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박병훈 톡톡브레인심리발달연구소 대표 |
사전에 어떤 숙의 없이 힘으로 의대 정원을 밀어붙이는 모습을 보며 민주주의를 다시 생각한다.
출국 금지된 피의자가 한 국가의 대사로 임명돼 출국한 것이 상식적인가.
문명화한 한국 사회에서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 된다고 생각하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이 서글프다. 대한민국이 요동치고 있다. 성숙과 발전을 향한 성장통이면 좋겠으나 그 반대여서 걱정인 것이다.
한국의 민주주의가 후퇴하고 있다.
지식인들은 침묵하고 있고 불의에 저항했던 청년들은 현실의 무거운 짐 밑에 깊숙이 깔려 있다.
최근 스웨덴 예테보리대학 민주주의다양성연구소는 한국의 자유주의 지수를 0.60점으로 평가했다. 이 점수는 전세계 179개 나라 중 47위에 해당하는 수준이다.
이 연구소는 지표의 하락세가 뚜렷한 나라를 독재화가 진행되는 나라로 분류한다.
분노가 치미는 것은 한국도 독재화가 진행 중인 42개 나라에 포함됐다는 점이다.
그동안 어떻게 쟁취해온 민주주의인가.
특별히 한국을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민주주의가 회복하는 사례로 지목하여 소개했던 이 연구소가 이제 한국의 민주주의가 권위주의 정권 수준으로 되돌아갔다고 지적한 것도 뼈아프다.
미국 하버드대학교 정치학과 교수인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엘 지블렛의 저서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에서 민주주의의 붕괴를 막기 위한 몇 가지 해답을 찾아보자.
이들은 미국에서 벌어졌던 민주주의의 붕괴를 목격하면서 제도만으로 선출된 독재자를 제어할 수 없다는 점을 간파했다.
이 저서에서 선출된 독재자는 사법부를 비롯한 중립적 기관을 자신의 입맛대로 요리하거나 심지어는 정권을 유지하기 위한 무기로 활용하려 든다고 했다.
지금 한국의 상황과 똑같지 않은가. 더욱 참혹스러운 일은 선출된 독재자는 민주주의를 합법적으로 활용해 민주주의를 죽인다는 것이다.
이것이 진짜 비극이다. 이들은 민주주의가 정상적이고 건강하게 작동하기 위해서는 성문화되지 않은 규범이 헌법을 뒷받침해야 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다.
성문화되지 않은 규범은 두 가지이다. 한 가지는 상대 정당을 정당한 경쟁자로 인정하고 관용하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른 한 가지는 제도적 권리를 행사할 때 신중함을 잃지 않는 자제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정당에만 해당하는 문제일까. 이제 한국에서도 지배적 힘이 있는 다수파를 향해 의도적으로 비판이나 반론을 제기하는 악마의 대변인이 필요하다.
국가든 조직이든 다양한 의견교환이 이루어질수록 의사결정의 질이 높아진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집단의 문제해결능력은 동질성과 한 배에 탈 수 없다. 의견의 다양성을 수용하는 태도를 갖추는 일이야말로 민주주의의 가드레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