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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숙희 농업회사법인 시향가㈜ 대표 |
전남 곡성군 삼기면에 위치한 농업회사법인 시향가㈜는 지역에서 생산된 토란, 딸기, 멜론, 쌀 등 로컬푸드를 적극 활용해 현대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막걸리와 증류주, 약주 등을 생산하고 있다.
회사명 시향가는 ‘베풀 시(施)’, ‘향기 향(香)’, ‘집 가(家)’를 사용해 ‘좋은 향기를 베푸는 집’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담양 출신인 양숙희 대표(44·여)는 20대 시절 캠핑장, 옷가게 등을 운영하며 사업과 가정을 일궈나갔다. 특히 자녀의 건강을 위해 기존 의학 외에도 자연요법, 식이요법 등 다양한 대체의학에 관심을 가졌다.
양 대표는 딸에게 방향을 제시해주는 엄마가 되고 싶은 마음에 2015년 전남과학대학교 대체의학과에 입학했다.
그는 한약재를 접목해 전통주를 만드는 일이 즐거워 학과 내 전통주 동아리인 ‘누룩꽃’에 들어가 동아리 회장까지 맡았다.
졸업작품으로는 ‘동의보감’에 보양주로 소개된 ‘황구주’에서 영감을 얻어 흑염소 술을 빚었고, 양 대표의 흑염소주는 입소문을 타며 주문이 빗발쳤다.
이를 계기로 양 대표는 지역특산주를 사업 아이템으로 2019년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의 청년창업사관학교에 문을 두드렸다.
양 대표는 10개월 동안 주류면허 취득과 제품 개발 등 주어진 과업을 모두 수행, 2019년 8월 곡성군 주관 공방지원사업을 지원받아 곡성읍 한 82.6㎡(25평) 공간에서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던 중 양 대표의 눈에 토란이 들어왔다.
전국 토란 생산량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곡성에서 토란은 흔한 작물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지 않는 작물이기도 했다.
토란으로 막걸리를 만들기로 했지만, 토란은 술 재료로 사용하기 쉽지 않았다.
토란에 다량 함유된 뮤신으로 인한 특유의 걸쭉하고 끈적이는 식감은 맑고 깔끔한 술을 만들고자 했던 양 대표에게 걸림돌로 작용했다.
이후 여러 방법을 시도해보며 최적의 토란 가공법을 연구한 끝에 동결 건조 방법을 찾았다.
양 대표는 “토란은 주로 남부지방에서 재배를 하는데 특히 곡성은 골이 깊고 토질이 기름지며 일조량이 많아 토란재배에 더할 나위 없는 조건을 갖추고 있다”며 “토란은 식이섬유가 풍부해 배변 활동에 도움을 주고, 칼륨이 많아 고혈압 예방에 효과적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토란의 껍질을 벗겨 쌀뜨물에 담근 뒤 얇게 썰어 동결 건조해 칩을 만들었고, 그 토란칩을 고두밥에 넣고 찐 다음 15일을 숙성해 천으로 짜서 술을 담갔다”며 “걸쭉함과 아린 맛이 사라진 토란 막걸리 ‘시향가’가 나왔다”고 덧붙였다.
토란 함유량은 20%인 시향가는 산미가 없고 맑고 깨끗한 맛이 특징이다.
시향가는 첫 출시 이후 이어오던 500㎖ 플라스틱병에서 375㎖ 유리병으로 업그레이드했다. 또 기존 멥쌀을 사용해 이양주 방식으로 빚던 것을 멥쌀에 찹쌀을 더해 삼양주로 제조법을 바꿨고, 유통기한도 45일에서 5~6개월로 늘렸다.
토란의 경험을 살려 멜론, 딸기도 다양한 방식으로 가공해 술 만들어 제품화에 성공했다.
곡성산 가루미 쌀을 원료로 빚은 증류주 ‘네오 40’이 지난 9월 전남도가 주최하고 전남전통주생산자협회가 주관한 ‘2025 남도 우리술 품평회’에서 증류주 부문 최우수상과 새술마루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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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회사법인 시향가㈜ 회사 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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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회사법인 시향가㈜는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 판매를 통해 고객층과 인지도를 확보했다. |
시향가는 FTA와 FDA 인증을 완료하고, 한국 전통주가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품질 관리에 최선을 다했다.
그 결과 미국 현지 법인과 달러화 계약을 체결했으며, 뉴욕의 미슐랭 스타셰프 심성철 셰프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 제품이 납품될 예정이다.
이번 수출은 곡성 전통주가 세계 미식 무대에 오르는 첫 발걸음으로 주목받았다.
특히 전남 지역 최초로 양조장이 직접 수출입을 수행한 사례로, 현지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자사 주도로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양 대표는 “이번 수출은 단순한 기업의 해외 진출을 넘어, 지역 농산물이 세계 시장으로 향하는 지속 가능한 상생 모델로 평가된다”며 “향후 미국 동부권을 중심으로 유통망을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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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곡성산 가루미 쌀을 원료로 빚은 증류주 ‘네오 40’이 지난 9월 전남도가 주최하고 전남전통주생산자협회가 주관한 ‘2025 남도 우리술 품평회’에서 증류주 부문 최우수상과 새술마루상을 수상하는 성과를 거뒀다. |
시향가는 곡성기차마을전통시장 판매를 통해 고객층과 인지도를 확보했고, 국군복지단 인터넷 쇼핑몰 ‘와몰(WA-Mall)’, 강원 홍천의 한 골프장에 입점하며 지역기업의 유통시장 진출 가능성을 보여줬다.
뿐만 아니라 귀농·귀촌인, 청년창업가에게 운영 성공 비결과 경험담을 공유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등 상호 협력과 발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회사는 최근 스마트공장 건립에도 몰두하고 있다.
양 대표는 “저온 창고와 다양한 스마트 설비 등으로 자동화율을 높이고 제품 라인을 확장할 계획이다”며 “지역 농업과 연계한 지속 가능한 주류 생태계를 구축하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역성을 담아내 글로벌 무대에서 한국 전통주의 새로운 가치를 알리겠다”며 “어려움을 겪는 농가를 도울 수 있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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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농업회사법인 시향가㈜는 최근 100% 곡성 유기농쌀로 만든 막걸리 시음행사를 진행했다. |
송태영 기자 sty1235@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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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7 (월) 23: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