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청년정책을 살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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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다시 청년정책을 살펴야 하는 이유

변금선 서울연구원 청년정책연구단장

변금선 서울연구원 청년정책연구단장
[특별기고] ‘0.7’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3분기 합계출산율이다. 앞으로 이보다 더 떨어질 것이라는 암울한 예측까지 나온다.

낮은 출산율은 청년정책 확대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부는 2022년 세제 혜택을 포함해 연 10%의 우대이율을 적용해주는 청년희망적금을 시행한 데 이어, 2024년부터는 청년을 대상으로 연 2%, 집값의 80%까지 대출해주고, 청약 당첨 뒤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으면 금리를 1.5%까지 낮춰주는 청년 전용 청약통장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더 일찍 추진했어야 한다는 긍정적 반응도 있지만, 정책에서 제외된 세대들은 ‘너만 아프냐? 나도 아프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왜 청년만 특혜를 줘야 하냐?’는 볼멘 목소리도 왕왕 들린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도 청년정책 대상을 조정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청년기본법의 청년 상한연령을 34세에서 39세로 올리도록 법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했으며, 청년정책 지원 대상 연령을 40대로 연장하는 지자체도 늘어나고 있다. 청년의 나이를 늘려 청년정책 대상을 확대하면 청년정책을 둘러싼 불만이 사라질까? 중위연령이 45세에서 50세가 되면 청년정책 대상 연령을 50세로 늘릴 것인가?

이쯤에서 청년정책의 목표와 방향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2020년 제정·시행된 청년기본법의 기본이념은 ‘청년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으며 건전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청년정책이 아동, 청소년, 노인 등 다른 대상자 정책과 다른 점은 ‘성인 초기’의 국민이 사회구성원으로서 책무를 다하도록 지원하는 이행기 정책이라는 것이다. 청년정책은 앞으로 청년이 될 미래세대, 그리고 현재 청년이 향후 중장년, 노년이 됐을 때의 사회의 버팀목이 될 수 있도록 지원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청년정책이 청년과 청년이 아닌 사람 사이에 큰 벽을 만들고, 장기적으로 지속할 수 있는 정책이 아닌, 일부 청년에게 한정된 그리고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팝업스토어식의 단기적 정책이 되어 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 당장 소나기만 피하는 정책은 앞으로 청년이 될 아동, 청소년에게도, 그리고 성인 자녀를 둔 부모세대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을뿐더러 거시적인 측면에서 사회정책 전반의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

청년정책이 사회구성원 모두를 위한, 미래 사회정책이 되려면 정책의 방향을 바로잡아야 한다. 청년기본법 제정 취지를 살려 청년정책이 청년만을 위한 정책이 아니라 ‘청년기’를 지나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청년이 될 아동, 청소년 전체를 위한 정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태어날 때부터 청년인 사람은 없다. 아동에서 성인으로 이행하는 과정에 놓인 ‘성인초기’에 집중해, 아동, 청소년에서 청년으로 성장하는 모든 시민을 위한 사회정책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야 하는 이유다. 청년정책으로 청년기 이전과 이후, 전 생애를 연결하고, 성인 초기의 과업과 사회적 위험을 중심으로 청년정책의 대상과 지원 내용을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와 더불어 청년정책이 확대됐음에도 청년정책 사각지대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야 한다. 가족돌봄청년, 은둔고립청년, 자립준비청년, 경계선지능청년 등 청년정책이 대응해야 하는 새로운 정책대상이 발굴되고 있다. 다음에 나타날 청년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청년정책 사각지대는 정책이 필요한 특정한 청년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만으로 해소하기 어렵다. 가족돌봄청년은 왜 공적 요양, 간병 지원에서 배제됐는지, 빈곤 청년은 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와 긴급지원을 받지 못하는지, 고용보험과 산재보험이 확대되었음에도 불안정하고 위험한 일을 하는 청년은 왜 실업급여와 산재보험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지, 기존의 사회정책 시스템이 청년을 어떻게 인식하고 대응해왔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저성장, 긴축재정 시대에 사회구성원의 어려움에 점수와 순서를 매기는 정책은 불필요한 사회갈등을 촉발할 뿐이다. 청년정책은 청년이 미래 사회구성원으로서 책무를 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초기성인기’ 사회정책이 돼야 하며, 청년기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사회정책 전체의 시스템 혁신 또한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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