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수도 독일 베를린의 문화적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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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문화수도 독일 베를린의 문화적 자산

윤익 미술문화기획자

윤익 미술문화기획자
[문화산책] 세계인들에게 사랑받으며 국제화된 문화예술의 도시들은 공통된 자산을 지니고 있다. 일부 선진국에서는 몇 개의 전문화되고 시대별로 분리되어 기능적이며 다양한 미술관들을 통하여 시민들에게 더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예를 들면 프랑스 파리에는 국제적 예술의 도시라는 명성에 걸맞게 다수의 세계적 수준의 박물관과 미술관들이 다양한 형태로 존재한다. 국립과 공립 그리고 사립의 형태로 구별되며 도시 어디에서도 미술관의 근접성이 매우 용이하고 어느 지역에도 미술관은 반드시 존재한다. 전 세계의 모든 사람이 알고 있는 루브르박물관을 시작하여 올세이미술관, 파리시립근대미술관, 퐁피두센터 그리고 최첨단의 현대미술 공간인 팔레도쿄로 마무리되는 관람코스는 미술애호가들에게 총체적인 종합선물셋트이다.

이러한 미술관들은 소장품을 시대별로 구분 제한하여, 이곳을 순서대로 관람하고 나면 마치 한 권의 미술사 책을 보는듯한 느낌으로 오늘날의 미술을 이해하고 나아가 프랑스문화와 서구의 문화적 발전과정을 보여준다. 영국의 런던에 가보아도 상황은 동일하게 진행된다. 가장 현대적인 테이트모던 미술관과 가장 전통적인 대영박물관, 테이트 브리튼 그리고 사티갤러리, 내셔널갤러리 등이 서로의 영역과 특성에 맞추어 전 세계인을 관람객으로 유치하며 이틀 정도를 보아도 대충 관람하는 방대한 컬렉션이다. 우리와 가깝게 인접한 일본의 동경 역시 상황은 유사하다. 사립미술관이면서도 세계적인 수준의 현대미술을 관람할 수 있는 모리미술관과 근래에 개관한 동경국립신미술관, 공원의 숲속에 자리를 잡고 어린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과 조각 등을 전시하는 지브리미술관, 동양의 전통미를 보여주는 동양자기미술관 등이 일본의 풍성한 조형예술적 볼거리들을 제공한다.

정치, 경제로 잘 알려진 독일의 수도 베를린을 살펴보아도 이러한 문화적 자산은 매우 훌륭하여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베를린(Berlin)은 독일의 면적과 인구 면에서 최대 도시이다. 행정구역상 인구는 370만명이며, 생활권으로 보면 450만명으로 유럽 연합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이다. 문화적 상황은 더욱 놀라운 수치의 확장성을 보여준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는 세계에서 유명하고, 3개의 오페라하우스와 1500개가 넘는 극장과 무대가 존재하며, 베를린 국제 영화제로도 유명하다. 여기에 175개가 넘는 박물관과 컬렉션들로 유명하다. 베를린은 문화, 정치, 매체와 과학의 세계적인 도시로도 알려져 있다. 베를린의 경제는 첨단 기술 기업과 서비스 분야를 기반으로 하며, 다양한 범위의 창조 산업, 스타트업, 연구 시설, 미디어 기업과 컨벤션 장소를 포괄한다. 베를린은 역사적으로 계몽주의, 신고전주의, 자유주의 혁명의 과학적, 예술적, 철학적 중심지 역할을 해왔다.

베를린에는 3개의 세계유산이 있으며, 이 세계유산으로는 박물관 섬, 포츠담과 베를린의 궁전과 공원, 그리고 베를린 모더니즘 주택 단지를 손에 꼽는다. 베를린의 중심을 흐르는 슈프레강에 위치한 박물관 섬(Museumsinsel)은 1701년 성립된 프로이센 왕국 시기에 프리드리히 빌헬름 4세가 박물관을 만드는 데 공을 들이며 시작되었다. 1830년 그가 세운 박물관을 중심으로 대를 거치며 총 5개의 대형 박물관이 완공되었고, 본래 평범한 주거지였던 섬은 ‘박물관 섬’이라 불리며 예술의 집합지로 변신하였다. 1918년 이후에는 왕가의 소장품들이 프로이센 문화유산 재단에 위탁되면서 대중에게 공개되기 시작했다. 가장 오래된 구 박물관과 신 박물관, 보데 박물관, 구 국립 미술관, 마지막으로 완공된 페르가몬 박물관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 다른 모습이지만 모두 웅장하고 아름답게 지어져 마치 신전이 모여 있는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외관이 망가지고 소장품이 분산되었으나 통일 후 복원 작업을 거치며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이외에도 베를린 시내에 다양한 미술품을 만날 수 있는 국제적인 뮤지엄들이 존재한다.

진정한 문화도시의 지표 기준은 다양한 설정이 가능하다. 그 첫 번째로 도시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문화향유를 위한 수준 높은 하드웨어와 이를 뒷받침하는 프로그램을 언급한다. 이는 베를린의 사례처럼 수많은 공연장과 미술관, 박물관 등 문화시설의 존재 여부이다. 또 다른 기준점은 외부에서 그 도시에 찾아오는 방문자들의 유무이다. 현재 문화도시를 표방하는 대다수 도시에는 외부에서 찾아오는 관광객이 넘쳐나며, 그들에 의한 경제적 이득과 지속가능성을 유발하는 문화적 혜택은 다른 도시들에 부러움을 안겨준다. 어느덧 봄비가 내리며 외부활동에 유혹이 다가오는 4월이 시작된다. 문화도시 광주에 사람들이 찾아오고 시민들이 행복한 문화향유가 꽃 피우길 기대하며 광주의 미래를 위한 보다 현실적인 고민이 논의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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