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 ‘3번째 고립’ 현실화되나
검색 입력폼
본사칼럼

호남 ‘3번째 고립’ 현실화되나

이성오 서울취재팀장

[데스크칼럼] 대선을 2개월여 앞두고 유력 후보들의 ‘가족 리스크’가 정국을 강타하고 있다.

배우자의 허위이력 논란과 아들의 불법도박 의혹이 불거졌고 후보들은 국민 앞에 머리를 숙였다. 여야는 ‘개사과 시즌2’, ‘꼬리자르기식 선제적 사과’라고 서로를 깎아내리며 ‘우리 쪽보다 상대편 의혹이 더 큰 문제’라고 날을 세우고 있다. 그야말로 진흙탕 싸움이다.

대선 여론조사 지지율은 여전히 오차범위 내 접전 양상이다. 최근 뒤지고 있던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골든크로스(지지율 교차)’에 성공한 조사도 있지만,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가 간발의 차로 앞서 있다는 조사도 나왔다.

가족 리스크가 앞으로 여론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가 변수다. 다만 추가로 큰 건이 터지지 않으면 연말연시는 혼조세를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캐스팅보트를 쥔 중도층의 고민은 더 깊어졌다. 유권자들이 볼 때 당장 이 후보와 윤 후보 중 누가 도덕적으로 더 나은지를 판단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지역별로 보면 호남은 이 후보가 강세이지만 수도권을 제외한 나머지 지역은 윤 후보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수도권도 그동안은 서울은 윤 후보가 우세하고 경기는 접전 양상이었지만 지난 주말부터 흐름이 다소 바뀌었다. 이 후보의 추격이 성과를 내면서 서울과 경기가 혼전 양상으로 변화된 것이다.

이번 대선은 여론의 바로미터이자 유권자 수가 절반이 넘는 ‘수도권의 승부’가 향방을 가를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 수도권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지난 2018년 지방선거와 지난 2020년 총선에서는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압승하며 지방권력과 중앙권력을 장악했다. 하지만 불과 1년 뒤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국민의힘에게 참패했다.

여당 측에서 보면 무능과 ‘내로남불’ 등에 기인한 것도 있지만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사태 영향도 상당하다. 지난 총선에서는 코로나 상황에 잘 대처한 여당에 점수를 후하게 줬지만, 손실보상을 제대로 받지 못한 소상공인의 불만이 커지는 등 여당에겐 악재가 쌓여있다.

코로나 상황은 대선에 이어 치러질 지방선거 분위기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특히 현직 단체장들은 흠결로 여길만한 작은 의혹이라도 불거지면 각종 여론조사에서 ‘프리미엄’을 기대하기 어려운 구도가 나타나고 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오미크론’이 덮치면서 방역 상황이 악화하고 있다. 거리두기가 다시 강화되고 기대했던 일상 회복이 멀어지는 실정이다.

여당으로서는 딱히 크게 반전할 카드가 안 보인다. 후보 부인 검증카드를 들어 네거티브 공세를 취하고 있지만 야당도 아들 의혹으로 맞불을 놓아 얼마나 효과를 낼지 장담하기 어려워 보인다.

만일 윤 후보가 수도권에서 이전까지 보여온 우세를 다시 회복해 이를 선거일까지 굳히게 된다면 국민의힘이 대권을 거머쥐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호남은 다시 섬이 돼 ‘정치적 고립’을 면치 못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1990년 3당 합당, 지난 2008년 제18대 총선에 이어 호남만이 민주당 우세지역으로 남는 3번째 고립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정권교체 여론이 높은데 그런 결과로 이어진다면 호남은 고립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지난 7일 국민의힘에 전격 입당한 전북 남원·임실·순창 지역구 이용호 의원(재선)의 얘기가 결코 빈 말이 아니다.

하지만 여당 관계자들은 대체로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올 수록 판세는 요동치며 달라질 것이라며 낙관론을 편다. 정권 재창출보다 정권 교체를 희망하는 여론이 높지만 이를 흡수 못하는 윤 후보나, 선거일에 ‘전략적 투표성향’을 보이는 호남이 이 후보에게 각종 여론조사에서 60% 안팎을 지지하는 데 그치고 있다는 점이 그런 논조의 근거로 제시된다.

지난 2017년 대선부터 ‘미디어 선거’로 전환되면서 기존의 시각으로는 가늠하지 못한 상황이 돌출하고 있다. ‘팬데믹’ 상황으로 야외 대중 유세가 제한된 영향이 크다. 단순히 지역대결, 세대대결 구도로는 판세를 예측하기 어려워졌다. 그만큼 변수가 많아졌고, 불확실성이 높아졌다.

불과 79일 남았다. 박빙의 구도가 되면서 양측의 공방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진짜 대선은 이제부터다.
<ⓒ광남일보 (www.gwangnam.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