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 3분 전국에 울린 사이렌…국가의 책임을 묻다

29일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열린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 추모식에서 유가족과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1주기를 맞아 전남 무안국제공항에서 추모식이 엄수된 가운데, 이재명 대통령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할 책무를 가진 대통령으로서 깊은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며 국가 책임을 분명히 했다. 사고 발생 시각에 맞춰 전국에 추모 사이렌이 울렸고, 현장에서는 희생자 179명의 이름이 다시 불리며 참사의 무게를 되새겼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국토교통부는 29일 오전 10시 무안국제공항 2층에서 1주기 추모식을 열었다. 추모식에 앞서 사고가 발생한 오전 9시 3분부터 1분간 전국에 추모 사이렌이 울리며, 일상의 시간은 잠시 멈췄다. 추모식에는 유가족을 비롯해 정부·국회 관계자 등 1200여명이 참석했다.

행사는 클래식 공연으로 시작해 묵념과 헌화, 추모사, 추모 공연 순으로 차분하게 이어졌다. 유가족과 정부·국회 대표단 등 40여명은 무대 앞 헌화대에 국화를 올리며 희생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이름을 마음에 새겼다.

‘집으로 오는 길’을 주제로 한 추모 공연에서는 태국 방콕에서 한국으로 향하던 여정이 무대 위에 재현됐다. 희생자들의 이름이 한 명씩 호명될 때마다 탑승권이 객석 중앙에 놓였고, 숫자로만 남았던 사고가 다시 개별의 삶으로 돌아왔다. 이후 가수 이은미의 노래가 이어지며 추모식은 깊은 침묵 속에서 마무리됐다. 유가족들은 추모식 직후 콘크리트 방위각시설(로컬라이저) 현장을 찾아 희생자들과 작별의 시간을 별도로 가졌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추모사에서 “1년 전 오늘, 사이렌을 끄고 돌아가는 앰뷸런스를 바라보며 ‘전원 사망’이라는 자막 아래 우리의 삶은 무너졌다”며 “책임이 이행되지 않는다면 이 비극은 끝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추모식에 앞서 공개한 영상 추모사를 통해 참사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향후 과제를 함께 제시했다.

이 대통령은 “사랑하는 가족과 해외여행을 마치고, 해외에서의 출장과 업무를 끝내고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오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던 179분의 소중한 삶이 순식간에 비극으로 변했다”며 “그날의 그 큰 충격과 고통을 감히 누가 잊을 수 있겠느냐”고 안타까워했다.

이어 “이제는 형식적 약속이나 공허한 말이 아닌 실질적 변화와 행동이 필요하다”며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의 독립성과 전문성 강화를 적극 뒷받침하고 여객기 참사의 원인 규명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또 “유가족의 일상 회복을 최우선으로 삼아 심리, 의료, 법률, 생계 분야까지 아우르는 종합적 지원을 빠짐없이, 지속적으로 이행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다시는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희생자를 기리는 최소한의 도리”라며 “책임져야 할 곳이 분명히 책임지는, 작은 위험이라도 방치하거나 지나치지 않는, 모두가 안전한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가겠다”고 다짐했다.

한편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는 지난해 12월 29일 오전 9시 3분께 태국 방콕에서 출발한 제주항공 7C2216편 보잉 737-800 여객기가 무안국제공항 활주로에서 비상 착륙을 시도하던 중 로컬라이저와 충돌하면서 발생했다. 이 사고로 탑승객 181명 가운데 179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을 입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