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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케이팝 데몬 헌터스’는 지난 6월 20일 세계 최대 스트리밍 플랫폼인 넷플릭스가 공개한 뮤지컬, 판타지, 코미디 애니메이션이다. 대한민국 K팝 아이돌을 소재로 한 최초의 해외 제작 애니메이션이기도 하다.
일본의 소니 픽처스가 제작하고 미국의 넷플릭스가 배급했으며 캐나다 교포인 매기 강과 한국인을 아내로 둔 크리스 아펠한스가 공동감독을 맡았다.
공식적인 총 제작기간은 2021년 3월부터 올해 6월까지 4년 3개월이 넘게 걸렸으며 제작비는 9000만 달러(1241억 4600만원)이상일 것으로 추정된다.
줄거리는 단순하다.
K팝 걸그룹이자 퇴마사인 헌트릭스 멤버 3명이 악마 사냥꾼으로 이중생활을 하며 팬들의 혼을 빼앗는 저승사자 ‘사자 보이즈’와 대결해 팬들을 지켜내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K 팝문화와 한국 전통설화 및 오컬트(초자연적 현상)판타지를 절묘하게 결합해 한국적인 색채가 강한데다 이야기 구조와 등장인물의 서사 또한 탄탄해 작품성이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전 세계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 등을 대상으로 평론가 등의 평가를 종합해 이를 평점화하는 세계적인 사이트인 로튼토마토 지수 96%를 받을 정도다.
#2,
이 영화는 현재 글로벌 열풍에 휩싸여 있다. 공개직후 전 세계 40개국에서 1위에 올랐는데 개봉 4주 차까지도 그 순위를 유지하고 있다.1위 오르는 것보다 유지가 힘든 이 플랫폼의 특성상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영화에 삽입된 노래 파급력은 막강하다. 남자 주인공 진우가 속한 그룹 사자보이즈가 부른 노래 ‘소다 팝’은 세계 최대 음원스트리밍 플랫폼인 스포티파이 차트에서 1위에 오른 것이다. BTS의 ‘다이너마이트’도 3위에 그쳤던 차트에서 갓을 쓰고 노래를 부르던 가상 캐릭터가 1위를 한 것으로 K팝그룹으로 처음 있는 일이다.
주인공 걸그룹이 부른 노래 ‘골든’은 빌보드 ‘글로벌’과 ‘글로벌 200’ 차트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가상의 아티스트가 최초로 세운 기록이다.
음원을 담은 앨범도 빌보드 200차트에서 최상위권에 오르는 등 1편의 애니메이션이 만든 허구의 그룹 노래가 현실 음악 시장을 거침없이 점령하고 있다.
또 유튜브 등에는 남녀 주인공의 노래와 춤을 따라하는 세계 각국의 커버 영상이 유행하고 있으며, 현실 K팝 스타인 BTS,아이브의 안유진 등도 여기에 가세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언론도 앞다퉈 이 영화의 열풍을 소개하고 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K팝에서 가장 큰 이름은 BTS가 아니다. 넷플릭스다’라는 기사에서 “가상의 아이돌 밴드가 인간 아이돌이 결코 이루지 못한 수준까지 도달했다”고 보도했고 뉴욕타임스는 “미국에서 제작됐지만 한국적 감각과 전통을 완벽히 구현한 애니메이션”이라고 평했다. 영국 BBC 방송도 “가상 K팝 밴드가 미국 차트에서 BTS와 블랙핑크를 이겼다”고 말했다.
#3.
이 영화가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K팝과 한국 문화에 대한 깊은 이해와 진심이 담겨 있기 때문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감독을 비롯해 한국계 스태프가 제작에 참여해 문화적 왜곡없이 한국의 멋을 세련되게 담아낸데다 남산타워,잠실주경기장 등 실재장소들을 사실적으로 그려냈고 특히 수저를 놓기전 냅킨을 먼저 까는 한국 특유의 식문화같은 아주 사소한 부분까지 섬세하게 표현, 해외 시청자에게는 신선함을, 우리에게는 반가움을 안겨줬다는 것이다.
또 주인공들이 자신의 약점을 극복하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보편적인 성장서사를 담아 세계인들의 공감대를 형성했다.
특히 뛰어난 음악 완성도도 여기에 한 몫했다. 현재 K팝 산업을 이끄는 최고의 프로듀서들이 대거 참여해 만든 OST는 실제 아이돌의 노래라도 해도 믿을만큼 높은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영화는 우리나라 자본이 제작·배급한 게 아니어서 열풍의 직접적인 수혜는 다른 나라의 몫이 됐다.
대신 영화에 등장한 한복, 갓, 노리개는 물론 때밀이수건, 순대,김밥, 호떡, 라면 등은 관심을 끌고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 아마존에서 ‘KOREAN GAT’을 검색하면 3개의 상품이 나오고 한국 전통 모자로 왕조시대에 사용했던 물품으로 소개되고 있다고 한다.
또 헌트릭스와 사자보이즈의 마지막 대결장소인 남산 타워 등을 찾는 해외 관광객 또한 늘고 있다고 한다.
현재 K팝은 위기다. 2023년 사상 최초로 1억장 판매를 돌파했던 케이팝 음반 판매량이 지난해 9300만장으로 떨어졌고 올해도 전망이 그리 밝지 않기 때문이다.
국적·자본을 초월해 잘 만들어진 K콘텐츠는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다는 것을 증명한 이 영화를 침체에 빠진 K팝이 타산지석으로 삼길 바란다.
김상훈 기자 dangsannamu1@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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