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정유업계 중동발 리스크 현실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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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화학·정유업계 중동발 리스크 현실화

여천NCC, ‘공급 불가항력’ 선언
나프타 수급 위기 '계약면책' 조치
전쟁 장기화 땐 도미노 사태 우려

여수석유화학단지
여수석유화학단지
국내 최대 에틸렌 생산시설인 여수산단 내 여천NCC가 중동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따른 원료 수급 차질로 제품 ‘공급 불가항력(Force Majeure)’을 선언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실제 공급 차질로 이어지고 있어 석유화학업계 전반으로 연쇄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9일 석유화학업계 등에 따르면 여천NCC는 최근 주요 고객사에 제품 공급 이행 지연·조정을 통보하며 불가항력을 선언했다.

불가항력은 전쟁이나 자연재해 등 통제할 수 없는 외부 요인으로 계약 이행이 어려울 경우 책임을 면제받기 위한 조치다. 석유화학업체들은 고객사에 필요한 물량을 제때 공급할 수 없다고 판단하는 즉시 이를 통보해야 한다. 국내 석유화학 기업이 원료 수급 문제로 불가항력을 선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여천NCC는 고객사에 보낸 서한에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급격히 고조되면서 원자재 조달에 심각한 차질을 빚고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3월 인도 예정이었던 원료 나프타 도착이 크게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중동산 원유 수입 비중은 70%로 이중 상당수가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고, 수입된 나프타 비중 54%도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다.

1999년 한화와 DL이 합작 설립한 여천NCC는 연간 에틸렌 생산량 229만t 규모의 석유화학 기업이다. 지난해 말 연간 47만t 규모의 3공장 가동을 중단하고, 현재 1·2공장만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다 최근 중국발 공급 과잉과 수요 부진으로 가동률을 낮춰온 탓에 비축 나프타 물량이 많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나프타 국제 가격도 지난 6일 기준 배럴당 88.1달러로, 전쟁 발발 전보다 약 28% 오른 상태다.

사태가 길어질 경우 충격이 여천NCC 한 곳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여수산단 한 관계자는 “각 회사별 비축량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1~2개월 더 이어지면 다른 기업들도 연쇄적으로 불가항력을 선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여천NCC 사태와 관련해 나프타 수급 대책을 조만간 발표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는 비축유 방출 검토와 대체 시장 나프타 도입, 가동률 조정 등 대응 방안을 모색 중이다.
여수=송원근 기자 swg3318@gwangnam.co.kr         여수=송원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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