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남초대석]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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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일반

[광남초대석]황주호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원자력발전과 연계한 수소시장 개척 필요"
세계 각국 산유국서 산수소국으로 전환 ‘속도’
원전 전기 단가 저렴…"효율적 수소 생산방법"
2050 탄소중립 실현…중소형 원자로도 주목해야

황주호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가 “세계에너지 시장이 ‘원자력과 수소’를 결합한 신규 에너지 수급 방안을 모색 중이다”며 “우리나라 또한 원자력발전과 연계한 수소시장 개척이 필요하다”고 설명하고 있다.
올해 2월 EU가 ‘EU Taxonomy(EU 택소노미)’를 확정·발의하는 등 세계 에너지 시장의 녹색에너지에 대한 관심이 올라가고 있다. 택소노미에 포함된 에너지 업종에 대해서는 각종 금융과 세제 지원을 제공해 투자를 육성하도록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최종안은 오는 6월까지 EU 의회에서 과반수가 거부하지 않으면 확정돼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게 되는데, 원자력 발전도 여기에 포함된 게 눈에 띄는 부분이다. 특히 에너지 강국을 비롯한 원전 관련 업계에서는 여기에 ‘수소’를 연결한 ‘원자력 수소’를 통한 신규 에너지 수급 방안에 대해 모색 중이다. 우리나라 또한 ‘수소경제’를 골자로 이에 관한 연구 및 미래 대책 마련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이에 대해 황주호 경희대학교 원자력공학과 교수로부터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세계시장에서 수소에 대한 입지는 어떻게 되는지.

△수소는 화학, 철강, 유리, 전자 등 모든 산업에 쓰이고 있는 원소다. 2018년 기준 1억 1700만t이 생산돼 1150억 달러의 규모의 시장이 형성됐고, 올해는 그 규모가 1550억 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수소의 생산은 화석연료를 통해 96%(가스 48%·석유 30%· 석탄 18%)를 생산하고 있다. 전기분해로 인한 생산은 4% 수준이다.

특히 에너지자원 빈국도 재생에너지로 생산이 가능하다. 전기만 있으면 수소를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산된 수소는 어떤 형태로든 이동과 축적이 가능하다.

이동한다는 것은 수익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앞으로 나라들은 산유국이 아닌 산수소국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등은 산유국에서 산수소국으로의 변화를 모색 중이다.

에너지 전환에 있어서는 탄소연료에서 저탄소, 무탄소 연료로 전환하는 데 점진적인 경로를 만들어 준다. 이미 가스를 쓰는 나라가 많고, 이들 국가에는 수송, 배관 등 인프라가 구축돼 있다. 인프라의 재이용을 통해 대규모 투자 없이 수소를 생산할 수 있어 더욱 신규 에너지이자 소득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수소에 대한 관심의 시작점은 언제이며, 현재 상황은.

△당초 ‘수소경제’라는 말은 미래 연료에 대한 고찰과정에서 2000년대 초반에 나왔다. 하지만 저유가 시대가 오래 지속하면서 국가와 기업들의 이윤으로 인해 에너지 전환 문제가 조용해졌다.

‘타임 투 마켓(Time to Market)’. 즉, 시장화에도 타이밍이 있다. 1990년대 말 전기차가 생산됐지만, 그땐 수요가 없어 전기차 시장이 형성되지 못했다. 하지만 이제는 전기차 시대로 전환을 내다보고 있다. 태양광 또한 인공위성이 우주에서 쓰는 동력을 만들기 위해 개발됐다. 이런 것들이 수요가 없어 원자재 등의 가격이 떨어지니 수요와 공급의 기준이 맞아떨어졌고, 그 때부터 산업이 발전하기 시작했다.

특히 수소는 2018~2019년부터 전 세계의 관심이 높아졌다. 이산화탄소 문제에 대한 심각성이 높아져서다. 우리나라도 이 때부터 수소에 대한 관심을 갖기 시작했고 지난 2020년부터 그 관심의 높아졌다.

현재는 국내 지자체부터 중소기업, 대기업까지 수소를 활용한 신규 소득 창출에 눈을 돌리고 있다.

세계의 추세가 그렇듯 원자력을 활용한 수소도 조명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자력으로 생산하는 전기가 싸기 때문에 관련 기업들도 기존 원자력에 수소를 붙여서 사업을 확장하고 싶어 하는 흐름이다.



-효율적인 수소 생산방법은 무엇이 있는지.

△수소의 생산법은 다양하다. 제철, 석유화학, 정유 등의 부생 가스를 정제해 만들 수 있고, 석탄, 석유, 천연가스 등에 수증기 개질법을 이용해 열과 함께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생산법들은 온실가스 발생을 유발하는 단점이 있다.

전기를 이용하면 온실가스 발생 없이 그린 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전기로 물을 분해하는 방식인 수전해 방법이다.

세계 각국에서는 수소의 생산, 활용법을 그림으로 도식화해서 표시하는데, 원자력 발전소가 들어가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원자력을 생각하지 않고 있다. 재생에너지로 수소를 생산하거나 수입할 생각인데, 생산단가를 생각하면 원자력으로 생산하는 게 효율적이다.

나아가 수소와 함께 보관이 쉬운 암모니아도 신규 에너지로 각광 받고 있다. 수소와 비슷한 방식으로 생산되며, 국내에 보급된 LPG 충전소를 그대로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디젤 엔진을 조금만 손보면 암모니아를 연료로 이용할 수 있다. 암모니아 관련 사업도 누가 쥐는지 향후 산업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원전을 활용한 수소생산이 효율적이라 하셨는데. 하지만 국내 업계가 굳어 있다. 해결 방안은.

