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송대웅 산업부 차장 |
북미와 동남아는 물론, 중동과 남미 시장까지 한국 화장품의 영토가 무섭게 확장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가 ‘K-뷰티론’ 예산을 400억원으로 두 배 늘리기로 한 것은 반가운 소식이다. ‘물 들어올 때 제대로 노를 젓겠다’는 의지로 읽히기 때문이다.
사실 중소 화장품 업계에 정책자금은 ‘생존’의 문제다. 화장품 산업은 전형적인 선생산 후결제 구조인데 해외 바이어로부터 수만 개의 발주서를 따내도 당장 원료를 사고 용기 맞출 돈이 없으면 납기를 못 맞춘다.
“물건은 잘 만들었는데 돈이 말라 기회를 날렸다”는 현장의 비명이 끊이지 않는 이유다. 실제 지난해 신설된 K-뷰티론 200억원이 단 6개월 만에 동난 것은 업계의 자금 갈증이 얼마나 심각했는지를 보여주는 방증이다.
하지만 예산 숫자만 늘린다고 능사는 아니다. 지역 현장으로 내려가면 온도 차가 극명하다.
지난해 광주·전남지역에서는 고작 9개 기업이 6억 5000만원을 지원받는 데 그쳤다. 수도권 쏠림 현상이 여전하다는 소리다.
천연 원료와 OEM·ODM 역량을 갖춘 지역 강소기업들에 1억 5000만원 한도의 지원금은 해외 바이어와의 약속을 지켜낼 수 있는 마지막 ‘보루’다. 단순히 예산 총액을 자랑할 게 아니라 이런 지역 기업들에게 얼마나 적기에 자금이 수혈되느냐가 핵심이다.
이번에 지원 범위를 용기나 펌프 같은 부자재까지 넓힌 것은 현장의 가려운 곳을 긁어준 조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문턱은 높다.
서류에 치여 신청조차 포기하는 기업이 없도록 정보 접근성을 높이고 심사 문턱을 낮추는 ‘디테일한 행정’이 뒷받침돼야 한다. K-뷰티의 힘은 단순히 화려한 패키징에서 나오지 않는다.
약속된 날짜에 정확히 물건을 보내는 ‘신뢰’가 브랜드의 근간이다. 정책금융이 그 신뢰의 고리를 잇는 든든한 뒷배가 돼야 한다. 이제는 예산 집행률이라는 숫자에 숨지 말고, 지역 기업들이 체감하는 실질적인 ‘성적표’로 증명해야 할 때다.
아울러 자금 집행 속도와 지역별 배분 구조, 사후 관리까지 투명하게 공개하는 체계도 필요하다. 그래야 정책이 ‘보여주기식 지원’이 아니라 현장의 숨통을 틔우는 실질적 안전망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K-뷰티의 다음 도약은 현장을 읽는 정책의 정교함에서 갈릴 것이다.
2026.02.27 (금) 21:4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