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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진 성덕초 교장·교육학박사 |
교장 연수 과정에서는 예비 교장들이 성공적인 교장이 될 수 있도록 많은 강사가 도움을 준다.
그중 ‘MZ 교사’들의 특성을 잘 이해해야 한다는 내용의 강의도 기억이 남는다.
강의에 중심 내용은 ‘MZ 교사’들은 고유의 특징을 가지고 있으니, 그것에 잘 맞춰 학교를 운영해야 한다는 내용으로 기억한다.
강사는 이를 위해 신문에 보도된 설문 결과 하나를 보여줬다.
한국갤럽에서 기성세대 1000여 명을 대상으로 젊은 세대에 대한 인식 조사를 한 결과였다.
설문 결과, 나이가 있는 선배 기성세대는 최근의 젊은 세대를 매우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요즘 젊은 세대는 자기 권리만 주장한다(86.9%), 예의가 없다(79.9%), 이기적이다(86.8%), 돈 계산이 지나치게 정확하다(72.6%)로 조사됐다는 것이다.
“맞아, 요즘 젊은 교사들은 좀 그런 거 같아”하고 고개를 끄덕이려 하는 순간, 강사는 “요즘 젊은 교사들 이야기가 아니고, 여기 앉아 계시는 교장 선생님 여러분들에 대한 평가입니다”라고 한다. 해당 내용이 1992년 조사라는 것이었다.
설문은 요즈음의 MZ 세대 얘기가 아니었다. 오히려 지금은 꼰대라 불리는, 그리고 한때는 X세대니, 신세대니 불렸던 사람들에 대한 평가였다. 또 지금의 교장, 교감들이 젊은 세대였던 시기 선배들로부터 받은 평가이기도 했다.
마침 1992년은 지금은 교장이 된 내가 첫 발령을 받은 해이기도 하다.
강사는 ‘MZ 교사’ 들을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교장들 스스로 자신의 젊은 시절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나도 한때는 자기 나름의 정의감에 불타, 늘 교장에게 입바른 소리 많이 해 대는 이른바 ‘벌떡 교사’ 시기가 있었다.
‘벌떡 교사’란 교장과 선배들이 있는 교무회의에서 손을 들고 벌떡 일어나 반대 의견을 쏘아 대는 교사를 지칭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초임 학교 때 교무회의가 늘 교장 선생님의 마무리 발언으로 끝난 것을 비판하며 “왜 교장 선생님 말씀이 끝나고 그 말에 대한 우리 교사들의 생각을 듣지 않느냐”고 따지다 교무부장에게 혼이 난 기억이 있다.
그냥 젊은 선생님들의 이야기도 듣고 같이 결정하자는 말이었는데, 지금 같은 여유가 없다 보니 대뜸 반항하는 것으로 들렸었겠다 싶다.
꼰대라 불리는 교장도 젊은 교사 시기가 있었다. 반면에 후배들도 곧 선배가 된다. MZ 교사의 일부는 이미 꼰대이거나 젊은 꼰대가 됐다.
학교에서 ‘꼰대 교장’과 ‘MZ 교사’, 이렇게 구분해서 갈라치기를 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MZ 교사는 새로운 인류가 아니다. 그냥, 교장과 교감들의 젊은 시절일 뿐이다.
MZ 세대 또는 X세대 이런 분류는 그 시대를 분석하는 연구자들의 편의에 따라 붙여진 이름일 뿐 새로운 인류의 탄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MZ 교사는 그저 모두 요즘 청년들이고, 듬직한 청년 교사일 뿐이다. 그러니 청년 교사를 새로운 인류를 대하듯 불편해할 필요도 없고, 어려워할 필요도 없다. 혀를 찰 필요는 더더욱 없다.
선배 교사들은 후배 교사들을 존중해 주고, 응원해 주고, 그들의 능력을 믿어주고, 모든 문제를 함께 의논하고, 늘 소통하고, 단지 그렇게만 하면 되는 일이다.
같은 문장을 선배와 후배를 맞바꿔 표현하면 또 다음과 같다. “후배 교사들은 선배 교사들을 존중해 주고, 응원해 주고, 그들의 능력을 믿어주고, 모든 문제를 함께 의논하고, 늘 소통하고, 또 그렇게만 하면 되는 일이다.”
글을 마치면서 확인해 보니 마지막 문장에는 또 꼰대 교장의 냄새가 짙게 뱄다.
과연 학교만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