은 당시 구국의 결단이라며 합당을 추진해 호남을 정치적으로 소외시켰다.
호남은 이번에 누굴 택할까. 여론조사 추세로는 어느 누구에게 기울었다고 보기는 어렵다.
무등일보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지난 6일부터 7일까지 광주·전남 만 18세 이상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광주·전남지역 3차 정치 및 현안 여론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에서 ‘차기 대통령 적합도’(다자대결)를 묻는 질문에 이 지사가 40.7%, 이어 이 전 대표가 30.4%를 차지했다. 지지율 차이는 오차 범위 밖인 10.3%p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관위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하지만 이는 이 전 대표가 지난 8일 국회의원직 사퇴를 선언하고 배수의 진을 치기 전 상황이다.
역대 대선에서 호남의 선택 기준은 ‘누가 정권교체를 이룰 적임자인가’였다. 이인제보다는 노무현을, 안철수보다는 문재인을 택했던 이유이다.
그런데 노무현과 문재인이 선택된 배경을 들여다보면 공통점이 있다. 호남과의 사전에 맺은 끈끈한 연대의 고리이다. 노무현은 염동연을 통해, 문재인은 이개호를 비롯한 호남 민주당 세력과 결합했다.
2002년 호남 표심은 고 김대중 대통령의 뒤를 이어 민주정권을 재창출할 후보로 노무현을 낙점했다. 이어 보수정당에게 정권을 빼앗긴 지 9년 만에 열린 지난 2017년 대선에서 호남은 문재인을 택했다. 노무현과 문재인은 대통령이 된 뒤 국책 사업은 물론이고 인사 때마다 호남 출신을 배려하며 동지적 관계를 이어갔다.
그렇다면 민주당 대선후보들 가운데 선두권인 이 지사와 이 전 대표는 과연 호남과 어떤 연대의 끈을 갖고 있는가. 이재명과 이낙연에게는 그처럼 확실한 연결 고리를 찾기 힘들다
아직 호남과의 연대는 확정되지 않았다. 어느 후보도 지역민과 확실한 연결고리를 만들었다고는 볼 수 없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다. 호남과 동지 관계를 맺고 호남이라는 채무를 기꺼이 짊어질 후보가 절대반지를 품에 안을 것이다.
민주당 대선후보의 지지를 호소하는 각 캠프의 ‘반지 원정대’들이 추석을 앞두고 호남을 찾는다. 호남은 과연 누구 손을 들어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