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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미국 월가의 명성이 높은 금융회사들에 발탁돼 수백만 달러 규모의 거래에서 투자를 이끌고 실사 과정을 신속하게 완료하는 등 거래 전반에 걸쳐 주도적이고 중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아시아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률을 자랑하는 미국 사모펀드에 투자를 늘려나가고 있는 시점, 뛰어난 분석력과 미국-아시아 시장을 관통하는 다국적 통찰력을 결합할 수 있는 소수의 투자자 중 하나이다. 즉, 통계학과 재무학을 아우르는 창의적 투자분석력과 미국에서 나고 자란 투자자들이 가지지 못한 아시아-미국 시장에 대한 다국적 이해를 엮어낼 수 있는 투자자는 몇 안되기 때문이다.
한국 최고의 영재들이 진학하는 자율형사립고인 민족사관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세계 최고의 비즈니스 리더들을 배출한 미국 펜실베니아대학교의 와튼스쿨을 졸업한 뒤,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인 제이피모건을 거쳐 지금은 미국 최대 규모 사모펀드사 중 하나인 클레이튼, 듀빌리에 & 라이스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현지씨의 사연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독창적인 그녀만의 투자 방식을 바탕으로, 수조 원의 투자 기회들을 평가하는 김씨는 국내 및 국제적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그를 만나 세계 금융의 중심인 미국 월가에서 투자자로 성장한 과정에 대해 들어봤다.
-미국 투자은행과 사모펀드로의 취업 과정에 대해 설명해달라
△미국의 투자은행 및 사모펀드로의 취업 과정은 경쟁이 치열하다. 미국의 투자은행들은 대학교 3학년 여름 인턴십과정을 통해 발굴된 인재들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구조를 갖고 있다. 수천 명의 대학교 1~2학년 학생들은 ‘온캠퍼스 리크루팅’이라는 굉장히 치열한 채용 과정에 투입된다. 제가 다녔던 JP모건 같은 세계 유수의 투자은행들이 각 대학교 캠퍼스를 돌며 인터뷰 및 네트워킹을 진행하는데, 미국만의 독특한 취업 문화라고 할 수 있는 네트워킹은 지원자의 태도, 성향, 사고방식 등을 일상적 대화를 통해 회사가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네트워킹이라면 수백 명의 학생들이 모집되는 대규모 이벤트 또는 소수의 선택된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커피챗이나 전화 등이 있다. 수천 명의 지원자들 사이에서 성공적으로 인터뷰를 마치려면 재무, 회계, 경제에 관한 뛰어난 지식은 물론 능숙한 의사소통 능력과 본인의 장점을 어필할 수 있는 스킬 또한 중요하다.
그 후, 이미 한 차례 선택적인 채용과정을 거친 미 전역 투자은행 애널리스트들을 상대로 사모펀드나 헤지펀드 등 투자 회사들은 ‘온사이클 리크루팅’이라는 것을 시작한다. 날짜와 시간이 정해진 전형적인 채용과정과 다르게, 하나의 투자 회사가 채용 과정을 시작하면 모든 투자회사들이 경쟁적으로 뛰어드는 포맷이다. 저의 경우도 어느 9월의 한 목요일 새벽부터 인터뷰가 진행됐고, 수백 명의 지원자들 사이에서 밤을 새는 치열한 인터뷰 과정을 통해, 지금의 사모펀드에 취직을 하게 됐다.
-사모펀드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인가
△저는 투자 기회를 분석하고 거래를 성사시킨 후 인수한 회사를 운영하는 딜 팀에 속해 있다. 소수 정예의 딜 팀원들이 크게는 몇십억 달러 (몇조 원) 규모의 딜을 하기 때문에 각 팀원들의 역할이 아주 중요하다. 그렇게 까다롭게 선택된 팀원들이, 수조 원의 기업 가치를 가진 회사들의 중요한 결정과 경영에 참여한다는 점이 꽤 매력적이었다. 중요한 팀의 일원으로서 목표를 설정해 회사가 가진 잠재력의 최고치를 달성하고 전보다 더 높은 영업 성과와 시장에서의 위상을 높이는 일에 굉장한 보람을 느낀다.
또 대기업에서 분사하는 사업부를 인수하는 카브아웃 형식의 거래도 많이 해왔다. 이런 카브아웃딜의 경우에는 모기업과 여러 기능들을 분리하는 과정이 굉장히 복잡하기 때문에 투자 기회를 더 세밀히 다방면으로 분석하고 평가해야 한다. 그리고 대기업 산하에 있던 부서를 하나의 독자적인 회사로 키워나가야 하는 형식이기 때문에 딜 팀의 경영 역량도 특히 중요하다.
소수의 팀원 중 한사람으로서 경쟁적인 사모펀드 산업에서 쉽지 않은 거래 형식을 성사시키고 하나의 회사에 대한 소유권을 통해 더 나은 방향으로 운영하며 기업 가치를 올리는 일에 큰 보람과 책임감을 느끼며 일하고 있다.
