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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효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장이 “지역경제가 오미크론의 급속한 확산, 미 연준의 금리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대내외의 거친 파도를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 지자체 등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설명하고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
지난 2월 초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장에 취임한 최재효 본부장의 포부다. 최 본부장은 1996년 입행 후 25년 간 통화정책국과 뉴욕사무소, 기획협력국 등 주요 부서를 두루 거치며 폭넓은 경험과 식견을 쌓았다. 특히 통화정책과 금융시장 및 경영관리에 대한 폭넓은 지식과 뛰어난 업무 추진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통화정책국 재임시절에는 금융기획팀장으로서 코로나19 피해 극복을 위한 한국은행의 금융지원 확대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기도 했다. 취임 이후 지역경제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중소기업, 공공기관 등을 둘러보며 바쁜 일정을 보내고 있는 최 본부장을 만나 지역경제 현안과 지원방안, 앞으로의 계획 등에 대해 들어봤다.
-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장으로 취임한 지 두 달째를 맞고 있다.
△ 지역의 싱크탱크로서 중추적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장을 맡게 되어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이번 광주전남본부장 취임으로 광주에서 두 번째로 근무하게 됐다. 처음 근무한 시기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으로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가 금남로 3가에서 현재의 상무지구로 이전을 준비하던 시기였다. 당시 상무지구에는 한국은행 건물을 제외하고는 주변에 큰 건물이나 변변한 상가조차 없었다. 23년 만에 다시 이곳에 부임해 고층빌딩이 늘어선 번화해진 상무지구의 모습을 둘러보니 감회가 새롭다. 하지만 변화된 모습과는 달리 광주·전남지역의 경제가 녹록지 않다는 이야기를 접하면서 마음이 무거웠다. 부임 이후 여러 기관을 방문했을 때 지역경제의 어려움을 토로하는 지역사회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고, 이런 때일수록 지역경제 발전을 위한 한국은행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고 느끼게 됐다. 불확실한 대내외 여건하에서 지역 경제가 안정적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도 미력이나마 최선을 다하겠다.
- 올해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의 운영 방향은.
△ 올해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는 효율적인 자금지원을 통해 지역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경감하는 한편 지역경제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업무를 지속적으로 발굴해 추진할 계획이다. 우선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의 영향으로 타격을 입은 지역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자금사정을 면밀하게 모니터링하고 ‘한국은행 지방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이들이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지원을 보다 용이하게 받을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향후 지역경제 성장을 주도할 신성장 부문 기업들에 대한 자금지원도 강화할 예정이다. 올해에는 광주 경제자유구역 활성화를 위해 동 구역에 입주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자금지원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광주 경제자유구역청과 지원대상 업종 등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단계다. 이러한 취약계층 지원과 성장산업 지원을 통해 지역 내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 기여함으로써 지역 경제발전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아울러 현재 코로나19 장기화, 물가오름세 확대 및 금리 상승 등 우리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지역경제 활력 둔화와 직·간접적으로 연계된 주제에 대해 심층 분석하고 정책과제도 제시할 생각이다. 구체적으로 올해 상반기에는 지역의 고용상황, 청년창업, 주택시장 등의 주제를 대상으로 조사연구를 진행 중에 있다. 이를 위해 해당 분야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할 수 있는 지역경제 포럼, 전문가 초청 세미나도 개최할 예정이다. 또 지역의 인구 유출입에 대한 현상과 그 원인을 심도 깊게 분석해보고자 현재 학계에 있는 교수들과 공동연구도 진행하고 있다.
- 현재 광주·전남지역 경제상황을 진단한다면.
△ 광주·전남지역의 경제는 지표상으로 보면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경기회복에 따라 지역 주력산업의 수출이 호조를 보이는 데다 코로나19로 그간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지역 내 소비도 점진적으로 개선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아직까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등 특정 계층의 회복 정도는 미약한 상태이고, 최근 소비자물가도 국내외 실물경제 회복, 글로벌 공급병목 장기화, 유가 상승 등의 영향으로 큰 폭 상승했다. 이에 더해 지역 내 오미크론의 급속한 확산, 미 연준의 금리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대되면서 향후 지역 경기의 회복세를 제약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가계대출 및 중소기업대출이 꾸준히 증가하면서 금리 변화에 대한 지역 경제주체들의 민감도가 높아진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등 중앙은행의 긴축기조가 본격화될 경우 그간 늘어난 대출금에 대한 이자 부담이 커질 것이다. 여기에 높은 물가 상승세가 이어진다면 자영업자, 저소득 층 등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체감경기 개선이 더디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광주·전남지역은 인구고령화, 청년유출 등으로 성장잠재력이 크게 저하된 상황이다. 전남지역의 경우 고령화율이 전국에서 가장 높고 지역 내 대부분의 기초자치단체가 인구소멸 위험지역에 속해 있다. 또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청년고용 지표가 여타 지역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한 모습이다. 예를 들어 지난해 청년고용률은 광주가 37.2%, 전남이 36.9%로 6대 광역시(42.4%) 및 도 지역 평균(42.8%)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다. 이는 지역 내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해 청년층이 교육과 취업을 위해 타 지역으로 이주한 데 기인한 것으로 지역 내 신성장산업 육성 등 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전 세계 경제가 영향을 받고 있다.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어떠한가.
