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出馬, 말이 전하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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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일반

[독자권익위원 칼럼]出馬, 말이 전하는 메시지

조상열 대동문화재단 대표
2026년은 병오년(丙午年), 말의 해다. 그래서인지 요즘 정치권에서 자주 들려오는 ‘출마(出馬)’라는 말의 본뜻을 새삼 떠올리게 된다.

선거철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출마 선언이 이어지고 정치권은 분주해진다. 출마자는 출마자대로 동분서주하며 지지를 호소하고, 유권자들은 저마다의 판단과 이해에 따라 진영을 나누기도 한다.

출판기념회는 출마 예정자들의 합법적 정치 활동의 일환으로 활용되고, 연일 무차별 SNS홍보 속에서 시민들은 적지 않은 부담과 피로감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때일수록 ‘출마’라는 말이 지닌 본래의 의미를 한번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출마(出馬)는 글자 그대로 말을 타고 전장으로 나아간다는 뜻이다. 장수가 말 등에 올라 전쟁터로 나서듯, 정치인 역시 유권자 앞에 자신의 뜻과 능력을 드러내며 선택을 받는 길에 나서는 것이다.

선거 현장에서 흔히 쓰는 ‘유세(遊說)’라는 말도 흥미롭다. ‘유(遊)’는 돌아다닌다는 뜻이고, ‘설(說)’은 설득한다는 의미다. 곧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설득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후보자는 유세를 통해 자신의 비전과 능력을 알리고, 유권자는 그 가운데 누구에게 공동체의 미래를 맡길지 판단한다.

이렇게 보면 유권자는 명마를 알아보는 감식가, 곧 ‘백락(伯樂)’에 비유할 수 있다.

유목 문화권에서는 말·소·양·염소·낙타를 중요한 가축으로 여겼는데, 이를 오축(五畜)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 가운데에서도 말은 빠른 이동과 전쟁에 필수적인 존재였기에 특히 귀하게 여겨졌다. 고대 사회에서 말은 단순한 가축을 넘어 국가의 군사력과 통신 능력을 상징하는 전략 자산이었다. 하루에 천 리를 달린다는 ‘천리마’는 단순히 빠른 말을 뜻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시대를 감당할 비범한 능력을 지닌 인물을 상징하는 문화적 비유로도 널리 쓰여 왔다.

옛사람들은 말의 쓰임을 여섯 가지로 나누었다. 번식을 위한 종마(種馬), 전쟁에 쓰는 융마(戎馬), 의장용 재마(齋馬), 역참의 교통수단인 도마(道馬), 사냥에 쓰는 전마(田馬), 잡역에 쓰는 노마(駑馬)가 그것이다.

옛말에 “말의 좋고 나쁨을 알려면 그 말이 끄는 수레를 보면 되고, 사람의 됨됨이를 알려면 그가 사는 집을 보면 된다”고 했다. 이를 ‘상마이여(相馬以輿) 상사이거(相士以居)’라 한다.

말을 알아보는 사람 가운데 가장 이름난 인물이 바로 백락이다. 백락의 본명은 손양(孫陽)으로, 주나라 때 사람이다. 원래 하늘에서 말을 관장하는 별자리의 이름이 ‘백락’이었다고 하는데, 손양의 감식 능력이 워낙 뛰어나 사람들이 그를 백락이라 부르게 됐다고 한다.

‘백락일고(伯樂一顧)’라는 고사가 있다. 어느 날 한 말 장수가 아무도 말을 사가지 않는다며 탄식하고 있었다. 백락이 그 말을 자세히 보니 뜻밖에도 훌륭한 준마였다. 그는 감탄하며 한 번 더 뒤돌아보았다. 이를 지켜본 사람들이 “백락이 저토록 눈길을 주는 말이라면 분명 준마일 것”이라 여겨 말값이 순식간에 몇 배로 뛰어올랐다고 한다.

예로부터 “천리마는 늘 있지만, 그것을 알아보는 백락은 항상 있는 것이 아니다(千里馬常有 伯樂不常有)”라고 했다. 아무리 뛰어난 인재라도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면 결국 평범한 사람들 속에 묻혀 사라질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오늘날은 예전과 조금 다르다.

과거에는 천리마가 백락을 기다려야 했다면, 초연결 사회인 오늘날에는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고 기회를 만들어 가야 하는 시대가 됐다. 명마는 언제나 안목 있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선거 역시 마찬가지다. 유권자는 백락의 눈으로 사람을 살피고 공동체를 위해 일할 인물을 선택해야 한다.

적임자를 찾는다는 뜻의 ‘물색(物色)’이라는 말도 말(馬)을 고르던 데서 유래했다. 단순히 ‘물건의 빛깔’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기준을 세우고 그에 알맞은 사람이나 물건을 고를 때 쓰는 말이다. 이때 빛깔이 같은 말을 색마(色馬), 힘이 같은 말을 물마(物馬)라고 한다. 말을 고를 때 색깔과 체력을 함께 살폈는데 이를 ‘물색’이라 했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이 있다. 사람을 뽑을 때는 신언서판(身言書判)의 명확한 기준에 따라 적재적소의 합당한 사람을 물색해야 한다.

하늘의 기운인 병(丙)과 땅의 기운인 오(午)가 어우러진 병오년은 정열과 에너지 넘치는 붉은 말의 해라고 한다. 붉은 말은 나쁜 기운을 물리치고, 번영을 불러오는 상서로운 영물로 인식된다. 말은 거침없이 질주하는 강인한 체력과 진취적인 기상을 상징해온 동물인 만큼 2026년 한해는 역동적인 자세로 정체된 것들을 시원하게 뚫고 새로운 변화를 이끄는 도약의 해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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