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발 100% 관세…국내 바이오 직격탄 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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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트럼프발 100% 관세…국내 바이오 직격탄 오나

미국 생산 거점 없는 기업 비상…신약 성과·바이오시밀러 경쟁 변수

추석 연휴 이후 국내 제약·바이오 업계는 올 한 해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한 여러 과제를 앞두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가장 시급한 사안으로는 의약품에 대한 ‘미국발 관세 리스크’가 꼽힌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미국에 공장을 건설하지 않은 기업의 의약품에 대해 이달부터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일라이 릴리의 미국 뉴저지주 바이오의약품 생산 공장을 인수한 셀트리온[068270]은 리스크가 해결됐다고 자평했다. 롯데바이오로직스도 뉴욕주 시러큐스에 생산 공장을 갖고 있고 SK바이오팜[326030]은 조기 확보 재고로 미국 내 생산에 착수했다.

반면 미국 내 생산 거점이 없는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삼성바이오에피스 등은 미국 정부의 추후 발표를 예의주시하며 리스크에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현지 공장이 없는 만큼 타격은 불가피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특허 의약품에만 관세를 부과하면 바이오시밀러는 제외될 수도 있다. 위탁생산(CMO)에 대한 구체적 언급도 아직 나오지 않았다.

올해 남은 2달간 신약 개발에 진척이 있을지도 주목된다.

1∼9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허가받은 국산 의약품으로는 메디톡스[086900]가 개발한 지방분해주사제 ‘뉴비쥬주’, GC녹십자의 탄저백신 ‘배리트락스주’ 등이 있다.

최근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등이 신약 개발 진출을 발표했으나 아직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LG화학[051910]은 ‘39호 국산 신약’으로 유력하게 거론되던 통풍 치료제 ‘티굴릭소스타트’의 글로벌 임상 3상을 경제성 등 이유로 3월 자진 중단했다.

그 외에도 여러 국내 기업이 신약 파이프라인 확대에 주력하고 있지만 글로벌 빅파마와 비교하면 부족한 수준이다.

국가신약개발사업단이 작년 457개 기업 및 기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신약 파이프라인 수는 1천701건이었다. 이 시기 글로벌 상위 제약·바이오 기업 10곳은 신약 파이프라인 1천70개를 보유한 것으로 분석됐다. 미국 등 바이오 선진국과의 연구개발(R&D) 규모 격차 등을 고려하면 이는 당연한 결과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 이관순 미래비전위원장은 최근 발간된 정책 보고서에서 신약 개발에 자본 유입이 대폭 감소하는 데다 범국가적 차원의 신약 분야 인재 육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국가바이오위원회에서 신약 개발을 국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정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기구를 시급하게 마련해야 한다”며 “민간 차원에서는 한정된 자원과 개발 속도를 고려해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경쟁력 확보도 올해 남은 주요한 과제로 지목된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에만 셀트리온, 삼천당제약[000250], 알테오젠[196170] 등 기업 바이오시밀러 최소 6개가 국내외에서 허가받았다.

프롤리아, 졸레어 등 주요 오리지널 의약품 특허가 올해 만료되고 트럼프 대통령도 약값 인하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바이오시밀러 시장을 둔 글로벌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따라 각 기업은 퍼스트 무버(최초 출시자) 지위를 확보하고 가격 및 판매망 경쟁력 등을 기반으로 차별화 전략을 세워야 한다.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사의 특허 방어 전략도 넘어서야 한다.

머크의 경우 키트루다의 피하주사(SC) 제형 변경 및 승인을 통해 바이오시밀러의 추격을 견제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머크는 알테오젠이 보유한 인간 히알루로니다제 원천 기술 ‘ALT-B4’ 등을 활용한 ‘키트루다 SC’를 개발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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