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발위 기획] <2>에너지 수익공유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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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발위 기획] <2>에너지 수익공유의 현실

햇빛연금·바람연금…재생에너지가 소득이 되다
영광 농촌마을 태양광 수익 배당…‘제2농외소득’ 기대
신안 주민 2만명 연금 수혜…누적 지급액 400억 돌파
에너지 생산 이익 지역 환원…통합시대 성장모델 부상

전남 영광군 염산면에서 농사를 짓는 허윤봉씨(73)가 인근에 위치한 풍력발전소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광주·전남 통합특별시 출범은 단순한 행정구역 통합을 넘어 에너지 생산과 소비 구조를 하나의 권역 안에 담아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전국 최대 재생에너지 생산지인 전남은 풍부한 햇빛과 바람을 기반으로 태양광과 해상풍력 사업을 확대하고 있고, 광주는 AI·미래모빌리티 산업을 중심으로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도시로 성장하고 있다. 최근에는 발전량 확대를 넘어 발전 수익을 주민과 공유하는 모델이 새로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신안의 햇빛·바람연금, 영광의 햇빛소득 정책이 대표적이다. 과거 외부 사업자 중심으로 흘러가던 발전 이익이 지역 안에 남기 시작하면서 재생에너지가 단순한 발전사업이 아닌 지역 소득과 재정의 새로운 자산으로 주목받고 있다. 신안과 영광 현장을 찾아 에너지 수익공유가 실제 주민 삶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 또 통합특별시 시대 새로운 재정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살펴봤다. <편집자 주>



백수 상하사리 태양광


전남 영광군 염산면의 한 농촌 마을.

마을 입구를 지나자 논밭 사이로 검은 태양광 패널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초여름 햇볕을 받아 반짝이는 패널 뒤편으로는 모내기를 마친 논이 펼쳐져 있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벼농사와 밭농사가 전부였던 풍경이다. 하지만 지금 이곳 주민들에게 태양광은 단순한 발전시설이 아니다. 마을에 새로운 수입을 가져다주는 자산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마을회관에 모인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올해 태양광 수익 이야기를 꺼냈다. 얼마가 들어왔는지, 마을기금은 어디에 쓸지, 경로당 운영비는 얼마나 충당할 수 있는지에 대한 대화가 이어졌다.

염산면에서 농사를 짓는 허윤봉씨(73)는 “농사만 지을 때는 날씨에 따라 수입이 달라졌지만 지금은 태양광 수익이 조금씩 더해지면서 생활에 도움이 된다”며 “금액이 아주 크지는 않지만 매년 꾸준히 들어온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그는 “고령 농가가 많다 보니 추가 노동 없이 얻는 수입이라는 점이 특히 반갑다”며 “예전에는 발전사업이 들어오면 외지 사람들이 돈을 벌어가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제는 주민들도 조금씩 혜택을 받는 구조가 생기고 있다”고 말했다.

영광군은 태양광 발전 수익을 지역사회와 공유하는 이른바 ‘햇빛소득’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현재 지역에는 영농형 태양광 2개소와 마을 태양광 4개소가 운영 중이다. 영농형 태양광은 농사와 발전을 병행하는 방식으로 농지 위에 구조물을 설치해 농작물 재배와 전력 생산을 함께 진행한다. 마을 태양광은 주민들이 공동 참여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발전 규모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영광지역 태양광 발전 설비 규모는 2019년 12만3269㎾에서 지난해 65만2716㎾로 5배 이상 늘었다. 발전량 증가와 함께 주민 참여 사업도 확대되면서 발전 수익 일부가 주민 개인과 마을 공동체로 환원되고 있다.

일부 마을에서는 발전 수익을 주민들에게 배당하는 데 그치지 않고 마을기금으로 적립해 활용하고 있다. 경로당 운영비나 마을 환경정비 사업, 취약계층 지원 등에 사용되면서 지역 안에서 다시 소비되는 구조를 만들고 있다.

여기에 올해 말 상업운전을 앞둔 낙월해상풍력단지에 대한 기대감도 확산하고 있다.

해당 단지는 영광군 계마항에서 약 20㎞ 떨어진 해상에 전체 364.8㎿ 규모로 5.7㎿ 풍력발전기 총 64기로 구성된다.

상업운전을 시작하면 영광 바다에서만 연간 900GWh의 전력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약 25만가구가 사용할 수 있는 초대형 전력공급망이다. 아울러 연간 약 43만t의 온실가스를 감축해 정부의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달성과 ‘2050 탄소중립’ 실현에도 핵심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지역민들은 발전 수익 공유와 일자리 창출 효과, 군민들은 마을 단위 참여 모델을 통해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제2의 햇빛연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낙월도에서 어업에 종사하는 김모씨(65)는 “예전에는 바다에서 나는 수입이 전부였는데, 이제는 바람으로도 돈을 벌 수 있는 시대가 온 것 같다”며 “풍력단지가 잘 조성되면 우리 같은 어민들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주민들은 이를 ‘제2의 농외소득’이라고 표현한다.

