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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당을 둘러보고 있는 이 전당장. |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 6년 만에 초대 전당장에 취임한 지 딱 한 달이 됐다.
-오랫동안 공석이던 자리에 첫 전당장을 맡게 돼 어깨가 무겁다. 코로나19 여파로 문화적 일상회복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데다 전당과 아시아문화원의 조직 및 인력이 통합하면서 조속한 조직 안정화를 이끌어내 문화예술기관으로서 중장기 발전 비전과 전략 수립 등 여러 과제가 산재해 있기 때문이다.
광주정신이 깃든 자리에 위치한 전당이 그 가치를 이어가면서 복합문화기관으로 자리매김해야 하기 때문에 취임 후 5·18민주묘지 참배를 시작으로 농성을 시작한 지 2001일째 되는 날 옛 전남도청에서 오월어머니회를 만나 1980년 당시 희생자들의 정신이 잊히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와 함께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재단은 물론, 광주비엔날레재단과 광주문화재단 등 유관기관들을 찾아 문화예술계 현안과 지역사회가 전당에 기대하는 바에 대해 귀 기울였다. 공통적으로 복잡한 구조로 이뤄진 시설 활용도의 문제, 전당이 추구해온 창제작 콘텐츠의 전문성으로 인한 대중적 인지도의 부족 등이 문제점으로 꼽혔다. 전당은 아시아 문화발전소가 되기에 앞서 광주시민의 사랑을 받는 곳이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광주의 문화사랑방이 될 수 있도록 이같은 점을 유념해 올해 연구와 공연 및 전시, 교류 프로젝트 등을 보완하고 있다.
△전당 활성화를 염원해온 지역사회의 기대치가 높다. 임기 동안 전당의 운영 방향은.
-무엇보다 대중성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전당은 지난해 개관 5주년을 맞아 콘텐츠 개발 5개년 계획을 세웠다. 지난해는 포스트 휴머니즘이었고, 올해는 에코비지니스가 콘텐츠 개발의 기본 방향이다. 2023년은 아시아거점도시, 2024년은 아시아의 공예, 2025년은 아시아의 생로병사가 테마다. 이는 관련 연구를 바탕으로 각계 운영 방향 모색의 결과이지만 실무적으로 볼 때 전문적인데 치우쳐 있어 시민들을 위한 대중적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따라서 올해는 큰 맥락을 그대로 두되, 운영 사업의 내용이 변화할 수 있고, 전시의 모티브가 광주의 정신을 담은 것으로 바뀔 수 있는 등 출발선이 변경될 전망이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개년 프로젝트도 재검토 중으로 올 9월께 중장기 발전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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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당장이 직원들과 회의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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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공식일정으로 5·18민주묘지를 방문해 참배를 하고 있는 이 전당장. |
-전당이 지금껏 축적해온 아시아 관련 콘텐츠는 방대하다. 모든 분야를 망라해야겠지만 실질적으로 그렇게 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에 광주의 특장점이라 할 수 있는 민주화 정신과 예향을 기반으로 한 음식 및 의상 등을 테마로 아시아의 문화예술을 엮고 있다. 이를 토대로 공연과 전시, 쇼케이스 등에 접근하도록 할 것이다.
또 다양한 연구 자료가 준비돼 있고, 이를 활용할 수 있도록 마련해놓은 라이브러리파크 공간에 사람들이 모일 수 있도록 한다. 예를 들어 각 자치구에서 운영하는 아카데미의 한 코스가 전당에서 진행되도록 한다거나 각 대학의 연구 모임 등이 활발히 운영될 수 있도록 할 것이다. 투어 차원으로 시민에 개방하면, 이들이 스스로 연구 초기 활동에 전당의 콘텐츠와 공간을 사용할 것이고 그것이 누적되면 연구교류 활동이 활발히 진행돼 정보문화 교류의 창구가 될 것이다. 이를 위해 직장인과 자영업자 등이 퇴근 후에도 전당을 이용할 수 있도록 야간 개장도 준비하고 있다.
더불어 3년 뒤인 2025년은 전당 설립 10년인 만큼 전당의 방향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재창관에 준하는 정도로 전당의 변화를 모색 중이다. 광주를 기반으로 아시아의 문화예술 발전을 이룩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는 것이다.
△전당 운영의 가장 큰 목표는.
