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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하 작 ‘아! 광주’(1995년 작) |
전남 영암 출생으로 ‘무등산의 화가’로 알려진 이강하 화가(1953∼2008)의 이야기다. 올해 그가 생존해 있더라면 푸른 뱀의 해 한층 더 조명받았을지 모른다. 여하튼 푸른 뱀의 해 그의 삶과 회화정신을 되새기는 전시가 마련된다. 그가 세상을 등진 지도 벌써 17년이 됐다. 17년이 흐른 동안 그의 회화는 더욱 그리운 화면이 되고 있다. 전시는 21일 개막, 오는 4월 30일까지 남구 양림동 소재 이강하미술관에서 열린다. 출품작은 회화, 조각, 영상 및 아카이브 자료 등 20여점.
이번 전시는 올해 마련된 첫번째 전시로 미술관에 소장된 작품들로 꾸며진다. ‘이강하의 아! 광주’라는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2018년부터 매년 이강하 화가의 작품을 시대별 주제와 흐름에 맞춰 소장 작품을 선보여온 가운데 그 연장선상에 있는 자리로 이해하면 된다.
특히 이번 소장 작품 전시회는 광주 대표 1종 공립미술관의 존립과 정체성을 수립하는 한편, 지역 문화유산 및 작품 관리보존의 중요성을 담고 있는 동시에 나아가 지속적인 지역 작고 작가 삶과 작품 세계 연구를 통한 동시대성의 세대를 예술로 연결하고, 시민들에게 사회적 공감대와 문화적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의미를 부여한다는 설명이다.
‘광주’의 이야기가 담긴 남도의 풍경 및 ‘무등산’ 연작으로 주제를 나눠 구성한 이번 전시는 시대적 사건이자 격발인 지난 12월 3일 비상계엄을 겨냥하고 있다. 1979년 이후 45년 만에 내려진 윤석열의 비상계엄은 즉각 대응에 나선 국회에 의해 저지돼 6시간 만에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막을 내렸고, 우리는 다시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갔다. 그러면서 ‘우리는 이제 무엇을 자유라 부를 수 있을까’라며 고민한데서 전시는 비롯됐다.
비상계엄은 광주의 트라우마를 가장 예민하게 일깨웠다. 오월의 트라우마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기획의 행간에서는 지난해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던 한강의 강연문을 주시한다. 한강은 강연문에서 “인간의 잔혹성과 존엄함이 극한의 형태로 동시에 존재했던 시공간을 ‘광주’라고 부를 때, ‘광주’는 더 이상 한 도시를 가리키는 고유명사가 아니라 보통명사가 된다는 것을 나는 이 책을 쓰는 동안 알게 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대목에서 용기를 상기한 듯하다. 이번 소장 작품 전시는 무등산을 사랑했던 오월시민군 화가인 이강하의 자유와 평화를 향한 시선들이 머물렀던 장면들이 담긴 작품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다.
이 작가는 한국의 전통성과 오방색을 바탕으로 남도의 사계절 풍경과 1980년 시대상을 담은 내러티브(Narrative)를 통해 독자적 회화성을 구축했다. 그는 1980년 오월, 광주민주화운동 참여로 유죄 판결을 받고, 지명수배자로 2년 여간 영암 도갑사 등 전국의 사찰을 돌며 은둔생활 그리고 1년여 수감생활을 했었다. 그로인해 오랜 세월, 그를 자유롭지 못하게 했다. 사후 유가족의 숙원 끝에 2023년 광주고등법원으로부터 43년 만에 최종 무죄 판결을 받게 되면서 숙원은 풀렸지만 그는 지금 현실의 공간에 부재한다. 당시 작가의 불온했던 감정과 마음은 작품을 통해 고스란히 느낄 수 밖에 없다.
또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대표 회화 작품 뿐만 아니라 1980년대 제작된 ‘자화상’, 오랜 세월의 풍파 속에 손상됐던 그의 흉상 조각과 도자기 작품이 시민들에게 처음 공개된다.
전시 관계자는 “이강하미술관의 소장된 예술가의 삶과 예술세계가 담긴 작품과 아카이브 자료들은 예술적 기원을 소환하면서 잊혀지고, 소멸된 과거의 보편적 사유를 재조명하고 복구해 내고 있다”며 “그 의미를 전시회를 통해 관람객들에게도 전달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고 이강하 화가는 조선대 미술교육과와 동대학원 미술학과를 졸업, 1980년대 샤머니즘 사상이 깃든 ‘맥’(脈) 연작과 남도의 정경이 담긴 ‘영산강 사람들’, 199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무등산과 비단길 위의 누드가 상징적인 ‘무등산’ 연작 등 독자적인 작품으로 개인전 11회 및 100여회의 단체전 그리고 8권의 화집을 발간하며 왕성한 작업 활동을 펼치다 생을 마감했다. 그의 작품들은 광주 이강하미술관에 기증돼 관람객과 방문객들에게 예술의 감동을 전하고 있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들에게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전시 도슨트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