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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당금 예술이 빽그라운드 대표 |
홍콩의 3월은 아시아 최대 규모인 미술장터 아트페어가 개최된다. ‘아트바젤’은 해마다 개최되는 국제 아트페어로 스위스, 홍콩, 미국 마이애미 등에서 열리는데 친구의 초대 덕분에 코로나 이후 최대 규모로 개최한다는 아트바젤 홍콩 페어를 관람할 기회가 생겼다. 조마조마한 첫 방문이었던 만큼 두 번째 방문이 설렌다. 비행기표를 예약하려니 홍콩중국행 비행기와 숙박 시설 등이 성수기 가격으로 급등해 있다. 아시아 최대 미술시장인만큼 비싼 금액을 지불하더라도 쇼핑을 겸한 예술 관광객들이 자발적 소비를 하기 위해 홍콩으로 몰려오기 때문이다.
여전히 쇼핑하고 싶은 도시, 가보고 싶은 도시, 흥미로운 도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자료를 찾아보니 홍콩이 1998년 아시아문화예술 중심지로 서구룡 문화지구(West Kowloon Cultural District)를 조성계획을 발표하며 수조원 이상의 국가 예산을 지원하고 중장기 도시발전 계획을 설계하며 문화예술을 핵심 콘텐츠로 국가 주도 사업으로 조성했기 때문이다. 아시아에서 전 세계 예술허브로 확장될 것임을 이미 예상하고 구룡반도 서쪽과 빅토리아 항구 일대를 간척한 서구룡 문화예술지구는 볼거리 즐길거리 먹거리 쇼핑까지 한곳에서 즐길 수 있게 하여 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간 홍콩은 아시아 최대 금융 도시, 쇼핑 천국, 화려한 밤 야경으로 관광객을 끌어 모았지만 21세기는 예술을 중심으로 새로운 변화를 예술과 행정이 부단히 모색하면서 최고의 관광객을 불러들어야 한다는 것을 똑똑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예향의 도시 광주가 홍콩보다 5년 뒤인 2003년 아시아문화중심도시 광주 조성계획을 발표하고 수조원의 국가 예산을 수립하면서 5대 문화권 등을 조성하며 닮는 듯 하였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예산 축소 등 정치적으로 몸살을 앓았다. 이처럼 홍콩의 서구룡 문화지구와 광주의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조성계획이 문화예술을 핵심 콘텐츠로 예술관광이라는 같은 방향을 가는 듯 했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서로 다른 결과로 드러나고 있다.
홍콩과 광주 이란성 쌍둥이처럼 서로 같은 듯 다른. 홍콩 서구룡 문화지구는 공연장과 전시 센터, 도시 공원, 카페와 레스토랑, 일몰 풍경과 야경을 즐길 수 있는 해안가에는 세계적인 건축가가 디자인 한 엠플러스(M+) 비주얼 컬처 박물관, 홍콩 고궁박물관, 홍콩 최대의 블랙박스 극장인 프리스페이스, 중국 오페라와 전통연극을 볼 수 있는 시취 센터, 아트 파크, 예술과 건축이 공존하는 복합문화쇼핑센터 K11 뮤제아 등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개성있는 건물들이 2026년까지 들어설 예정으로 세계적인 예술 중심지로서의 구역을 확고하게 장착중인 반면 2028년까지 아시아 문화중심도시 허브를 지향했던 광주는 어떠한가.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랜드마크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하고 있는가? 그나마 양림동 동명동 금남로 충장권 등을 도시 재생으로 연계하며 핫 플레이스를 구축하고는 있지만 해외 관광객은 현저하게 저조하다. 문화예술 아시아 허브로서 관광객을 불러들이고 있나? 서구룡 문화지구에 위치한 중국 전통 오페라와 연극을 볼 수 있는 시취센터와 같은 공연장은 물론이요, 세계 5대 비엔날레에 손꼽히는 광주국제비엔날레를 개최하는 도시의 명성에 비해 국제적인 미술관이나 뮤지엄도 없이 랜드마크를 내세우며 불러들일 콘텐츠 인프라마저 빈약하다.
가고 싶은 도시, 흥미로운 도시, 예술적인 도시로서의 광주를 위한 충분 조건은 무엇인가. 문화예술의 지속 가능한 발전을 모토로 문화예술 핵심 콘텐츠, 기반시설 등에 자본을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대책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정치의 꽃 선거철이다. 선거 때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을 연계한 정책들이 난무해지고 노잼도시 탈출을 도모한답시고 대기업의 복합쇼핑몰 건축이 일신방직부지에서, 어등산에서, 광천터미널에서 피노키오 코처럼 들쑥날쑥이다.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현명한 정치가 필요할 때이다. 정치란 무릇 사람들 사이에 서로 생각이 다르거나, 혹은 다툼이 생겼을 때 이것을 해결하는 활동이다. 지역민과 지역을 위해 봉사하겠다고 하는 정치인이라면 문화중심도시로서 아시아허브를 꿈꾸었던 광주의 미래와 어울리는 문화예술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도모할 수 있는 예술적 도시계획으로 미래 세대의 삶이 반영되는 도시가 건설될 수 있도록 함께 해결할 수 있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 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