-서구가 전세계 문화예술을 선도해온 가운데 상대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아시아문화가 세계 문화예술의 주류로 각광받는 시기가 도래했다. 대한민국 광주에 전당이 자리 잡은 것은 이 때문이다. 전당의 가장 큰 목표는 이곳이 자리 잡은 광주시민의 선택을 받는 것이다. 광주시민이 전당의 공간을 둘러 보고 전당의 콘텐츠를 즐기며 쉬기도 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 전당은 5·18광주민주화운동이 일어났던 역사적 현장에 자리 잡고 있는 기관이기에 지적 특성상 먼저 광주시민의 열린 공간이 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민주·인권·평화를 중심으로 대중적 문화공간이 되면 아시아문화에 대한 전문적인 연구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역할로까지 확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는 아시아로 연결되는 매개이자 교류의 창이 되기를 희망한다. 예컨대, 아시아의 어느 지역을 연구하는 연구자가 전당의 문을 두드리면 관련 자료를 섭렵할 수 있고, 연구가 막힐 때는 관련 전문가를 통해 문제를 해소할 수 있었으면 한다. 아시아문화중심도시 조성 계획의 중요한 하나의 축으로서 전당의 창조적 역량과 문화적 상상력이 지역 경제와 문화예술계에 활력을 불어 넣는 공간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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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 취임식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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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초대 전당장이 아시아 최대 복합시설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통합조직 정비를 통한 운영과 활성화 방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
-조직의 변화는 분명하다. 전당은 아시아문화의 국제교류와 조사연구, 교육, 창제작 등을 진행, 국가의 문화 역량을 강화하는 공적 기능을 갖는다. 재단은 어린이체험과 교육시설 운영, 문화관광상품 제작과 유통, 주차장 운영, 편의시설 운영 등을 담당하면서 세분화 됐다. 이렇게 구분되면서 업무상 혼선이 정리돼 이전보다 효율적으로 조직이 가동되게 됐다. 선순환구조의 연결로 적극적인 소통도 가능해졌다. 콘텐츠 창제작과 연구 교류하는 주요 기능이 전당으로 통합됨으로써 역할이 불분명해 유기적 협조와 연차별 계획에 어려움이 따랐던 점이 해소된 것이다.
△전당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킬링콘텐츠는 언제쯤 선보이는지.
-킬링콘텐츠의 연구·개발은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그동안 전당은 창제작한 수준 높은 콘텐츠를 여럿 선보여왔다. 전당이라는 하드웨어 자체를 콘텐츠로 볼 수도 있다. 라이브러리파크가 도서관을 넘어 활용도 높은 문화예술공간으로 성장했고, 높은 방문객 수를 자랑하는 어린이문화원 역시 좋은 콘텐츠인 점이 그렇다.
하반기 중 전당은 복합1, 2관에서 상시적으로 공연을 선보이려고 한다. 그렇게 되면 라이브러리파크, 어린이문화원과 함께 끊임없이 전당을 즐길 수 있게 된다. 1년 내내 전당을 방문하면 전당의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작지만 높은 관심을 받아온 콘텐츠로 킬링콘텐츠 부재의 자리를 메워 이에 대한 많은 관심을 받기를 기대한다.
이외에 비대면으로 문화예술을 향유하기 위한 다양한 대안도 모색한다. 국경을 넘어 하이브리드(온·오프) 창·제작 협업이 가능하도록 하고, 국내외 예술가, 문화기술 전문가, 과학분야 연구자 등 각 분야 전문가가 협업을 통해 전당을 대표할 만한 융복합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민간의 최첨단 융복합 분야의 전문가들과의 협력도 놓치지 않을 복안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그간 전당장이 없는 어려운 여건 속에서 직원들이 사명감으로 쌓아온 성과가 누적돼 올해 새로운 통합 조직이 꾸려졌다. 법적 제도적 완비도 이뤄졌다. 그동안 부족했던 콘텐츠의 대중성이나 시민들의 심리적 거리감은 시행착오의 훈련기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명실상부 아시아 문화예술의 새로운 가치 창출을 선도하는 문화예술기관이자 지역사회와 함께 열린 전당으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시민 여러분의 발걸음이 전당을 향하기를 희망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 전당이 먼저 한 걸음, 나아가 두세 걸음 시민 곁으로 다가가겠다. 전당이 지역사회의 사랑을 바탕으로 아시아를 대표하는 문화기관이 될 수 있도록 애정을 갖고 지켜 봐주길 부탁한다.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전당장 프로필
△1988 연세대학교 불문학과 졸업
△1996 미국 클리브랜드대학원 커뮤니케이션 전공 수료
△2007 세종대학교 언론홍보대학원 석사
△2004~2005 한국PD협회 협회장
△2012~2014 KBS드라마제작국 국장
△2017~2018 KBS미디어 콘텐츠사업본부장
△2019 KBS청주 총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