△그동안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원전업계의 상황이 매우 어려운 게 사실이다.

원전산업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보다 빠른 움직임이 필요하다. 특히 7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포함됐다가 8~9차에서 빠지게 된 신한울 3·4호기 착공이 빠르게 이뤄져야 한다. 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이 올해 말로 잡혀 있는데, 반드시 신한울 3·4호기가 기본계획안에 들어가야만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환경영향 평가가 5년이 지났기 때문에 다시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2024~2025년 착공을 할 것으로 보이는데, 국내 원전 관련 기업은 애로사항이 많을 것이다. 기자재 공급이 미뤄지기 때문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존에 해오던 ‘선착수 계약’이 필요하다. 업체들이 미리 자재 제작에 들어가 공기를 줄이고, 기업들의 자금운용도 한결 나아지기 때문이다. 원전에서는 공기 단축이 금융과 직결되기 때문에 없어서는 안 되는 제도다.

신한울 3·4호기가 조기 준공된다면 2030년 전에 가동을 시작, 정부가 목표로 하는 2030년 온실가스 감축, 2050 탄소중립에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수소 생산까지 연계한다면 획기적인 에너지 생산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2050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 필요한 조건은.

△에너지 분석 전문회사 ‘우드매킨지’에서 지난 2020년 말 우리나라 2050 탄소중립 필요조건 분석이란 자료를 내놨다. 한국이 탄소중립을 하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지 상세히 기술돼 있는데, 산업, 수송, 건물, 에너지 등 모든 분야에서 전기화와 수소화가 이뤄져야 한다.

제철에서 쓰는 열적인 면은 수소로 대체해야 하며, 석유화학도 수소로 바꿔야 한다. 자동차들 또한 전기자동차로 전환이 필요하고, 2050년이 되면 발전량이 현재 대비 150% 늘어나야 한다는 내용이다.

특히 국내 전체 에너지 중 전력비중이 22%인데, 66%까지 올라오는 사회 전반의 전력화가 필요하다. 여기서 전력화는 전부 무탄소, 저탄소가 기반이 돼야 한다.

우드매킨지에서 2050 발전설비 용량을 지금보다 1025GW 추가 증설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현재 태양광과 풍력 등의 설비용량인 16GW를 691GW 까지 끌어올려야 한다고 내다봤다. 사실상 불가능에 가까운 발전설비 용량이다.

수소(암모니아) 설비용량은 2020년 0GW 기준 2050년 135GW까지 추가해야 한다. 원자력 설비용량도 41GW까지 올라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소형 원자로가 각광을 받을 것으로 전망된다.



-중소형 원자로에 대해 설명해 주신다면.

△전 세계적으로 70개 정도가 개발 경쟁에 있는데, 그 중 20개 정도가 본격적인 시장개척을 하고 있다.

중소형로가 주목받는 이유는 전 세계에 전기를 공급하는 데 있어서 60%가 석탄, 화력이다. 대부분의 나라가 이를 줄일 것을 목표로 하고 있고, 자연에너지를 활용한 발전을 시도하고 있지만 발전량의 효율에 한계가 있다.

또 대형원전은 거부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신규로 하기 어려운 지역도 있다.

각국과 기업들은 기존 석탄 화력을 대체만 할 수 있다면 ‘해 볼만 하다’고 생각, 때문에 중소형로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가스발전소의 수명은 터빈과 연관이 있는데, 아무리 관리를 한다 하더라고 30년이 최대치다. 미국이 2030년대 초반에 폐쇄해야 할 가스발전소 용량이 200GW 규모다. 그것을 중소형로로 대체한다고만 해도 큰 시장이다.

중소형로의 강점은 안전성을 높이고, 방사능 용량이 적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는 것이다. 대형 원자로와 달리 파이프와 펌프가 없어 부러지거나 구멍이 날 것이 별로 없다. 원전 고장 시 핵연료가 굳어버리는 기술까지 연구 중이며, 국내에서는 협의체를 구성의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이 중 경수형의 경우 미국이 가장 앞서 있어 시장 개척이 어렵지만, 비물타입(물로 냉각하지 않는 것)은 모두가 같은 출발점에 서 있어 시장 선점이 중요 포인트가 될 것이다.



-K-택소노미를 비롯한 우리나라 에너지산업이 나아갈 방향은.

△국내에서도 K-택소노미에 원자력을 포함 시키려 움직이고 있다. EU에서도 원자력을 그린 에너지로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 폐기물 처분에 대한 방안은 완벽히 들어가야 한다. 국민이 안심할 수 있도록 처분 일정을 반드시 밝혀야 한다는 것이다. 발전소에서 임시저장하는 기간을 믿을 수 있도록 이것을 법으로 강제할 수 있도록 명시할 필요가 있다.

나아가 우리나라는 원자력 수소로 나아가야 한다. 해외 원자력 수소 동향을 보면 미국이 2023년까지 수소생산 공정 개발을 진행 중이며, 프랑스와 영국도 실증에 들어갔다. 영국은 사기업인 롤스로이스가 참여해 개발 중이다.

특히 가까운 일본은 수소, 암모니아 계획을 철저히 수립해 실현해 나가고 있다. 2050년까지 암모니아 수요를 정확히 측정하고, 공급과 수요, 생산과 판매까지 계획에 두고 산암모니아국으로 탈바꿈하겠다는 계획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는 원자력 전기 값이 싸다. 원자력을 활용한 수소 생산, 즉 원자력 수소에 대한 개발과 연구에 집중한 세계시장 선점이 필요해 보인다.
이산하 기자 goback@gwangnam.co.kr         이산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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