-뉴욕 사모펀드에서 일하는 부장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 달라
△부장 레벨의 팀원은 실질적인 투자기회 분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하다. 복잡한 통계적, 재정적 분석은 물론 여기서 얻은 결론들을 실제 상황에 적용하는 것에 능통해야 한다. 즉, 데이터에 기반한 객관적인 분석을 모두 이끌고 그 분석을 통해 알게 된 핵심 결론들과 위험요소들을 팀원들과 공유하며 기업에 대한 정확한 평가와 투자 결정을 내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먼저, 매물 물색 과정에서 저는 복합적인 재무모델을 통한 기업가치 평가를 도맡아 진행한다. 특히 복잡한 카브아웃딜같은 경우 여러 가지 영업 및 거래구조 시나리오들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하고 다양한 정보들을 혼합해 모델의 가정과 인풋들을 타당성 있게 설정해야 한다.
기업 실사 과정에서는 재무분석 외에도 엄청난 양의 내부 영업 및 외부 시장데이터를 통계학적으로 분석하고 결론을 도출해내야 한다. 이때 기업 실사 과정에서 나오는 결론들을 재무모델에 창의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능력이 중요하다. 제가 거쳐왔던 교육 과정 및 다양한 산업을 빠르게 이해해야 했던 경력이, 데이터를 통한 통계학적 분석과 재무모델을 독창적인 방식으로 연결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
또 업계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딜 팀에게 제출하는 결과물들을 평가하고, 오류에 대한 지적, 일의 진행속도 및 과정에 대한 소통을 이끌어야 한다. 정확한 투자기회 평가를 위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평가하는 일도 부장의 역할이다. 딜이 마무리되고 난 후에는 인수한 회사의 경영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비슷한 맥락으로 기업에서 발생하는 모든 영업상황 및 전략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 데이터들을 통계적으로 분석하고 분석의 결과들을 실제 경영에 어떻게 적용할 지에 대한 일을 맡게 된다.
-아시아 여성 그리고 외국인으로서 미국 뉴욕 월가에서의 커리어는 어떠한가
△현재 몸 담고 있는 사모펀드와의 인터뷰 과정에서 받은 마지막 질문은 “‘천재적 재능’을 가졌나. 아니면 끈기를 가졌나” 였다. 머리가 띵해졌지만 전 항상 모든 상황에서 100%를 다하는 최선만이 좋은 결과를 가져온다고 믿는 사람이기에 후자라고 답했다. 지금까지도 일을 하면서 어려운 상황이나 문제가 생겼을 때 제가 좌절하지 않고 돌파구를 찾아낸다는 점을 팀원들이 높게 산다고 생각한다.
아시아 여성으로서 어려운 점들도 당연히 있다. 하지만 미국의 가장 좋은 점 중 하나는 ‘능력우선주의’라고 생각한다. 결국 제가 부족한 부분들을 메우고, 업무능력으로 보여주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2~3배 더 노력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인터뷰 과정에서도 민사고의 독특한 교육과정과 한국에서 나고 자란 배경을 재미있게 풀어냈고, 인종과 성별의 다양성이 제가 하는 일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이야기했다. 뉴욕 월가에서는 몇 년 전부터 다양성을 존중하는 인사 과정이 떠오르고 있다. 현재 회사에서 다양성 및 포용성과 관련된 여러 가지 일들도 하고 있고, 업계의 다른 소수인종 및 여성들에게 커리어 기회를 제공하는 SEO Alternative Investments Fellowship Program (AIFP)이나 Girls Who Invest 프로그램 등을 통해 심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뉴욕 내 비영리 단체인 ‘Korea Finance Society’를 통해 미주 한국 여성들의 금융업계 진출을 돕는 일에도 참여한다. 돌이켜보면 ‘한국 여성’이라는 저의 정체성을 숨기지 않고 당당하게 드러낸 것이 도움이 됐다고 생각한다.
또한 아시아의 많은 펀드들은 뛰어난 경영능력과 투자 분석력을 바탕으로 높은 수익률을 내는 미국 사모펀드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심지어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들의 경제성장률이 눈에 띄게 높아지면서, 엄청난 양의 투자금이 확보됐고, 미국으로 유입되는 투자금은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때문에 미국 사모펀드들에서도 아시아 시장과 투자자들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해졌다. 아시아 투자 행동과 패턴에 대한 이해를 미국 시장에 접목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나와 같은 투자자들의 가치도 그만큼 중요해진 것이다. 아시아와 미국 투자 시장을 관통하는 다국적 관점이 독창적인 통계-재무적 투자 분석력과 합쳐졌을 때 유일무이한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앞으로도 수많은 딜들을 하는 데 있어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은
△투자 쪽 일을 하지 않을까 싶다. 통계학과 재무학을 혼합한 종합적인 투자분석력을 바탕으로 미국의 유망한 기업들을 더 나은 기업으로 경영하면서 높은 투자수익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일이 재미있다.
선택된 소수정예의 팀원으로서 수백억 달러 규모의 딜에서 주도적 역할을 한다는 점, 글로벌 기업들의 영업성과를 올리고 기업가치를 증가시켜 건강한 경제에 도움이 된다는 점, 모든 데이터와 관련된 분석과정을 ‘리드’하며 투자 평가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점, 동종업계의 다른 전문가들을 심사하고 평가하는 일에 깊게 참여하는 점 등은 많은 책임감과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앞으로도 저만의 통계학과 재무학을 혼합한 독창적인 투자분석력과 미국-아시아의 투자자들에 대한 다국적 이해를 통해 미국 내 유수한 기업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는 투자자로 일하고 싶다.
김인수 기자 joinus@gwangnam.co.kr 김인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