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꺾마, 회복탄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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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칼럼

중꺾마, 회복탄력성

강성휘 전남도사회서비스원장

강성휘 전남도사회서비스원 원장
[광남시론] 인터넷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응원봉을 구매해 집회에 참석한 청년들을 만났다. 집회를 마치 축제에 가는 것처럼 참석했다. 집회 후 참가자 모두가 쓰레기를 치우고 돌아가는 멋진 모습을 해외 언론에서 놀란 눈으로 기사화 한 것을 보면서 한국인으로서 자부심도 느꼈다.

2022년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행했던 말로 ‘중꺾마,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이란 표현이 있다. 당시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이 확정된 후 국가대표 선수들이 건네받은 태극기에 적혀 있었던 글이 기사화되면서 크게 유행했다.

갈대가 흔들리면서도 꺽이지 않듯 흔들리는 삶 속에서도 꺾이지 않고 행복을 향해 나아가려면 갈대처럼 유연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어야 한다. 이때 필요한 것이 ‘중꺾마’ 아닐까? 심리학에서는 이를 ‘회복탄력성’이라 한다.

회복탄력성은 고무공을 바닥에 던지면 다시 튀어 오르는 것과 같은 특성이다. 심리학에서는 ‘역경을 경험했거나 경험하면서도 이전의 적응 수준으로 돌아오고 회복할 수 있는 능력’ 이라 정의한다.

이와 관련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과 마르크 뤼터 나토(NATO) 사무총장의 윤 대통령 비상계엄 및 탄핵과 관련한 인터뷰가 눈에 띈다.

국회가 비상계엄을 해제한 바로 뒤인 12월 4일 열린 나토 외무장관회의 기자회견에서 네델란드 총리 출신 마르크 뤼터 사무총장은 우리나라 상황과 관련해 “계엄령 해제 발표는 법치주의와 관련한 한국의 지속적인 의지를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한국인은 상황을 안정화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미 국무장관 토니 블링컨은 12월 14일 요르단 아카바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 국회가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가결한 것과 관련해 “우리는 한국이 헌법에 명시된 절차를 평화적으로 따르는 것을 봤다”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한국이 민주적 회복력을 보여줬다는 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무엇보다도 우리는 한국 국민을 강력히 지지한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의 기습적, 반헌법적 비상계엄 선포를 즉시 해제시키고, 탄핵을 쏘아 올린 국민들과 국회의 모습을 국제적으로 비중 있는 이 두 인사는 한국인의 ‘지속적인 의지’, ‘민주적 회복력’으로 평가했다. 우리 국민의 민주적 회복탄력성을 정확히 본 것이다.

동유럽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전쟁, 중동 이스라엘과 하마스 가자전쟁, 기후재난 등으로 세계 곳곳에서 많은 사람들의 삶이 고통받고 있지만 우리나라 같은 강력한 회복탄력성을 보는 것은 쉽지 않다. 오히려 전쟁 장기화, 다국전 확전 등 갈등과 혼란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나라는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모두 17차례의 계엄을 겪었다. 이 모든 계엄 때마다 즉각적인 회복탄력성을 발휘한 것은 아니지만 우리 국민은 끊임없이 일어섰고, 무섭게 민주주의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발휘했다.

이승만 대통령 12년 장기 집권과 부정선거엔 1960년 4·19 혁명으로, 신군부 세력의 정권 찬탈과 시민 학살엔 1980년 5·18 민주화운동으로, 군사독재 세력의 장기 집권 획책엔 1987년 6월 민주항쟁으로,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엔 탄핵 촛불로 민주주의에 대한 회복탄력성을 발휘했다. 이번 12·3 비상계엄에서도 우리 국민은 민주적 회복력을 유감없이 발휘했다.

김수영 시인은 1968년 5월 29일 발표한 ‘풀’이라는 시에서 ‘풀은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고 적었다. 여기서 풀은 아마도 우리 국민일 것이다.

12·3 비상계엄에 대항해 우리 국민은 탄핵을 쏘아 올렸다. 하지만 진행형이다. 윤 대통령은 탄핵과 조사에 대해 “떳떳하게 맞서겠다”는 처음 말과 달리 공수처의 세 차례에 걸친 출석 요구에도 2주가 넘게 응하지 않고 있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반헌법적 행동을 처음엔 ‘경고성’이라더니, 알고 보니 “도끼로 문을 부수고 끄집어내라”고 직접 지시했고, ‘고도의 통치행위’라면서 “난 잘못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다.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회복탄력성은 어쩌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발휘될 것이다. 공수처 출석을 거부하고 있는 윤 대통령, 헌법재판관 임명에 꼼수를 부린 한덕수 총리, 비상계엄을 모의하고 가담한 김용현, 여인형 등 모든 내란 세력에 대해 분명하고도 단호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정부 수립 후 처음으로 권한대행의 권한대행이 된 최상목 부총리는 국회가 추천한 헌법재판관을 지체없이 임명해야 한다. 헌재는 국민의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야 한다.

국민들의 중꺾마도 회복탄력성도 현재 진행형이다. 민주주의, 지체는 있어도 중단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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