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 대전환과 통일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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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남북관계 대전환과 통일의 과제

박찬용 (사)광주한백통일재단 상임대표, 정치학 박사

[광남시론] 지난해 12월 북한 김정은이 대남 통일정책 노선을 변경했다. 대한민국을 제1의 적대국으로 규정하고, 한반도에 두 국가가 병존한다고 선언했다. 기존 북한의 통일전선노선에 의한 통일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한반도에 전쟁이 일어날 경우 무력통일을 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현재 핵과 미사일 도발로 인해 대남,대미관계가 원활하지 못하며, 외부경제와의 교류도 철저히 막혀 경제적 난관은 계속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1990년대 북한의 고난의 행군 시대에 태어나 국가배급혜택을 받지 못한 이른바 ‘장마당 세대’를 중심으로 자유로운 남한문화는 소리없이 스며들고 있다.

우크라이나전쟁으로 인해 북,중,러와 한,미,일이 결탁하는 신냉전의 국제정세가 등장하면서 김정은은 독립적인 사회주의국가로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을 지키기 위해 대한민국과 병존하는 두 개의 국가론을 들고 나온 것이다.

핵과 미사일은 원할한 경제를 대체할 수 없다. 공포와 억압으로 인민의 불만을 일시적으로 억제할 수 는 있으나 체제안정에 대한 불안감을 배제하기는 어렵다. 김정은의 전쟁불사론은 대남위협과 동시에 인민을 체제내에 가두려는 양면적 위협전술이다.

한편, 일본의 산케이신문(産經新聞)은 지난 1월 중국 지린성의 의류공장과 수산물 공장에서 임금체불문제로 2000여명의 북한 노동자 폭동이 일어났고, 중국 단둥시 의류공장에서도 출근을 거부하고 귀국을 요구하는 집단행동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이에 북한 당국이 영사와 국가보위성 요원들을 총동원해 수습을 시도 했으나 북한에서 파견된 관리직 대표가 폭행당해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북한 당국이 200여명을 구속해 본국에 이송하고 이들을 처형하거나 수용소에 보내진 것으로 확인됐다. 이 폭동의 주동자는 30대 전후로 국가의 혜택을 받지못한 ‘장마당 세대’가 주도하면서 북한에 충격을 주었고 북한의 노동신문, 조선중앙통신등 북한 주요매체는 해당사건이 주민들에게 미칠 파장을 방지 하기위해 관련내용을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 지린성 공장 점거시위는 그동안 북한체제에서 상상하기 어려웠던 일로 ‘북한판 노동운동의 태동’으로 볼 수 있으며 북한 정권의 통제력 상실을 보여주고 있다.

노동자들이 조직해서 하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집회,시위자유가 억압된 북한에서 대단히 충격적인 소식이다. 또한 파업노동자들이 북한 당국의 직접적 책임을 요구한 점은 90년대 고난의 행군이후 주민의 삶을 책임지는 국가에 대한 희망을 버린 북한주민들이 권리를 침해하는 국가라는 개념을 정립해 불만을 명시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난달 18일 대북전문가 ‘빅터차’(Victor Cha)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아시아담당 부소장 겸 한국석좌는 미국 뉴욕 코리아소사이어티 대담에서 한반도 통일은 연착륙 형태로 오지 않을것이며 보수와 진보 어느쪽 정권이라도 통일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빅터차는 1국가 2체제나 30년에 걸친 점진적인 통합 따위의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한국은 항상 위기후 균형, 다시 위기후 균형과 같은 역사를 거쳐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차 석좌는 정부가 통일은 장기문제이니 최대한 뒤로 미루거나, 통일은 위험하고 자본이 많이 드는일이니 통일의 여건을 만들지 않겠다고 한다면 이는 정부의 책무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설령, 국민들이 통일을 원하지 않는다 할지라도 ‘당장 통일이 가능하다’ 라고 말해야 하는 시점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차 석좌는 한반도 통일은 북한세습정권의 종말 혹은 북한주민에 대한 중국의 국경개방등 2개방식으로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우리정부에서는 준비 안된 통일은 재앙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므로 남북통일 전후 한반도 재건 시나리오에 대한 정책연구와 국민홍보를 꾸준히 해야한다.

통일은 단기적으로 많은 비용을 필요로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많은 혜택을 가져오는 작업이며 코리아 디스카운트(Korea Discount)가 사라지고 더 많은 일자리와 더 큰 내수시장을 창출할 수 있으므로 통일비용은 이를 상쇄하고도 남는다.

한국과 북한의 국가 정체성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자유민주적 질서론의 평화적 통일은 북한체제의 변화가 전제되어야 한다. 이제 북한 김정은 체제의 변화를 견인하는 근본적인 통일정책이 필요하다. 또한 통일문제를 민족주의를 바탕으로 장기적 국가발전차원에서 접근하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며 인구구성에 많은 변화가 예상되므로 차세대 재외동포들의 이주문제와 다문화 사회와의 접목도 연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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