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예술활동과 환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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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문화예술활동과 환경

김홍석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김홍석 광주문화재단 사무처장
[아침세평] 4월이 다 지나가고 5월이 다가온다. 목련꽃, 개나리, 벚꽃이 흐트러진 대지에는 생동감이 넘치고 비발디의 사계 중 봄이 활기차게 울려 퍼진다.

4월의 우리 역사 속에서는 1948년 제주4·3사건으로 희생된 2만5000명의 민간인 희생, 1960년 3·15부정선거와 4·19혁명으로 이어지는 186명의 희생자들, 2014년 4·16일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304명의 희생자들, 1980년 5월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역사와 기억은 새삼 나를 깨운다.

이런 비극의 역사가 다시는 되풀이 되지 않아야겠으며 우리는 이것을 기억하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이고 과거의 역사를 치유하고 예술적으로 승화시키는 창작 활동은 우리 문화예술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의 몫이기도 하다.

예술 활동과 환경을 살피며 과거의 내 모습을 잠시 떠올려본다. 광주에서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청운의 꿈을 안고 서울에 있는 대학원에 진학했다. 입학식을 마치고 지하에 위치한 연습공간에서의 충격은 지금도 가시지 않는 기억이다.

연습실 피아노 앞에 앉아 나는 그 날 아~ 하는 소리 한 번 내지 못했다.

그 이유는 옆 방에서 연습하는 학부생들의 기량이 너무 뛰어나 그걸 듣고 있으며 한없이 작은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지방과 서울의 격차와 초라한 나의 현주소를 보았기 때문이다.

음악을 포기할까도 고민했지만 결국은 연습만이 살길이다고 여기며 이를 극복해갔던 기억이다.

이런 문화적 충격은 독일 유학중에는 더더욱 컷지만 나를 성장시키고 끝까지 성장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그 사회의 문화예술인에 대한 존경과 생활속에 일상의 문화, 포용력이라는 것을 부인할 수 없다.

세계 역사 속에서 나폴레옹 전쟁의 승리와 파리 점령이 데카브리스트 난의 결정적 계기가 되었음을 기억할 것이다.

1814년 러시아 제국의 알렉산드르 1세는 나폴레옹을 권좌에서 축출하고 파리를 점령하는 데 성공했다. 이때 황제를 따라간 청년 장교들은 프랑스 사회의 모습과 자유주의의 향기를 맛보았고 러시아의 현실과 비교하며 문화적 충격을 크게 받게 된다.

젊은 장교들은 러시아가 유럽 열강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급진적인 자유화와 근대화로의 개혁이 필요하다 판단하여 데카브리스트 난을 계획했던 것이다.

예술활동과 환경을 논하는 데 있어 피렌체의 메디치 가문에 대한 언급은 필수적이다. 14세기 메디치 가문은 금융업을 통해 부를 축적한다.

피렌체공화국 막후에서 정치권력을 장악했던 시민 출신의 메디치가는 시민 공동체 중시 여기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도시의 정치, 문예 활동에 관여한다.

시대 흐름에 따라 성당과 수도회를 적극적으로 후원했던 메디치 가문은 르네상스라는 새로운 문화를 피렌체에 꽃피우게 되며 오늘날 메세나 운동의 근원이 되기도 한다.

제22대 총선이 끝났다. 극한 이념의 대립 속에 문화예술 관련해 지역 특화형 공약은 이슈가 아니었다. 지역 대표 문화예술 콘텐츠를 키우고 시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늘려야 한다.

수준 높은 문화예술을 원하는 지역 예술가와 민심을 반영한 좋은 콘텐츠를 위한 각고의 노력은 문화재단만의 책임은 아니다. 예산 확보와 도시가 예술인을 포용하고 예술하기 좋은 도시, 청년이 활동하기 좋은 도시를 만들기 위해 다 같이 노력해야 한다.

국가는 예술을 활용해 국가의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사용하기도 하며 일부 예술가들은 권력의 부당함, 인권 문제, 사회적 불평등 등을 다루는 작품을 통해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시하기도 한다.

예술은 창의성과 혁신을 촉진하는데 기여하며 예술적 창작 활동은 문제 해결 능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이러한 기능은 사회적, 경제적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 예술 형태를 통한 이야기, 소수자들의 문화 다양성이 증진되고 사회적 이해와 치유, 연대감이 증대된다.

순수예술은 세계 어느 국가에서도 수지타산을 맞추지 않는다. 그만큼 긴 호흡을 가지고 지속돼야 하기 때문이다.

문화예술지원과 예술가들에 대한 존경, 그 가치를 인정하는 사회 환경의 성숙 없이는 순수예술은 지속되기가 어렵다.

T.S.엘리엇은 4월을 잔인하다고 작품 황무지를 통해 표현했다. 꽃이 피고 대지에 생동감과 활기가 넘치는데 왜 잔인할까? 얼어붙은 땅을 뚫고 생명의 싹을 터트려야만 하는 가냘픈 생명체, 이 시기를 역설적으로 잔인하다고 표현했다고 한다.

2024년 광주시와 광주문화재단이 공모를 통해 지원한 예산은 50억원에 이른다.

어려운 긴축 재정 속에서 광주시가 문화예술 분야에 대한 예산 삭감을 하지 않은 점, 추진 중인 전방·일신방직 부지 내 근대산업유산을 활용해 문화예술촌 조성 진행은 환경 생태계에 희망을 갖게 한다.

예술가들이 생명의 싹을 터트리도록 잔인한 4월을 뚫어내고 행복한 미래, 문화의 향기와 흔적을 남기는 도시를 만들어가는데 시민사회의 동참을 바래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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