고령화와 인구 감소가 심화되는 농촌에서 재생에너지 수익이 새로운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안군 자은도 북서쪽 공유수면해상에 위치한 전남해상풍력 1단지에 10MW급 풍력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신안 자은도 전남해상풍력이송
2025년 10월 자은면 주민들이 국내 최초 바람연금을 지급받고 있다. 사진제공=신안군청


전남도 신안군 자은도 인근 해상에 전남해상풍력 1단지 풍력발전기 10기가 가동되고 있다. SK이노베이션 E&S 제공
2023년 1월 상업 운전을 시작한 전남 신안군 안좌면 구대지구 192㎿ 규모 태양광발전시설


영광에 햇빛이 있다면 신안에는 바람이 있다.

전국 최대 해상풍력 개발지로 꼽히는 신안군은 주민참여형 재생에너지 모델의 대표 사례로 거론된다.

신안 해상풍력은 고정식 8.2GW, 부유식 10GW를 포함한 총 18.2GW 규모로 추진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해상풍력클러스터다. 이 가운데 약 7.8GW가 발전사업허가를 확보했고, 일부 단지는 이미 상업운전에 돌입했다. 신안군이 단일 지역에 대규모 해상풍력 단지를 집적·조성한다는 점에서 산업·공급망·운영 경험을 동시에 축적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으로 평가된다.

신안 해상풍력의 의미는 단순한 발전 설비 확충에 있지 않다. 터빈과 하부구조물, 타워, 해저케이블, 단지 설계·운영까지 해상풍력 전 주기를 한 지역에 집약함으로써 산업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목적이 있다.

신안은 태양광 사업을 통해 햇빛연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해상풍력이 본격 가동되면 바람연금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주민이 발전사업에 투자하고 발생한 수익 일부를 배당받는 구조다. 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주민 반발을 줄이고 지역소득을 높이는 새로운 방식으로 평가받고 있다.

실제 신안에서는 과거 발전사업을 바라보던 시선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발전소가 들어서면 환경 훼손이나 경관 문제만 남는다는 인식에서 벗어나 발전 수익을 지역사회가 공유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신안과 영광 사례의 핵심을 ‘주민 참여’에서 찾는다.

과거 재생에너지 사업은 발전사업자가 수익 대부분을 가져가고 지역 주민은 부지 임대료나 일회성 보상에 만족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면 최근 모델은 주민이 사업에 직접 참여하거나 수익을 공유받으면서 에너지 전환의 수혜자가 되는 구조를 지향하고 있다.

결국 재생에너지 확대의 성패는 얼마나 많은 전기를 생산하느냐보다 그 수익이 어디에 남느냐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이 같은 추세는 통계로도 확인되고 있다.

신안군에 따르면 현재 안좌면을 시작으로 지도읍(지도·사옥도), 임자도, 비금도, 자은도 등 5개 읍·면에 7개 주민·군 협동조합(총발전용량 849㎿)에 소속된 군민 2만368명이 햇빛·바람연금을 받고 있다. 이는 신안군 전체 14개 읍·면 군민 4만2207명의 약 49%에 달한다. 지난 4월 기준 누적 지급액은 386억 원으로 곧 40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관측된다.

에너지 수익공유가 주목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신안과 영광의 사례는 통합특별시가 마주한 과제를 보여준다.

광주는 앞으로 AI 데이터센터와 미래모빌리티 산업 확대에 따라 막대한 전력을 필요로 한다. 반면 전남은 국내 최대 규모 재생에너지 생산지로 성장하고 있다.

통합 이전에는 전기를 생산하는 지역과 소비하는 지역이 서로 다른 행정권에 있었다.

하지만 통합 이후에는 같은 경제권 안에서 전력이 생산되고 소비되는 구조가 형성되고 있다.

전남도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 과정에서 주민 수용성과 이익공유를 핵심 과제로 보고 있다.

발전사업 수익이 외부로 빠져나가는 구조가 반복되면 주민 반발이 커질 수밖에 없고 장기적으로 사업 확대도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이익공유가 단순한 주민 지원 정책을 넘어 새로운 지역 재정 모델로 발전할 가능성에 주목한다.

재생에너지 수익이 주민 소득으로 이어지고, 소비를 통해 지역 상권으로 환류되며, 다시 지방재정 기반을 강화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이를 위해서는 안정적인 수익 구조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REC 가격 변동, 송전망 부족, 계통 포화, 주민 간 형평성 문제 등은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전남도 관계자는 “재생에너지 생산지 주민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체감할 수 있어야 지속가능한 에너지 전환이 가능하다”며 “주민참여형 사업과 이익공유 모델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신안 사진=최기남 기자 bluesky@gwangnam.co.kr
신안=이현규 기자 gnnews1@gwangnam.co.kr 영광=윤용성 기자 yo1404@gwangnam.co.kr        신안=이현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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