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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의 ‘중대한 사고 위험 요인’으로 지목되는 무안국제공항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이 항공 안전 기준을 위반한 시설이라고 인정, 국가의 잘못을 공식화한 첫 문서가 나왔다.
국민권익위원회(권익위)는 23일 무안국제공항 로컬라이저가 ‘공항·비행장 시설·이착륙장 설치 기준’과 ‘공항안전운영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의결했다고 밝혔다. 이는 유가족들이 관련 민원을 제기한 지 4개월여 만이다.
법규상으로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종단안전구역(RESA)에 포함되는 항행안전시설로, 부러지기 쉬운 재질(Frangible object)이어야 하고 최소 중량·높이로 설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권익위는 관련 규정과 국제민간항공기구 부속서, 법률 자문 등의 과정을 거친 결과, 무안국제공항의 로컬라이저는 활주로 종단안전구역(RESA)에 포함돼야 하는 시설로 확인됐다.
그러나 콘크리트 격벽과 상판을 포함한 둔덕을 기초로 설치돼 있어 관련 규정에 부합하지 않은 것으로 정의했다.
특히 해당 둔덕 자체가 항공기 충돌 시 충격을 흡수·완충하기는커녕 오히려 충돌 에너지를 증폭, 항공기·탑승자에게 치명적인 피해를 유발하는 고정식 강성 구조물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한국공항공사는 2013년 부산지방항공청으로부터 활주로 종단안전구역 설정이 부적정하다는 통보를 받았음에도 해당 구역 길이를 기존 204m에서 199m로 조정했을 뿐, 항공기에 대한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로컬라이저 재질을 변경하는 등의 조치는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권익위는 국토교통부에 로컬라이저를 관련 기준에 맞춰 부러지기 쉬운 재질로 재설치할 것을 시정 권고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입장문을 내고 “권익위 결정을 환영한다”며 “사고 항공기가 활주로 이탈 후 충돌한 구조물이 단순한 장애물이 아니라 법령이 정한 안전 기준을 정면으로 위배해 불법적으로 설치·관리된 ‘죽음의 덫’이었음을 공적으로 확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협의회는 “이번 참사가 피할 수 없었던 불의의 사고가 아니라 국가의 총체적 부실과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예고된 인재(人災)’였음을 국가기관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며 정부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국토교통부가 권익위 결정을 겸허히 수용하고 불법 시설물 설치·관리 책임을 지고 오는 29일 참사 1주기 이전 국민 앞에 공식적으로 사죄할 것을 요구했다.
협의회는 또 △검찰과 경찰은 불법 시설물 설계, 시공, 승인, 관리 등에 관여한 모든 책임자를 성역 없이 수사할 것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는 시설 결함(둔덕)을 비롯한 비행기 기체 결함, 조류, 관제 등 모든 사고 원인을 의혹 없이 조사할 것 △국회와 정부는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를 국토교통부로부터 분리해 국무총리 소속으로 이관하고 독립성·전문성·민주성이라는 3대 원칙이 보장되도록 실효성 있는 시행령을 제정할 것 등을 주장했다.
한편 지난해 12월 29일 무안국제공항에서 제주항공 비행기가 동체 착륙을 시도하던 중 활주로를 넘어섰고 콘크리트 둔덕과 충돌해 승객 등 179명이 숨졌다.
임영진 기자 looks@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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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23 (화) 20:1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