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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금석 대한주택관리사협회 광주시회장 |
광주 사람 10명 중 7명은 공동주택에서 산다. 주택 공급은 이미 열의 여덟집 이상이 공동주택이다. 예컨대, 집을 짓는 사람은 열의 아홉집 가까이 공동주택을 지어야 먹고 살아왔다는 얘기다. 또 그 집에 들어가 사는 사람은 열의 일곱이 넘는다는 말이다. 그러니 먹고 살면서 불거지는 사회문제 태반은 공동주택에서 벌어진다. 오죽했으면 대한민국을 ‘아파트 공화국’이라고 했을까. 이처럼 공동주택이 어마어마한 주거공간 타이틀을 가지면서도 문제도 많지만, 연구하는 사람이 없다. 거대한 절벽에 둘러싸인 외로운 섬과 같다.
공동주택에서 발생하는 여러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을 내놓은들, 얼마나 효과를 거뒀을까? 그 데이터를 보지 못했다. 집이 문제인지, 아니면 사람이 문제인지, 법이 문제인지도 간파를 못 한다. 광주는 5개 자치구에서 일어나는 민원실태를 종합적으로 취합하고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마땅한 해결책을 내놓을만한 컨트롤타워조차 없다. 공공의 이미지를 씌운 ‘공동’이란 주택이 무색하다. 온갖 행정적, 법률적 잣대만 들이대고 그어대지만, 각종 문제 해결에는 헛돈다. 대한민국이 그렇고, 광주는 더 무디고 답답하다. 마치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끼리 들이박고, 서로 숨 가쁘게 사사건건 헤쳐나가기를 바래 왔다. 이러니 관리 현장은 더 막막하다.
어떻게 할 것인가? 단적인 사례로, 지금 악성 민원인에 대한 대책이 있는가? 아예 없다. 상담사례는 어느 정도 모였을 것이다. 그것의 후속 조치와 갈등 감소 결과는 알 수 없다. 기왕에 하던 대로 담장 안에 사는 사람들에게 떠넘긴다. 흥미롭게도 ‘아파트 공동체’니 ‘도시재생’이니 외치다가 정작 알맹이를 놓친다. 다투고 고소·고발로 치달아도 남일이다. 담벼락 안의 사람들끼리 해결하는 수밖에 없다. 책임은 그렇게 묘하게 물린다. 집이 하자면, 집을 잘 짓게 하면 된다. 사람이 문제이면 집에서 살아갈 사람들에게 ‘집 생활’ 교육을 해야 한다. 법이 문제면, 법을 잘 만들고, 현실에 맞게 잘 고치면 된다.
현재까지 지어진 대한민국의 아파트에서 일어나는 층간소음과 주차 문제는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집을 그렇게 지어났기 때문이다. 층간소음이 나도록 집을 지었고, 자동차 수는 눈코 뜰 새 없이 늘어나는데 주차장 대수는 법률로 정해놨기 때문이다. 층간소음으로 이웃과 불편해지고 주차 문제로 서로 다툰다. 피해 해결을 위해 자체적으로 층간소음위원회를 만들어 또 떠넘긴다. 이 정도면 주차위원회도 만들어질 판이다. 결국 사는 사람들이 떠안는다. 정말 아이러니하다.
대부분 편하게 살려고 아파트에 입주했다. 불편하면 민원이 된다. 당연히 자체적으로 해결할 것이 있고, 해결이 사실상 불가능한 것도 있다. 어렵거나 불가능한 것들은 사회가 책임져야 한다. 주택 정책이 애초에 나라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이를 공공의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 악성 민원도 마찬가지이다. 해결하기 힘들다. 피해자만 늘린다. 악성 민원에 대한 대처를 위한 법률적 조항도 미흡하다. 공동주택에서 악성은 공공의 이익에 반한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괴롭힘이 행해져 피해 상당이 발생한다면, 그것이 악성이다. 피해자에게 이것을 해결하라고 강요하는 사회가 되어서는 안 된다. 공동주택이 지어지면서 ‘공공’과 ‘공동’을 배우고, 사회적 책임을 높여었야 했다.
일찍이 발레리 줄레조는 ‘한국의 아파트단지에 대한 연구’로 파리4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 사람도 아닌 외국인인 것도 놀랍지만, 젊은 대학원생이었던 그 이방인의 눈에 비친 대한민국은 아파트의 나라였다. 그녀는 유럽에서는 볼 수 없었던 거대한 아파트단지를 봤다. 1993년 때의 일이다. 벌써 30년이 넘었다. 이 논문은 한국에서 ‘한국의 아파트 연구’라는 책으로 발간됐다. 2007년 그녀는 다시 ‘아파트 공화국’이라는 책을 썼다. 2025년 대한민국은 아파트 왕국이 됐다.
그녀가 한국의 아파트에 관해 다양한 연구를 했지만, 유독 민원에 대해서는 살피지 못했다. 그녀도 악성 민원을 보지 못했다. 한국의 아파트에서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녀는 숙제를 남겼다. 우리 몫이다. 사회적 책임의 강도를 높여야 한다.
2025.12.23 (화) 19:3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