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북한최고인민회의는 작년1월 법령 제19호로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채택했다. 이법 제1조에 ‘남한말투를 쓰는 현상을 근본적으로 없애고 비규범적인 언어요소를 배격하며 온 사회에 사회주의적 언어생활 기풍을 확립하여 평양문화어를 보호하고 적극 살려 나가는데 이바지 한다‘고 명시 했다. 이것은 최근 북한정권의 대남적대정책과 함께 북한주민의 언어생활에도 깊게 자리잡은 한류흐름을 차단하기 위한 고민의 흔적이 엿보인다. 북한은 이법을 통과시킴으로써 2020년과 2021년에 제정한 ’반동사상문화배격법‘, ’청년교양보장법’과 함께 북한주민의 인권을 침해하고 일상생활을 통제하는 3대악법을 완성했다, 북한이 ‘평양문화어보호법’과 같이 일상언어를 통제하려는 이유는 언어가 정신을 지배하기 때문이며 특히 북한의 장마당을 통해 가정내부로 전파되는 한류문화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그 이면에는 주민들의 사상과 문화, 특히 청년세대들이 남한문화에 젖어드는것에 대한 북한 정권의 불안감이 깔려있는 듯하다. 현재 북한 주민들, 특히 ?년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언어생활에서의 한류실태는 다음과 같이 심각하다. 첫째, 청년들 사이에서 북한식 ‘동무’나 ‘동지’가 아니라 한국식 연애문화의 유행에 따른 ‘오빠’라는 호칭의 사용이다.
둘째, 기업과 주민들 사이에 ‘사장님’이나 ‘지배인님’등 직책뒤에 ‘님’자를 붙이는 것이다. 북한에서는 전통적으로 ‘지배인 동지’ ‘동무’등이 일반적이었다. 북한은 이를 금지하기 위해 ‘제19조 남한식 부름말을 본따는 행위금지’ 조항을 만들었다.
셋째, 부드럽고 애교스러운 말투의 유행이다. 제22조에 남한식 억양을 본따는 행위금지 조항을 보면 ‘공민은 비굴하고 간드러지며 역스럽게 남한식 억양을 본따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한국드라마나 방송에서 나오는 부드럽고 상냥한 말투를 ‘남한식 억양’으로 규정하고, 절도있고 단정적인 ‘군대식 억양’을 사용하라는 것이다. 넷째, 서울말투와 한국식 이름, 애칭사용, 줄임말등의 유행이다. 제23조 ‘공민은 자녀들의 이름을 남한식으로 짓거나 공민은 촌스럽고 말꼬리를 올리는 것과 같은 비규범적인 억양으로 말을 하는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한다. 등과 같은 규정에서 한류의 유행 흔적을 엿볼수 있다.
다섯째, 북한 공공기관에서의 한국식 언어생활 양상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대중들의 상업분야 및 과학기술, 정보분야에서 남한식 언어유행을 확인할 수 있다, 남한식 말로 표기된 가격표, 차림표, 안내표 광고를 게시하거나 상품을 진열해 놓고 봉사하는 행위를 금지 한다고 규정한 것이 그 예이다.
‘평양문화어보호법’ 상당부문은 한국식 언어생활에 대한 강력한 법적통제와 다양한 처벌조항들로 담겨져 있다. 청년들이 이를 어겼을 경우 그 부모들에 대해 종업원 총회와 인민반 모임등에서 출석을 통보하고 망신을 주어야 한다고 규정했다. 또 사회안전기관을 비롯한 해당 법기관은 자료폭로 및 군중투쟁모임, 공개체포, 공개재판, 공개처형등 공개투쟁을 진행하여 남한문화에 오염된 자들의 기를 꺾어놓고 광범한 군중을 각성시켜야 한다는 내용도 있다. 북한은 ‘평양문화어보호법’의 목표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 3가지를 열거했다. 먼저, 교육과 교양으로 모든 단위에서 준법교양을 강화하여 공민들이 ‘평양문화어’를 고수하도록 하며 또한, 선전 선동으로 남한말을 없애기 위한 투쟁을 해야하며 이것은 사회주의 운영에 있어, 인민과 후대들의 사활이 걸린 심각한 정치투쟁, 계급투쟁이다. 그리고, 규율과 통제를 통해 국가는 남한말투를 본따거나 유포한자들에 대하여서는 남한문화에 오염된 쓰레기로, 범죄자로 각인하고 누구든지 엄한 법적제재를 가해야 한다고 적시했다. 이 조항들을 보면 북한사회에서 시장화와 함께 발전한 아래로부터의 한류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불안과 초조함이 오롯이 느껴진다.
최근, 미국 미들베리(Middlebury)국제연구소 로버트칼린(Robert Carlin) 연구원과 지그프리드 해커(Siegfried Hecker)교수는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한반도 상황이 지난 1950년 6.25사변이후 그 어느때보다 더 위험하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2019년 북·미정상회담에서 협상결렬에 실망한 김정은이 북한정권의 목표였던 미국과 관계정상화를 포기했으며 국내적으로 경제악화와 한류의 확산등으로 민심이반이 커지며 김정은이 전쟁을 결심한 주요원인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