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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훈 톡톡브레인심리발달연구소 대표 |
며칠 전 눈이 멈추지 않고 계속되는 날씨에 15명의 아이들과 함께 캠프를 다녀왔다. 이 아이들은 모두 행동, 정서, 인지, 대인관계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다.
아이들이나 부모 모두 자신과 자녀들의 변화를 위한 간절한 마음으로 캠프에 참여시키거나 참여했을 터다.
나는 나흘이라는 짧지 않은 기간 동안 아이들이 잘 적응할 수 있을 런 지 많은 걱정을 했다. 그러나 나의 걱정은 괜한 기우로 끝났다.
하루 일과는 오전 7시부터 시작됐고 아이들은 캠프 기간 동안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8끼니의 밥도 상담자들과 함께 만들어 먹었다. 이런 규칙들은 아이들이 스스로 토론하고 합의해 정했다.
캠프를 마친 후에 나는 전율을 느꼈다. 아이들이 놀랍게 변화했기 때문이었다. 놀란 사람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아이들 스스로도 너무 놀랐다. 놀란 이유는 3가지였다.
하나는 휴대전화 없이도 신나고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었다. 다른 하나는 프로그램을 하는 과정에서 자신을 발견하고 성장한 모습에 모두 놀랐다.
또한 부모의 도움으로만 살았던 아이들이 아침 일찍 일어나 이불을 개고 혼자 씻는 등 독립심과 자립의 의미를 깨닫고 실천했던 자신의 모습을 보며 감탄했다.
그 경험은 변화와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캠프에 참여했던 아이들은 여러 피드백을 했다.
어떤 아이는 자신보다 여러 면에서 늦은 아이들을 보살피는 방법을 알고 실천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또 다른 아이는 참여한 친구들도 빛나는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인정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는 얘기를 했다.
어떤 참여자는 같은 팀원들의 실수로 인해 속상하고 억울해도 그 아이들을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고 자신을 참아내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이 됐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집중하며 당당한 자신이 됐다고 했다.
어느 아이는 생각을 깊게 하고 감정을 조절해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겠다고 다짐하는 계기가 됐다는 말을 했다. 게다가 실패를 해도 낙담하지 않으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차린 아이도 있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달려 본 경험이 한 번도 없던 아이가 처음으로 달리기를 했다. 이 아이는 자신을 맡은 상담사의 격려 덕분에 처음으로 뛰었다고 했다.
그는 캠프를 마치면서 ‘산을 만나면 산을 넘고 강을 만나면 강을 건너겠다’고 자신의 다짐을 표현했다.
캠프에 참가했던 아이들은 화가 나면 그냥 소리를 지르거나 행동으로 표현했던 아이들이었다. 이제 주변을 살피고 자신의 말과 행동이 팀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살피면서 자기를 조절해가는 모습을 보면서 내 마음에 감동이 일었다.
아이들 모두 어린 마음에도 각자의 삶이 연결돼 있다는 사실을 알아가고 있었다.
이 아이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는 깨짐과 부서짐이 있어서다. 견고한 성처럼 지금까지 쌓아왔던 자기를 버렸기 때문이었다.
자신을 깨뜨리는 일은 일시적으로 실패처럼 보일 수 있다. 자신을 깨뜨리지 않고 모든 책임을 다른 사람에게 전가 시키는 어른들이 포트홀이나 블랙아이스처럼 도처에 웅크리고 있다.
깨짐은 확장이자 성장이다. 깨지지 않고 부서지지 않는 삶은 부패한다. 멈추고 퇴보하는 삶이다.
아름다운 산호초가 생태계의 붕괴로 인해 백화현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의 삶이 백화현상을 보이고 있지 않은지 자문해 볼 때이다. 아이들이 깨지고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은 마음이 가난하기 때문이다.
너무 채워 넣기만 하는 사람은 끝이 처량하다. 주변을 살피며 나누고 베푸는 한 해가 되면 좋겠다. 자신과 다른 사람 앞에 간절한 마음으로 겸손하게 무릎 꿇는 용기를 발휘해 보는 것은 어떤가.
그렇게 하면 우리의 삶은 결코 백화현상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