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만 있다면 남을 것"…수도권 쏠림 통념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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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일반

"일자리만 있다면 남을 것"…수도권 쏠림 통념 깨졌다

[광주경총-조선대 취업전략팀, 청년 취업 인식 설문조사]
10명 중 7명, 지역 고용 여건 개선되면 ‘정착 가능’ 긍정
취업 기피 이유, 낮은 급여 수준보다 ‘전공 일자리 부족’

광주 청년 10명 중 7명은 양질의 일자리만 있다면 지역에 남아 취업하겠다는 의향을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수도권 진출이 ‘당연한 선택’처럼 여겨져 온 기존 인식과 달리, 지역 내 고용 여건이 개선될 경우 청년 정착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점이 수치로 확인됐다.

23일 광주경영자총협회와 조선대학교 취업전략팀이 리서치 전문기관 ㈜와이즈초이스에 의뢰해 재학생 및 지역 청년 307명을 대상으로 공동으로 실시한 ‘청년 취업 인식 설문조사’를 분석한 결과, 지역 기업에 일자리가 있을 경우 취업할 의향이 있느냐를 묻는 질문에 응답자의 73.9%가 긍정적으로 답했다.

‘매우 있다’는 응답이 44.0%, ‘있다’는 응답이 30.0%로, 지역 취업에 대한 잠재 수요가 상당한 수준임이 드러났다.

이 같은 결과는 청년들이 수도권을 선호해서가 아니라, 선택 가능한 대안이 부족해 지역을 떠나고 있다는 현실을 방증한다. 지역 내에서 안정적인 소득과 경력을 함께 쌓을 수 있는 일자리만 마련된다면 무리한 수도권 진출보다는 지역 정착을 택하겠다는 인식이 광범위하게 형성돼 있다는 분석이다.

희망 근무 지역에서도 이러한 흐름은 뚜렷했다.

수도권 근무를 희망한다는 응답은 41.7%였지만 광주(40.4%)와 전남(11.1%)을 포함한 광주·전남 권역 근무 희망 비율은 51.5%로 과반을 넘겼다.

단순한 ‘고향 선호’를 넘어, 지역 내 산업과 일자리에 대한 기대가 여전히 유효하다는 신호로 읽힌다.

특히 이 수치는 지역 일자리의 질적 개선 여부에 따라 청년 유출 흐름이 충분히 반전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수도권 선호도가 절대적이라는 통념과 달리, 청년들은 이미 지역을 선택지에서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관건은 ‘어디서 일할 것인가’보다 ‘무엇을 하며 성장할 수 있는가’라는 점이 이번 조사에서 분명히 드러난 것으로 해석된다.

다만 현실 인식은 냉정했다.

광주지역에 전공을 살릴 수 있는 일자리가 충분한지에 대한 질문에는 부정적 응답이 38.4%로, 긍정적 응답(27.7%)을 크게 웃돌았다. 특히 지역 내 취업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 응답자의 46.6%가 ‘전공 일자리 부족’을 꼽아 낮은 급여 수준(18.9%)이나 지역 기업 인지도 부족(17.3%)보다 훨씬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단순한 임금 격차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전공과 역량을 활용해 경력을 쌓을 수 있느냐에 대한 구조적 불안이 청년들의 선택을 좌우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지역에 일자리는 존재하지만, 전공과 직무가 맞지 않는 ‘미스매치’가 지속되면서 청년층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진단이다.

교육에 대한 요구도 분명했다.

지역 청년 취업 활성화를 위해 대학이 강화해야 할 교육으로는 ‘현장 실무 중심 교육’이 43.0%로 가장 높았고 기업 맞춤형 프로젝트(21.5%), 최신 기술(AI·스마트제조 등) 교육(17.9%)이 뒤를 이었다. 이론 위주의 교육보다는 기업 현장에서 즉시 활용 가능한 실무 역량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고 싶다는 요구가 뚜렷하게 반영됐다.

조윤성 조선대 취업학생처장은 “이번 조사를 통해 우리 학생들이 막연하게 지역을 떠나려는 것이 아니라 지역에 남고 싶어도 ‘일하고 싶은 직무’가 없어서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 데이터로 증명됐다”며 “학생들이 가장 필요로 하는 현장 실무 중심 교육과 기업 맞춤형 프로젝트를 교과과정에 과감하게 도입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광주경총과 함께 진행하는 G-CEO, G-HR 포럼을 통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실시간으로 파악하고 이를 대학 교육에 즉각 반영하는 기민한 산학협력 체계를 구축, 청년들이 지역 우수 기업에서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총력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양진석 광주경총 회장은 “청년들의 목소리가 확인된 만큼 기업에는 청년들이 원하는 직무 정보를 제공하고 대학에는 실무형 인재 양성 커리큘럼을 제안해 지역 고용 시장의 미스매치를 줄여나가는 데 앞장서겠다”고 강조했다.
송대웅 기자 sdw0918@gwangnam.co.kr         송대웅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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