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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에 대한 기대는 없었다. 그저 역사적인 첫 출발이라는 것에만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신생팀 AI페퍼스는 모두를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팀 창단 5개월 만에 열리는 ‘준비 덜 된’ 경기였지만 빠른 발놀림과 반응 속도로 팽팽한 랠리를 이어가는 등 탄탄한 경기력을 뽐냈다. 전력의 열세 속에서도 젊은 패기와 열정을 앞세워 매섭고 화끈한 공격력으로 상대를 압박했다. 그리고 역사적인 1세트를 따냈다.
세트스코어 1-3(25-16, 20-25, 21-25, 17-25), 비록 경기에서는 졌지만 ‘최약체’라는 평가가 무색할 만큼 겁 없는 막내구단의 만만치 않은 패기를 보여줬다.
# 2전 2패
두 번째는 주춤했다. 상대가 지난 시즌뿐만 아니라 KOVO컵과 챔피언 결정전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여자배구 역사상 첫 ‘트레블’을 달성한 리그 최강팀이어서인지 전력의 열세를 면치 못했다.
사실상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이었지만 상대와 맞불을 놓으며 전력을 다하는 모습으로 또다시 가능성을 보여줬다. 앞으로 훈련과 경기를 통해 실력을 쌓는다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세트스코어 0-3(19-25, 13-25, 16-25). 경기에서는 졌지만 기세는 꺾이지 않았다. 신생팀다운 열정과 패기로 맞서며 상대를 압박하는 등 막내 팀으로서 ‘매운맛’을 보여줬다.
# 3전 3패
첫 원정길. 또다시 뒷심 부족의 약점을 노출했다. 부상 선수가 나오고 연습량이 절대적으로 적은 탓에 많은 부담을 안고 경기에 임했다. 도전자 정신으로 맞섰다.
1세트는 도로공사가 기선을 제압했지만, 1세트와 2세트 모두 동점을 만드는 등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그러나 경기 막판 서브 범실에 공격 범실이 이어지며 허망하게 무너졌다.
세트스코어 0-3(21-25, 19-25, 19-25). 또다시 완패를 당했지만 내용은 나쁘지 않았다. 끈질기게 상대를 물고 늘어지면서 첫승에 대한 기대감을 갖기에 충분했다.
# 스타 탄생 예고
세 번의 경기에서 ‘외국인 전체 1순위’로 영입된 엘리자벳 이네 바르가가 날선 경기력으로 주목받고 있다. 강력한 스파이크와 서브에이스, 192㎝의 높은 신장을 이용한 블로킹 등 ‘영양 만점’ 활약으로 광주 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지난 19일 열린 홈 개막전에서는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22득점을 올렸다. 이후에도 그의 경기력은 거침없었다. 22일 열린 두 번째 경기에서도 고공스파이크를 포함해 블로킹까지 성공시키면서 총 19득점을 얻어냈다. 29일 열린 경기에서도 팀 내 최다득점인 17점(공격성공률 51.6%)을 기록했다.
강력한 오픈 공격을 포함해 손목을 틀어 타이밍을 뺏는 등 다양한 엘리자벳의 경기력은 비디오 분석을 통해 공격 코스 등을 미리 대비한 상대의 맞춤형 수비가 무기력할 정도였다.
# n전 1승
AI페퍼스는 10년 만에 창단된 여자프로배구 7구단으로, 호남권 최초의 광주 연고 여자프로배구단이다. 지난 2006년 광주신세계백화점을 모기업으로 하는 여자프로농구팀 ‘신세계 쿨캣’ 이후 15년 만에 광주에 나타난 실내 프로스포츠 팀이다.
AI페퍼스의 창단은 이런 역사적인 의미와 함께 광주시민에게 4계절 프로스포츠를 직관할 수 있는 선물을 주었고, 더 나아가 한국 배구와 프로리그 발전의 자양분이 될 것임에 틀림이 없다.
최하위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 AI페퍼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챌린지 다크호스’가 될 가능성이 엿보인다. 2년여의 사회적 거리두기를 뒤로하고 성큼 다가온 ‘위드코로나’와 함께 창단 첫승의 기쁜 소식이 들려오길 기대한다. 그리고 보물과도 같은 신생팀 AI페퍼스가 빛고을 광주와 오랫동안 동행할 수 있도록 광주시민의 관심과 사랑이 이어지길 바란다.
김인수 기자 joinus@gwangnam.co.kr 김인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