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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리 작가 |
여전히 낯선 이름의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에서 개인전을 열게 된 데는 ‘사라예보 40주년 윈터축제’ 초청, 개막 특별 프로그램으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그래서 작가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의 2025년 국제 협업 프로그램에 신청을 하게 됐고, 결국 선정되면서 기금을 지원받게 돼 개인전이 급물살을 탔다. 국제 협업지원 기금 뿐만 아니라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역사박물관의 초청이 더해져 생소한 곳에서 전시가 현실화된 것이다. 이번 국제전에서 개인전을 진행하는 작가로는 국내에서 유일하다는 설명이다.
작가는 제1차 세계대전(1914∼1918)의 도화선이 됐던 사라예보 사건 및 인종 청소로 악명높았던 20세기 마지막 최악의 전쟁으로 기록된 보스니아 전쟁(1992∼1995) 등 사라예보의 전쟁사에 대한 서치 트립과 다국적 작가와의 협업, 교류를 통해 기존 작업에서 보다 확장, 심화된 작품 제작 과정(드로잉·아카이브)을 신작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작가가 리서치에 나설 ‘사라예보’라는 지역은 인류 전쟁사에서 특수한 지정학적 위치와 역사 현장 장소와의 교류 지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처럼 비극의 땅이었던 보스니아에서의 국제 평화 축제는 올해 40년을 맞이한 가운데 ‘사라예보 윈터 40주년’ 기념 재단의 초청으로 개인 전시가 진행된다.
작가의 개인 전시는 7일부터 12일까지 BKC(보스니아 컬처센터)에서 19개국 48명 작가가 참여해 다국제네트워크 협업전시라는 취지 아래 진행될 사라예보 40주년 겨울 국제 축제전의 특별프로그램으로 마련됐다. ‘7천개의 별과 약속의 땅’이라는 타이틀로 오는 8일부터 3월 8일까지 보스니아 국립역사박물관에서 이뤄진다. 이 전시는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사라예보 40주년 겨울 축제 조직위 주최,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역사 박물관 등의 후원으로 진행된다. 타이틀에서의 7천개는 2020년 당시 광주 광산구 일대 이민자수를 일컫는데서 비롯됐다. 국제전에는 1점이 출품되고, 개인전에는 보스니아 전역의 서치 트립을 포함해 영상, 사운드, 협업 MAP 드로잉 퍼포먼스라고 하는 다양한 매체를 이용한 ‘전쟁사’에 대한 개념이 투영된 복합 작품이 선보인다. 이 작품 사운드 작업에는 보스니아 음향 작가가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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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예술공간 집 특별전에서 선보였던 작품 ‘7천개의 별과 약속의 땅’(2024년 작) |
작가가 국내 전시에서 이주민들의 약속의 땅이 된 고려인마을을 주목했던 것처럼 종교갈등으로 촉발돼 인종청소가 자행, 인류 최악의 전쟁으로 기록되고 있는 보스니아에서 전쟁사라고 하는 공통분모로 작업이 진행되는 셈이다.
그의 작품에는 광주에서의 특별전 때처럼 이주사와 전쟁사가 담긴다. 보스니아는 1차 대전의 도화선이 된 라틴 다리(Latin Bridge), 인종 학살의 현장인 스레브레니차 기념관과 비소코 피라미드 등 참혹한 전쟁의 현장이 넘치는 등 전쟁사로 치면 지구촌 대표적 비극의 땅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작업은 한때 비극의 땅이었던 현지에서의 리서치를 기반으로 한다.
작가는 8일 개막 전 6일부터 현지 리서치를 벌이기로 했다. 이 작가가 워드작업 등 먼저 형식을 생각하고 드로잉이나 설치, 조각 등 방향을 정한 뒤 작가의 작품 위에 전쟁사를 덧입힌 작업을 가미하는 방식이다.
작가는 2011년 강진 월남사지 발굴조사가 시작, 그 터와 지층의 역사가 드러나는 현장을 경험하고, 이를 계기로 과거부터 현대까지 ‘터’라는 땅과 지층의 기억들을 의식하면서 이를 회화, 사진 등 2차원에서부터 설치와 퍼포먼스 등 3차원까지 매체로 구현해온 만큼 이번 작업은 이주사와 전쟁사를 국제적으로 확장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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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예술공간 집 특별전에서 선보였던 작품 ‘7천개의 별과 약속의 땅’(2024년 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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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매리 작가 개인전이 열릴 보스니아 역사박물관 전경(사진=작가 제공) |
이 작가의 개인전시는 전시 장소인 보스니아 국립역사박물관을 비롯해 Chaelama Depot 컨템포러리. BKC 보스니아 컬쳐센터 등과 함께 해 열리며, 사라예보 40주년 겨울 축제 조직위원회 주최로 진행된다. 영상과 사운드, 드로잉 퍼포먼스 등 다채로운 매체로 구현돼 ‘전쟁사’에 대한 개념 및 담론을 담아낼 각오다.
이밖에 이 작가가 패널로 참여할 프레젠테이션은 9일 열리고, 국내에서는 박병옥(NDH 예술감독) 이경모(평론가) 등이 함께 한다. 여기다 아카이브 프레젠테이션&2차 리서치(8월 28일∼9월 12일) 때인 8월 재방문해 보스니아의 아픈 역사 현장을 답사할 계획이다.
이 작가는 그동안 2012년 불가리아 소피아 단체전을 시작으로 2015년과 2023년 두차례 그리스 크레타(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 등 발칸반도에서의 전시 인연을 이어왔다. 최근 10년 동안 인류학적 시선으로 인류와 문명의 생성과 융성 그리고 소멸에 대한 이야기를 시각 예술로 담아온 ‘시(詩)배달’을 주제로 한 작업을 펼쳐왔다.
작가는 3일 출국해 전시일정을 소화한 뒤 13일 귀국할 예정이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