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도 거리도 이들을 말리지 못했다…‘창작 열정’ 발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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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지역도 거리도 이들을 말리지 못했다…‘창작 열정’ 발휘

영·호남 넘나들며 미술공부 고미아 개인전
한·불 오가며 활동 재불작가 홍일화 개인전

재불화가 홍일화 작 ‘가시빛’
재불화가 홍일화 ‘볕뉘’
··고 작가 ‘호접몽’ 주제로 31일까지 광주예당 갤러리서

··홍 작가 내달 30일까지 아천미술관…치유메시지 전파



연말이 눈앞이다. 여전히 많은 전시가 개막했다가 폐막했다가를 반복 중이다. 이런 가운데 연말 전후 작가의 이력과 독창적 화회 작품을 관람할 수 있는 전시가 눈에 띈다.

영남에서 대학을 나오고 호남에서 대학원 박사학위과정을 공부한 화가의 전시에서부터 보통 거리가 아닌데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활발하게 펼치는 작가의 전시가 열리고 있어 주목된다.

고미아 작가와 홍일화 작가가 주인공으로, 이들 전시는 각박한 연말, 무뎌진 감성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들 전시를 정리, 소개한다.

먼저 고미아 작가는 지역 화단에서 독특한 케이스다. 영남과 호남의 회화를 숙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고흥 출신이지만 형제들이 대구에 머물고 있어 진학했던 영남대와 동 대학원을 거쳐 다시 광주로 돌아와 조선대 대학원에서 박사 학위과정을 수료했다. 개인전 역시 경상도와 전라도를 오가며 네차례 열었고, 학부 시절 서양화를 전공했지만, 대학원 박사과정 때 한국화 전공으로 바꿨다. 서양화와 한국화에 대한 이해가 모두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더욱이 육아까지 감당하며 창작에 전념, 분주한 창작일정을 소화하고 있다.

이런 고미아 작가가 다섯번째 개인전을 지난 5일 개막, 오는 31일까지 광주예술의전당(이하 광주예당) 갤러리에서 ‘호접몽’(胡蝶夢)이라는 주제로 열리고 있다. 광주예당 전시지원 공모전시의 하나로 마련돼 전시를 열고 있는 작가는 유려한 필선과 부드러운 색채로 인물을 표현해온 가운데 오랜 시간 인체를 탐구해왔다. 이번 개인전에서 전통 공필화 특유의 깊이 있는 선묘에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회화 작품 30여점을 선보이고 있다.

특히 내면 깊숙한 곳에 잠재된 감정과 자아의 흔적을 담은 진솔한 인물 표현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면서 은은한 색과 정교한 세필로 그려진 작가의 인물화는 사색의 공간 속에서 미묘한 감정을 읽을 수 있다.

그래서 작품 속 소녀들은 작가의 내면이 담긴 자화상이자, 어릴 적 이상을 실현해 줄 존재로, 그들의 고요한 표정과 차분한 눈빛에는 성장의 아픔과 삶의 상흔이 스며 있다.

동시에 그 너머로 나아가려는 회복의 의지와 온전함을 향한 마음이 깃들어 있다는 풀이다.

더욱이 섬세하게 인물의 표정까지 놓치지 않은 작가는 소녀의 순수한 감성과 따스한 색채를 더해 자신을 위로하고 치유하는 한편, 화면 속에서 꽃과 나비의 형상으로 확장시킨다. 꽃은 성장과 희망을, 나비는 자유와 변화, 영혼을 각각 상징한다고 밝힌다.

여기다 작가는 그 상징들을 통해 자유로이 날아오르기 위한 깊은 염원을 담아내는 한편, 은은한 색과 정교한 세필로 그려진 인물들은 사색의 공간 속에서 미묘한 감정을 품어낸다. 작가의 작품은 마치 꿈결처럼 여운이 흐르며, 그 속에서 우리는 상처를 넘어 다시 피어나는 인간의 내면을 마주하게 된다는 반응이다.

고미아 작 ‘소녀-꽃이 되어’
고미아 작 ‘소녀-꽃이 되어’
이어 오랜 동안 숲에 천착해온 재불화가 홍일화 작가는 프랑스 에콜 데 보자르 Ecole des Beaux-Arts를 졸업하고 국립고등예술조형학 석사를 마친 뒤 2006년부터 프랑스와 한국을 오가며 20년째 국제적 작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이런 홍 작가의 개인전이 지난 10일 개막, 2026년 1월 30일까지 영암 아천미술관 기획초대전으로 진행 중인 가운데 근래 볼만한 전시로 꼽힌다.

‘여전히 숲은 말하고 있다’라는 타이틀로 진행 중인 이번 전시에서 생태적 사유와 치유·회복의 메시지를 한층 더 심화시킨 작가는 그동안 펼쳐온 자연이 지닌 생명성과 감각적 층위를 회화·미디어·문학의 여러 장르에 걸쳐 탐구해온 연장선상 위에서 작품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 감성과 영암의 자연이 만나는 전시에서는 150호 5점 연작시리즈를 망라해 대작 회화까지 만날 수 있다.

작가는 프랑스와 한국, 룩셈부르크,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개인전 50여회와 다수 단체전을 지속적으로 열어왔으며, 그의 작품은 암스테르담 반 고흐 아트 파운데이션 등 해외 기관에 소장돼 국제적 예술성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파리 재불작가 소나무협회 등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 지난 3월에는 개인전 ‘가야의 숲’전을 서울 갤러리마리에서 연 바 있다.

또 EBS ‘서양미술기행’과 ‘세계테마기행’의 방송 진행을 통해 대중과 예술을 잇는 감성적 시선을 전해왔으며, 영화 ‘리얼’의 배경 그림 참여, 제주 아르떼 뮤지엄의 미디어아트 상영, KCC와 아트 컬래버레이션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발한 협업 작업을 이어왔다.

최근에는 자연 생태와 인간의 감성을 접목한 에코 판타지 소설 ‘빛이 숨을 쉴 때’를 출간하며 상상력을 문학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그의 작업은 시각예술과 서사를 넘나들며 “자연이 인간에게 보내는 신호”를 직관적으로 포착하고 그것을 회복의 언어로 번역해내는 데에 그의 예술적 깊이가 더욱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설명이다.
※공필화는 공을 들여 대상을 세밀하고 깔끔하게 묘사하고 정교하게 채색하는 회화 기법을 말한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공필화는 공을 들여 대상을 세밀하고 깔끔하게 묘사하고 정교하게 채색하는 회화 기법을 말한다. 고선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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