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1980년대 청년이 외쳤다면, 2025년 청년은 살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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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1980년대 청년이 외쳤다면, 2025년 청년은 살아낸다

양윤형 광주청년센터 교류협력팀 주임

양윤형 광주청년센터 교류협력팀 주임
따뜻한 햇살과 함께 꽃이 피어나는 5월이 오면, 광주는 깨어난다. 그 계절의 한복판에서 1980년 5월의 광주는 다시금 사람들의 기억 속에 살아난다. 당시 시민은 청년을 중심으로 불의에 저항하며 맞섰고 민주주의를 위해 자신을 내던졌다. 일터와 강의실을 뒤로한 채 광장과 거리로 나서 피를 흘릴지언정 침묵하지 않았고, 청년은 ‘민주주의’를 외치며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이 시대의 정의는 무엇인가’ 그 치열한 물음이, 결국 우리 사회가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만든 커다란 원동력이 됐다.

그 시절 청년들에게 민주주의는 먼 미래의 이상이 아니었다. 지금 당장 이뤄내야만 하는 시대정신이자 삶의 방식이었다. 불의한 권력 앞에서 침묵하지 않았고 옳지 않은 것을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두려움보다는 신념을 앞세워 광장에 섰고, 외면보다는 연대를 택해 행동에 나섰다. 그 이상을 향해 행동하며 온몸을 내던지는 것. 그것이 곧 민주주의이자 삶이었다.

그에 비해 오늘의 청년 세대는 어떠한가. 과거 청년의 기본 소양으로 여겨졌던 ‘민주의식’과 물리적인 행동은 시민단체나 일부 활동가의 전유물이 된 것처럼 느껴진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오늘의 청년에게는 ‘개인의 생존’이 더 긴급하고 현실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과제이기 때문이다. 높은 청년 실업률, 불안정한 노동환경과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 불안하고 암담한 현실 속에서 ‘민주주의’는 점점 개인의 삶과 관련이 없는 언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일부는 묻는다. ‘요즘 청년들은 왜 예전처럼 행동하지 않느냐’, ‘왜 사회에 대해 목소리 내지 않느냐’고 하지만 그런 질문은 변화한 시대의 청년의 삶을 놓친 물음이라고 볼 수 있다.

지금 청년은 행동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다만, 행동의 방식과 장소가 달라졌을 뿐이다.

오히려 그들은 새로운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살아가고 있다. 변화한 시대에 맞춰 목소리를 내는 방식 또한 진화했다. 공론장은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더욱 활발하게 타오른다. 청년참여기구 또는 자문단으로 활동하며 정책을 제안하기도 하고, 정책을 비판하는 콘텐츠를 만들거나 확산시키기도 한다. 거리에서 구호를 외치는 대신 SNS를 통해 밈(meme)과 콘텐츠로 목소리를 낸다. 환경, 젠더, 세대갈등, 노동, 인권 등 다양한 사회적 의제를 자신의 언어로 작지만 묵직하게 질문하며 때론 광장에서 응원봉을 들고 함께 연대하기도 한다. 민주의식은 사라진 게 아니라 시대에 맞게 새롭게 실천되고 있다.

오늘의 청년은 민주주의를 거창한 구호 대신 자신의 삶의 언어로 외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 변화를 읽어내지 못한 쪽은 우리 사회일지도 모른다. 이제는 청년에게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책임을 지우기보다는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그래서 5·18을 다시 마주하는 계절,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민주주의란 결국 시대마다 새롭게 번역되어야 하는 ‘과제’가 아닐까. 거리로 나섰던 과거의 세대부터 일상의 자리를 지키는 오늘의 세대까지. 서로 다른 방식이지만 동일한 과제를 수행하고 있다. 민주주의는 특별한 사건 속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늘의 청년이 살아내고 있는 다정하고 단단한 일상들 속에도 조용히 피어나고 있다.

불의를 외면하지 않고 남긴 댓글 하나, 작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제안 하나, 주변의 소외된 이에게 건네는 따뜻한 한마디가 바로 민주주의의 실천이다. 그 작은 움직임들이 새로운 연대가 되고, 시대의 언어가 된다. 눈에 확연히 띄지 않았을 뿐, 그들은 여전히 묻고, 연결하고, 행동하고 있다.

오늘의 청년은 그렇게 자기만의 방식으로 민주주의를 살아내고 있다. 과거의 외침이 광장에서 울려 퍼졌다면 지금의 외침은 일상 속에 조용히 스며든다. 다른 방식이지만, 다르지 않은 마음이다. 중요한 건 마음의 방향이다. 민주주의를 바라보는 시선의 방향. 즉, 과거의 틀로 오늘의 청년을 재단하지 않는 것. 그리고 오늘의 청년들이 실천하고 있는 새로운 방식의 민주주의를 제대로 읽어내야 한다. 1980년 청년과 2025년 청년이 같지만 다른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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