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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익 미술문화기획자 |
지난해 말일부터 새해 아침까지 많은 문자서비스를 통해 갑진년 푸른 청룡의 해를 맞이하여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을 수없이 받았다. 한편으로는 보내오는 모든 연락에 답을 하는 수고로움도 겸해야했다. 하지만 사실 진정한 갑진년의 시작은 음력으로 설이되는 2월초에 해당한다. 이러한 이유로 올 1월에 태어나는 신생아들은 아직까지 계묘년 토끼띠들이며, 2월10일 이후로 태어나면 갑진년 용띠에 해당한다.
음력달력은 이제 일상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지만 특정한 부분에서 흥미롭게 사용된다. 신년운수를 보는 토정비결이나 입시, 취업, 결혼 등 다양한 사례의 궁금증이 생겨날 때 보는 당사주에도 개인의 음력 생일은 중요한 기준이 된다.
신기하게도 12마리의 동물로 상징되는 띠마다 고유의 특성과 성품이 있다고 설명되며, 태어난 시간의 계절과 밤, 낮으로 사람의 일생을 설명한다. 어찌 보면 우습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듣다보면 왠지 딱 들어맞는 느낌이 들어 매우 도움이 된다. 남성, 여성의 성별에 따라 선호하는 띠동물이 있으며 남성은 용띠나 범띠가 멋져 보인다고 한다. 연애 운을 보면 머리가 큰 동물과 작은 동물이 좋은 관계로 발전하며 서로 맞지 않는 띠가 존재한다고 설명하여 재미있게 설명된다.
흔히 말하는 음력은 본래 태음력의 준말이며, 달의 움직임을 바탕으로 하는 역법 체계에서 유래한다. 같은 동양문화권의 중국에서는 농력, 일본에서는 구력이라 부른다. 현재 우리가 일상에서 쓰는 달력은 양력이라 부르는 태양의 운행을 근간으로 하는 태양력이다. 우리나라는 1896년 태양력이 도입되었으며 이전까지는 음력만을 사용하였다.
베이비붐이 완벽하게 사라지고 가정마다 한명이나 둘의 자녀를 갖게 되는 1980년 이후부터는 거의 모든 사람은 병원에서 태어났다고 한다. 1970년대까지도 시골에서는 가정에서 산파가 아이를 받아내어 출산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이유로 병원에서 태어나는 시기의 한국인의 대부분은 당시에 정확하게 기록된 출생시간을 알게 되며 이를 근거로 양력생일의 주민등록이 이루어진다.
우리사회의 세대별 문화적 차이에는 다양한 요인이 존재한다. 1980년생 이후로는 그들의 모든 기념일에 음력은 존재하지 않으나, 부모들은 음력과 양력을 혼용하며 사용한다. 재미있는 현상으로 부모님의 생일은 매년 양력 달력에 음력으로 해당하는 다른 일자를 표기하여 세심하게 기억하지 않으면 놓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이제는 일부러 흔하지 않는 음력달력을 구하거나 스마트폰 어플에 힘을 빌려 대조하는 확인 이후 달력이나 스케줄표에 기록하여야 실수를 방지할 수 있다.
한때는 연말에 새해 달력을 주고받는 것이 일상처럼 흔하였고, 그나마 사회적 활동과 지위가 없으면 이를 구하지 못해 아쉬운 소리를 하며 얻어야 했던 시기도 있었다. 집집마다 큰방과 거실에는 달력이 붙어있었으며 재질이 고급스럽고 그림이 예쁘면 왠지 모를 부러움을 안겨주었다.
현재는 일상에서 사용하지 않는 음력달력을 보면 흥미로운 부분이 상당하다. 특히 계절의 변화를 상징하는 24절기는 오묘하게도 날씨와 기후변화에 일치한다. 일 년 중 가장 밤이 길다는 동지를 넘어서면 시간이 지나며 해가 길어지는 것이 느껴진다. 동면하던 개구리가 깨어나 땅밖으로 활동을 시작한다는 경칩이 지나면 정말로 봄이 왔다는 느낌과 동시에 바람이 따뜻하게 변해간다. 입춘으로 시작되는 24절기는 입하, 입추, 입동이 있어 계절의 변화를 정확하게 알려주며 방송매체의 일기예보에서도 24절기의 해당 일에는 반드시 언급하며 설명을 아끼지 않는다. 일 년 12달을 보다 세부적으로 분리하고 그에 따른 의미부여와 일상에서 준비해야하는 일을 알려주는 24절기는 이러한 연유로 매우 흥미롭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아시아 문화권에서는 오랫동안 이처럼 계절의 변화를 알 수 있는 24절기를 효과적으로 사용하였다. 특히 농업이 나라의 근간을 이루던 시기에는 더욱 그러하였다.
이러한 24절기는 통상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음력에서 근거한다고 이해하나 이는 사실과 다르다. 농업에 가장 중요한 요소인 태양의 움직임이 반영된 태음태양력이 24절기를 태동시켰기 때문이다. 실상은 음력의 기초위에 태양의 남중 고도를 반영한 양력이 반영되어 태음태양략이 생겨난 것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사용하는 음력과 세계적으로 쓰이는 음력은 대체로 태음태양력이다. 농업과 어업, 천문학에도 보다 정확하게 적용되며 날짜를 보다 효과적으로 셀 수 있어 태음태양력을 선호한 곳이 고대로부터 많았었다. 음력을 사용하던 조선시대 농민들도 태양의 움직임과 계절의 변화에 맞춰 농사를 지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였고 그 기준이 바로 24절기였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