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이 행복해지는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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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삶이 행복해지는 순간

김홍석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김홍석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아침세평]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지 말라, 성내지 마라! 설움의 날을 참고 견디면 기쁨의 날이 올 것을 믿어라. 마음은 미래에 사는 것, 오늘은 언제나 슬픈 것. 모든 것은 한순간에 지나가는것, 지나간 것은 또다시 그리워지는 것을.

알렉산드르 푸쉬킨(1799~1837)의 유명한 싯구이다. 청년 시인 푸쉬킨이 26세에 쓴 시이니 삶에 대한 통찰력이 얼마나 날카로웠는지를 짐작할 수있게 해 주는 시다.

지금 우리에게 닥친 삶의 고단함은 계속해 우리에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한 순간에 지나가는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고통과 기쁨을 동시에 위로하는 이 싯구는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위로와 용기를 주었겠는가?

예전에 힘들었던 일을 돌이켜보면서 그때고통을 감내했던 시간들이 아련히 그리워지기까지 하는 것은 그 고통의 열매는 단 것이기 때문이리라.

연말이 되면 모두가 한 해를 돌아보며 새해를 맞는 심기일전의 마음을 갖는다. 오늘이 있기에보다 나은 내일을 꿈꾼다. 시행착오를 격지 않기 위해 날마다 새로워지고 또 날마다 새로워지기를(日新又日新) 반복한다.

그러나 급속도로 발전해가는 사회 시스템은 세대간의 인식차이를 더욱 멀어지게 만든다.

은행 창구에 가보면 젊은이들을 찾아보기가 어렵고 어르신들이 주로 이용하고 있다.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인터넷뱅킹이나 스마트뱅킹을 하기 때문이다.

이 뿐 아니라 상점의 키오스크, 병원에서의 예약과 결제, 고속전철과 시외버스 예약 등 무인 시스템과 어플을 이용하는 고도화된 정보화 사회에서 고령층이나 소위 기계치에 해당하는 사람들은변화가 추구되는 시스템에 효율적으로 적응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다.

어려운 경제적 상황과사회적 변화 사회를 선도하고 이끌어 왔던 세대분들이 급속도로 변하는 시스템 속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허둥대는 사람으로 전락하는 세상이 된 것이다.

직장내에서도 MZ세대들이 활용 언어와는 다른 새로운 언어들 사용, 각종 페이를 활용한 결제 방식, 외래어와 한글이 혼재한 무인 시스템을 활용 못하고 당황하는 이들의 모습을 우리는 곳곳에서 만날 수 있게되며 직접 경험하기도 한다.

생활문화는 나이 차이가 있더라도 60년은 공유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지만 지금은 하루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다양한 정보를 쫓아가기도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우리에게는 카타르시스를 느끼며 감정을 조절하게 하는 문화예술이 존재한다.

한편의 영화,음악회, 연극, 미술전람회를 돌아보며 마음의 위안과 휴식을 갖는 스스로의 삶이 행복해지는 순간을 새해가 아닌 지금 당장 만들어 보면 어떨까?

4차 산업혁명은 문화혁명의 시대라고들한다. 내 삶을 윤택하게하고 사회적 갈등과 세대간의 공감, 공동체와 개인의 치유된 삶에 문화예술이 덧붙여 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올해 연말은 예전과 다른게 어수선함 속에서 맞는 분위기이다.

화려한 거리와 성탄트리, 울려퍼지는 캐롤, 구세군 남비는 연말의 분위기를 가져오지만 어려운 경제로 인한 재정 긴축과자영업자와 예술가들의 긴 한숨, 우크라이나 전쟁, 중동의 불안한 정세는 총선을 앞두고 국내상황을 더욱더 혼란스럽게 만든다.

게다가 긴축 재정속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은 30~40% 줄어든 상황은 우리를 더욱 움츠려들게 한다. 이러한 악조건속에서도 광주시는 문화예술인들에대한 지원금을 감축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렇지만 2024년 지원사업 공모접수 결과 228건 지원 예정인데 939건이 접수돼 치열한 경쟁률을 나타내고 있음은 예술가들의 현주소를 지표로 보여주기도 한다.

광주문화재단의 경우 정원 감축, 구조조정, 행정경비 감축 등 큰 변화를 가져오겠지만 시민들과 예술가들을 위한 문화예술분야 사업비는 오히려 증액돼 위안이 되고있다.

이는 문화수도 광주가 지향하는 방향성에 맞춰서 지역문화 생태계를 보호하며 육성하고자 하는 의지를 담아낸 결정이라 여겨진다.

G.Puccini의 오페라 “투란도트” 중에서 투란도트 공주는 세 개의 수수께끼를 내어 문제를 맞춘 사람과 결혼을 할 것이나, 문제를 맞추지 못한 자는 칼날 아래 그 오만한 머리를 내놓아야 한다는 이야기로 수많은 사람을 처형했다.

하지만 용기 있는 칼라프 왕자는 목숨을 걸고 도전장을 내민다.

문제 중 하나는 “우울한 심야에 무지개 빛 유령이 날아다닌다. 그것은 무한히 어두운 사람들 위로 날개를 펼쳐 날아오르며, 모든 이들이 그것을 소망하며, 모든 이들이 그것에 애원한다. 하지만 유령은 해뜰녘에 사라지고 마음 속에서 부활한다. 매일 밤에 태어나고 매일 낮에 죽는다! 이것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칼라프 왕자는 “희망”이라고 말하며 공주와 결혼하게 된다.

우리에게는 현재와 내일의 희망이 존재한다.

위기도,기회도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우리 삶이 윤택해지고 행복해지는 순간순간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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