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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결재 올립니다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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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리의 악사’ |
광주 리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조도휘 작가의 첫 개인전에서 만날 수 있는 풍경이다. 전시는 26일까지 광주 리아트센터 2층 전시장.
주제인 ‘거리의 악사’(Der Leiermann)는 슈베르트의 연가곡집 ‘겨울 나그네’의 마지막 곡에서 모티프를 얻었다. 아무도 귀 기울이지 않는 거리에서 묵묵히 손풍금을 연주하는 노인, 즉 사회적 성공 체계 바깥에 존재하는 ‘거리의 악사’를 빌려 현대 청년 세대의 실존 조건을 은유한다. 취업난과 조직 부적응, 존재감의 상실 등 사회적 양극화 속에 소외된 청년들의 초상으로 읽힌다.
작품 ‘거리의 악사’는 경쟁과 속도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중심에 진입하지 못한 이들을 대변한다. 서로 다른 크기의 패널에 그려진 10명의 악사는 모두 같은 자세로 같은 곳을 응시한다. 얼굴이 사라진 검은 공백은 이름을 잃고 기능으로만 소비되는 익명의 개인들을 상징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의 머리 부분이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다는 사실이다. 세상이 외면한 존재들이 역설적으로 가장 강렬한 내면의 빛을 품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왼쪽 벽면의 설치 작업 ‘약소하게나마’는 진공 비닐봉투 속 작업용 장갑이 타이머에 의해 일정한 궤도로 회전하는 작품이다. 존재를 증명하려는 개인의 몸짓이 결국 시스템이 허용한 범위를 벗어나지 못하는 모순을 시각화했다. 오른쪽의 ‘밴드’는 세 개의 나무판자를 고무줄로 느슨하게 묶어놓았다. 단단한 결속도, 완전한 분리도 아닌 이 구조는 해체되어 가면서도 타인 없이는 지탱할 수 없는 현대인들의 불안정한 관계망을 탁월하게 포착했다.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퍼포먼스 ‘결재 올립니다’이다. 작가는 높은 책상 위로 올라가 결재를 받으려 하지만 번번이 거절당하고 추락한다. 끊임없이 승인을 요구하는 한국 사회의 구조적 모순이다. 반복되는 탈락 끝에 마침내 결재를 받아내는 마지막 장면은 통쾌한 성공 서사가 아니다. 시스템의 논리에 완전히 길들여진 청년의 씁쓸한 적응기이자 순응의 선언이다.
작가의 작업은 속도와 효율의 논리에서 밀려난 버려진 재료와 침묵하는 형상들을 통해 역설적으로 존재의 존엄을 되묻는다. 그의 ‘거리의 악사’는 실패자의 초상이 아니다. 끊임없이 평가당하는 시대 속에서도 자신만의 리듬을 잃지 않으려는 강인한 저항의 몸짓이다.
고선주 기자 rainidea@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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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06.23 (화) 20: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