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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화 교육학박사 |
학교는 졸업과 동시에 입학을 준비하시는 시기이며 학부모는 주변 친지와 가족을 챙겨야 하는 명절도 들어 있어 몸과 마음이 분주하다. 덜 찬 달 같지만 탄탄한 준비로 알차게 채워 나가야 하는 달이 2월이다.
설 명절은 기쁨, 슬픔, 행복 등의 감정이 가장 많이 드러난다. 가족, 친지와의 만남에 대한 반가움과 그 이면에 보이지 않는 긴장감이 존재한다.
신세대를 중심으로 명절에 결혼, 학교, 취업에 대해서 질문하려면 돈을 내놓고 하라는 명절 잔소리 차림표도 등장했다.
행복지수가 높은 순위에 있는 나라는 북유럽 국가들이다. 그중에서 가장 행복한 나라는 덴마크라고 한다.
행복지수는 개인이 느끼는 질적인 삶으로 자신의 의지와 주장으로 사는 것이 먼저 수반 돼야 한다.
업무를 보기 위해 PC를 열었더니 메인 기사에 ‘대한민국이 가장 우울한 나라’라는 기사를 보았다.
헤드라인에 ‘과학, 교육, 문화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한 나라 동시에 불안과 우울증, 자살률이 믿을 수 없을 만큼 높은 나라’라는 기사는 한국 사람이라면 당연히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유튜버인 맨슨은 한국 사회의 우울증 원인을 유교와 자본주의에서 찾았다.
‘슬프게도 한국은 유교의 가장 나쁜 부분인 수치심과 남을 판단하는 부분을 극대화하는 반면, 가족이나 지역 사회와의 친밀감을 저버렸다. 그들은 자본주의의 최악의 단면인 현란한 물질주의와 돈벌이에 대한 집착을 강조하는 반면 가장 좋은 부분인 자기표현과 개인주의는 무시했다.’고 말했다.
맨슨의 글을 읽으면서 왠지 보여주고 싶지 않은 우리의 민낯을 보여준 것 같아 얼굴이 화끈거렸다.
맨슨은 그래도 희망을 직설했다. 그 이유는 한국인은 지금 겪는 문제를 인정하고 해결책을 찾으려 했다는 것이다.
‘회복력이 진짜 수퍼파워, 저력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최근 한국 사회는 유교적인 삶이 핵 개인화로 가랑비에 옷 젖는 듯이 변화하고 있다.
한국의 문화에서 명절이면 시댁이 먼저였다. 그런데 요즘 신세대 부부들은 합리적인 명절을 보낸다.
한 신세대 부부의 이야기다. 새해가 되는 1월 1일은 가족과 보낸다. 그런데 각자 자신의 부모와 새해를 맞이한다.
또한, 구정은 시댁, 추석은 친정집을 방문한다고 한다. “요즘 것들은 독특해.” 생각했지만 나름 합리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러한 상황을 보더라도 공동체적인 한국의 유교 문화는 변화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이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나라인 이유는 유교적인 것과 가부장적인 한국 사회가 문제라 하지만 그 시절이 아름다웠다고 하는 분도 있다.
명절이 멀지 않아 시골에 계신 아버지를 뵈러 갔다. 90을 넘어 6이라는 숫자를 받으신 아버지는 아직도 꼿꼿한 허리를 유지하며 아들, 며느리와 함께 지내신다.
세월의 무게를 넘기 힘들어 가끔 병원에 입원하기도 하지만 가까운 곳에 지내는 손자 내외와 증손녀가 들러 심심치 않은 노년을 보내신다.
100세가 가까워지는 아버지는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를 거쳤으며 농경, 산업사회를 열심히 살았다. 평생을 자신보다는 자식과 주변을 위해 사셨다.
아버지는 “지금은 다 써버린 실패처럼 구석에 던져진 인생이지만 그때가 좋았어”라고 하신다. 그때 그 시절은 먹고 사는 것이 힘들었지만 아버지의 기억에는 아름다운 풍경으로 남아 있다.
아버지의 삶은 행복했다. 먹고 사는 것은 부족했지만 가족 친지들과 옹기종기 모여 살아서 좋았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들으며 경제 논리에 속박당한 인간의 삶이 행복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경제가 넉넉해지면 인간은 삶의 질을 분류, 변별로 차이를 둔다. 한 방에 살았던 가족이 각자의 방에서 각자의 집으로 부엌에서 사용하는 도마와 칼도 과일, 고기, 생선을 구분해 사용한다.
집은 사람이 채워져야 하는데 경제가 좋아질수록 사람은 사라지고 물건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설 명절이 곧 돌아온다. 명절에 친지에게 궁금한 것이 있다면, 명절 잔소리 차림표를 잘 보고 현금 선납 후 “언제 취직 할거니”, “결혼을 언제 할거니” 질문해야 할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우울한 명절이 되지 않으려면 현명한 어른이 돼야 할 것이다. 핵 개인화 사회로 가는 시기에 가족, 친지와 친밀감은 회복하는 명절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