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기만 한 세상에서는 과연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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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행복하기만 한 세상에서는 과연 행복할까?

임규훈 약샘한의원 원장

임규훈 약샘한의원 원장
[아침세평] 올더스 헉슬리의 소설 ‘멋진 신세계’를 읽었다. ‘1984’와 함께 미래를 아주 부정적으로 그려낸 대표적인 소설 중 하나이다. 2번째 읽었는 데도 여전히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준다.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책에서 그려낸 미래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을 비교하면서 책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멋진 신세계의 세상에서는 부모를 모르는 아이들이 인공 수정 형태로 태어난다. 그리고 그 아이들을 등급을 나눈다.

1등급, 2등급, 3등급, 4등급…이렇게. 그리고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의 역할, 계급 등을 다르게 부여한다. 이들은 정해진 계급대로 그것에 만족하면서 살아간다.

지금 세상에서 인공 수정, 시험관 아기 등은 난임에 대한 치료로 여겨진다. 그렇지만 기술의 발달을 보고 있자면 우려스럽기는 하다. 현대의 유전자 공학은 멋진 신세계의 세상에서 아이들을 등급을 나눠서 만들어내는 정도의 기술은 충분할 것으로 보여진다.

오로지 윤리적인 관점에서만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멋진 신세계의 세상에서는 연인이 없다. 사랑도 막는다. 너무나 자유로운 육체적인 행위만 있을 뿐이다. 그러다보니 고통도 불안도 걱정도 없다.

최근 뉴스들은 현 세대의 젊은이들이 연애를 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다룬다. 너무 바빠서, 그 비용이 부담돼서, 결혼할 만한 여건이 안돼서 등등의 이유를 댄다. 스트레스가 싫어서라는 이유도 있었다. 또한 영상으로 볼 수 있는 너무나 많은 행위들이 있다.

멋진 신세계의 세상에서는 ‘소마’라는 것을 먹는다. 문맥을 살피면 도파민을 만들어내는 알약 정도이지 않을까 싶다. 아무리 이렇게 행복하게 만들어진 세상이지만 때로는 걱정이나 불안이 생길 수 있다.

이때 복용하는 것이 소마이다. 조금 불편한 감정이 들면 소마를 먹는다. 몸이 조금 불편하면 의사들이 소마를 처방해준다. 불편한 감정이 오래 가면 이 세계에서는 죄를 짓게 되는 것이 되고 그들은 격리된다.

지금 세상에서는 어떠한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커피 전문점이 엄청나게 늘어났다. 너도나도 커피를 마신다. 일하기 위해서? 유투브나 넷플릭스 등은 이제 애교다. 휴대폰의 쇼츠 등의 영상은 전국민이 보고 있다. 그 짧은 영상을 보면서 뇌는 계속 변하고 있다.

즐거움을 빠르게 원하고 있다. 행복하게 만드는 도파민을 애타게 찾는 뇌로 변하고 있다. 진지하면 안된다. 책을 읽으면 꼰대일 뿐이다.

마약은 너무나 찾기 쉬운 세상이 됐다. 마약 중독자가 길거리에서 방황하는 모습을 찍은 영상이 뉴스에 나오는 일은 더 이상 신기하지 않다. 병원에서는 도파민과 안정을 찾는 이들에게 이것들을 선물하고 있다. 이제 세상은 끊임없이 지금 행복하자고 말한다.

멋진 신세계의 세상에서는 볼거리에 열광한다. 부모없이 태어난 이들에게는 부모에 의해 태어난 이들이 사는 세상도 볼거리다. 그리고 그들 중 한 명이 본인들이 사는 세상에서 하는 행동 하나하나가 환호할 거리다.

그런 멋진 유명인과 아는 것만으로도 유명해진다. 너도나도 더 유명해지고 싶어한다.

지금 세상에서도 온갖 볼 거리에 열광한다. 멋진 스포츠들이 넘쳐난다. 이제는 너도나도 특이한 경험을 찾는다. SNS에 올릴 특이한 소재를 찾기 위해 낭떠러지에서 서 있는 것도 주저앉는다. SNS에서 유명해지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한다.

멋진 신세계에서는 모두가 아름답다. 모두가 건강하다. 모두가 늙지 않는다. 이 얼마나 멋진 세상인가?

지금 세상에서는 모두가 아름다워지기 위해 노력한다. 모두가 건강해지기 위해 노력한다. 모두가 늙지 않기 위해서 노력한다.

책의 세상과 지금 세상이 얼마나 비슷해졌는 지 잘 모르겠다.

멋진 신세계의 지도자가 말하는 세상은 대략 다음과 같다.

‘이 세상은 모두가 행복하다. 그러니 그 댓가로 세상을 진지하게 만드는 혹은 불안하게 만드는 혹은 불행하게 만드는 예술이나 종교는 없어도 괜찮다. 사랑도 없어도 괜찮다. 부모도 없어도 괜찮다. 진지한 관계도 없어도 괜찮다.’

이에 대해서 누군가는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나는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 편안하고 안락하고 즐겁기만 한 세상에서 살고 싶지 않다. 나는 때로는 불행할 수도 때로는 불안할 수도 있는 세상에서 살고 싶다.”

그러자 그 지도자는 이렇게 물었다.

“늙고 병들고 수많은 고통으로 괴로움을 받을 때도 그럴까?”

나는 뭐라고 답할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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