△ 광주·전남지역과 러시아 및 우크라이나와의 수출입 규모가 여타 국가에 비해 크지 않아 이번 사태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광주의 러시아 수출품목은 주로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으로 지난해 기준 전체수출의 2.3%를 차지하고 있으며 수입은 0.02%에 불과하다. 전남의 경우 수출 비중이 1.0%에 그치고 있다. 다만 수입은 석유정제 및 화학산업의 주원료인 원유와 나프타가 주요 품목이고 전체 수입의 11.7%를 차지한다. 이로 인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가 장기화될 경우 원자재 수급 차질 등 일부 부정적 영향이 있을 수 있다. 한편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원유, 천연가스 등 원자재의 주요 공급처이므로 이번 사태가 코로나19로 인해 발생한 글로벌 공급 병목 현상을 더욱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또 국내 원자재 수입물가 상승은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을 부추길 우려가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 같다. 더군다나 많은 전문가들은 향후 사태가 종료되더라도 미국, 유럽 및 러시아 등 주요국간 갈등의 골이 깊어진 만큼 단기간 내에 경제제재가 해제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고 있어, 앞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의 전개 양상과 이에 따른 주요국의 반응을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겠다.
- 코로나19 등으로 지역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크다. 이들을 위한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의 지원제도를 소개한다면.
△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는 지속적이고 안정적인 지역경제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금융기관(시중은행)을 통해 지역 소재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지방중소기업 지원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금융기관에 저리(현재 연 0.25%)로 자금을 지원해 지역 소재 중소기업 및 소상공인 대출 확대와 금리 인하를 유도하는 제도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급격한 소비위축 등으로 자금사정에 어려움을 겪는 지역 소재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지난 2020년 5월부터 ‘코로나19 피해기업 지원제도’를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자금 지원 규모를 보면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이후 4000억원에서 1조1000억원으로 2.5배 늘려 운용하고 있다. 아울러 제조업 위주로 지원했던 이전 제도와 달리 코로나19 피해가 집중된 자영업자, 소상공인 등 서비스업에 대해서도 자금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올해 3월 현재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는 서비스업 7219개(5470억원), 제조업 3523개(4435억원) 등 총 1만1795개 업체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는 이러한 지원제도를 한국은행 홈페이지 게시, 소책자 배포 등을 통해 지역 내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들에게 지속적으로 안내하고 있다.
- 끝으로 지역민들에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최근 오미크론 확산으로 우리 지역에서도 확진자가 연일 급증하고 있어 이에 대한 우려가 큰 상황이다. 게다가 유가를 비롯해 생활 물가도 크게 상승해 지역민들의 체감경기도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부정적 뉴스들로 인해 지역민들은 지역 경제가 벼랑 끝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위험을 사전에 점검하고 대비하는 건 당연하며 필요한 일이지만 자칫 지나친 경계감이 비관론으로 이어져 지역경제에 ‘부정적 자기실현 기대’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장기간 일상생활이 제약되면서 지역민들이 정신적으로 피로해지고 부정적 생각에 사로잡히기 쉬워졌다.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경제주체들의 심리다. 당장 눈앞에 닥친 힘든 현실을 외면할 수는 없겠지만 지금의 어려움에 좌절하지 말고 우리 지역의 저력을 믿고 이 고비를 넘긴다면 희망찬 미래를 위한 새로운 출발점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믿는다.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도 지역경제가 대내외의 거친 파도를 잘 헤쳐나갈 수 있도록 지역사회, 지자체 등과 함께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
[프로필]
1969년 경기 출생
고려대학교 경영학 학사
미국 미시건대학교 경영학 석사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 조사역
한국은행 금융시장국 과장
한국은행 인사경영국 차장
한국은행 국제국 뉴욕사무소 차장
한국은행 기획협력국 팀장
한국은행 통화정책국 팀장
한국은행 기획협력국 부국장
현 한국은행 광주전남본부장
이승홍 기자 photo25@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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