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와 당동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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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검사와 당동벌이

김요수 광주연합기술지주 대표

김요수 광주연합기술지주 대표
[아침세평] 아버님이 남겨둔 나무가 10년이 지나니 촘촘히 우거졌다며 동무(친구)가 톱을 샀다. 아침이면 톱이 보이고, 톱을 쥐니 너저분한 나무가 눈에 띈다고 한다. 가지 자르는 가위도 사고 사다리도 사서 몇날 며칠을 나무와 보낸다.

덕분에 말끔해진 마당을 보고서, 춥지만 시원한 웃음을 짓고, 사진 찍어 여기저기 보낸다. ‘정원사의 겨울장갑 다섯 켤레가 헤져야, 정원의 봄이 아름답다’는 말을 건네기도 한다.

망치를 들면 못 박을 곳만 찾고, 톱을 쥐면 자를 나무만 보인다는 말이 맞는가 보다.

법을 손에 쥐면 어떨까? 범죄자에게 어떤 벌을 줄까만 떠올릴까? 설마 싫은 사람을 범죄자 만들려고 법을 끌어다 쓰지는 않겠지? 범죄자가 없으면 굶을 수 있으니, 탈탈 털어서 범죄자를 만들지도 않겠지?

법조인에 합격했을 때 ‘약자를 배려하고, 겸손함을 잃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는 걸 보면 말이다.

법조인으로 첫 발을 내딛을 때 ‘사회에 도움 되는 법조인이 되겠다’는 각오도 다지고, ‘약자도 살 만한 세상을 만들겠다’는 포부도 드러내니까!

법에는 차가운 머리와 따뜻한 가슴이 있어야 한다고, 법을 아는 사람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차가운 머리란, 아마도 법을 억압과 차별의 도구로 쓰지 않고 공정하고 공평하게 집행해야 한다는 뜻이겠고, 따뜻한 가슴이란, 아마도 법이 자유를 지키는 방패이며 약자의 보호막이라는 말이겠다.

법이 800원을 횡령한 버스기사 해임은 정당하고, 85만 원의 접대를 받은 검사 면직은 가혹하다고 하면 어떨까? 욕 나올지도 모른다.

버스기사의 삶은 망가졌는데, 그런 판결을 한 법조인은 대법관이 되었다면,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에구머니나’ 하며 겁을 먹는다. 검사만 빼고!

간첩조작과 다이어리 조작으로 조작당한 삶은 엉망이 됐는데 그 사건을 조작한 법조인은 대통령실에 근무하고, 장관이 됐다면 ‘보통 사람’들은 ‘아이쿠’ 하며 몸을 사린다. 그들이 훌륭하다고 말한 언론인만 빼고!

법을 앞세워 고속도로 노선을 회까닥 바꿔서는 안 된다고, 말할 줄 아는 사람은 말한다. 법이라면서 짐승 사냥하듯 수사하면, 그건 ‘검사가 아니라 깡패’라고 검사도 그렇게 말한다.

평범한 사람들은 그러한 일을 꼼수와 반칙이라며 크게 한숨을 쉬면서 숨고, 배운 사람들은 차별적 정의라 말하면서 숨는다. 이럴 때 법은 약자의 보호망이 아니라 지배층의 도구라는 느낌이 든다.

죽을 때까지 대통령을 하려고 법을 바꾸면 옳지 않다고 사람들은 느꼈다. 그래서 유신헌법에 대들(저항)했다. 빨간 신호등에 건너면 위험하다고 누구나 말하지만 ‘차가 없으면 괜찮아’하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괜찮지 않다고 말한다. 그것이 원칙이고 이웃을 배려하는 일이니까.

오죽하면 옛날에 ‘양심 냉장고’라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만들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신호등을 지키는 사람에게 냉장고를 줬을까.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주리팅이(양심)를 지키는 법조인에게 냉장고 주는 프로그램을 이제는 만들어야 하는 건 아닐까?

법조인들은 힘없는 사람의 고통과 불평등의 억울함을 깨달아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법조인들은 옳음과 아픔을 살펴야 한다. 그리고 그리하도록 끊임없이 갈고 닦아야 한다. 거물(?)이 된 법조인에게는 혁명 같은 생각일 수는 있겠다.

하지만 그것이 법조인들의 밥벌이인 법의 명령일지도 모른다. 정의보다 돈과 권력을 탐한다면 더는 법조인이 아니라 법조인의 탈을 쓴 깡패와 다르지 않다.

무기로 몰아붙인 뒤 논리를 만들어 설득하는 혁명의 시대는 지났다. 서민들의 마음을 얻어야 혁명을 이룰 수 있다. 지금 맡고 있는 일과 앉아 있는 자리에서, 정의로운 변화를 이끌고 약자보호에 애쓰는 일이 혁명이다.

하는 일의 옳고 그름은 따지지 않고 끼리끼리 한 패거리로 뭉쳐, 그렇지 않는 사람을 따돌린다는 ‘당동벌이(黨同伐異)’란 말이 있다. 법조인끼리 하는 당동벌이는 서민의 삶을 무너뜨리고, 대한민국마저도 무너뜨린다.

손에 도구를 쥐었다고 마구잡이로 휘두르면 벗나래(세상)가 무너진다. 내 동무의 톱은 나무에게로만 향해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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