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 문화예술교육의 든든한 돛, 전남광주의 미래를 항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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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독자권익위원 칼럼] 문화예술교육의 든든한 돛, 전남광주의 미래를 항해하다

김홍석 G-Kunst연구소장

김홍석 G-Kunst연구소장
정신적 풍요가 흐르는 사회를 만드는 일은 결코 화려한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가 지향해야 할 진정한 복지는 물질적 풍요를 넘어 시민의 내면을 채우는 문화적 권리로 확장돼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이 모든 시민의 보편적 권리로 향유되기 위해서는 이를 뒷받침할 제도적·물리적 인프라 구축과 더불어 지역의 특수성을 반영한 구체적인 실천 모델이 반드시 동행해야 한다.

오늘날 문화예술교육은 경제 성장의 끝에 덧붙이는 장식품이나 여유 있는 자들의 사치가 아니다. 그것은 고립된 개인을 사회로 끌어내고 무너진 공동체를 치유하며, 우리가 왜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근원적인 답을 찾게 하는 ‘생존의 문제’이다. 특히 초고령사회라는 피할 수 없는 현실 앞에서, 예술이라는 든든한 돛을 준비하는 것은 새로운 문명을 맞이하는 가장 지혜로운 투자이기도 할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이 모든 시민의 삶 속으로 깊숙이 스며들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거점형 문화예술교육 센터의 대폭 확충이 필요하다. 예술 향유가 대도시나 특정 계층에 편중되지 않도록 읍·면·동 단위의 생활 밀착형 공간이 조성돼야 한다. 농어촌의 폐교나 도심의 닫힌 공장 등 유휴 공간을 재생해 주민들이 언제든 모여 창작하고 소통할 수 있는 ‘예술 아지트’를 전국적으로 확산해야 한다.

공간이 주는 힘은 생각보다 강력해 방치된 공간이 예술로 채워질 때 지역 사회의 활력도 함께 살아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 활동하는 인력의 전문성 강화와 생태계 보호 역시 시급한 과제다. 예술가들이 교육자로서 자긍심을 갖고 지속 가능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고용 환경과 처우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이들이 단순히 예술적 기술을 전수하는 강사를 넘어, 시민의 삶을 보듬는 예술 치료사이자 공동체 매개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심화 교육 과정이 마련돼야 할 것이다.

또 디지털 기술과 결합한 융합 플랫폼 구축을 통해 문화 향유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춰야 한다. 지리적 여건이나 신체적 불편함으로 인해 예술을 접하기 어려운 소외 계층을 위해 메타버스, VR 등을 활용한 고품질 온라인 콘텐츠를 보급해야 한다. 이는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 세대와 지역을 잇는 새로운 소통의 무대가 될 것이다. 아울러 문화체육관광부를 필두로 보건복지부, 교육부, 국토교통부가 협업하는 범부처 차원의 통합적 협력 체계가 가동될 때, 예산과 정책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실질적인 지원이 실현될 수 있다.

이러한 국가적 과제 속에서 우리 광주·전남 지역은 고유한 문화적 자산을 바탕으로 선도적인 우수 사례를 일궈내고 있다.

첫째는 광주의 ‘꿈다락 토요문화학교’와 마을 커뮤니티 비엔날레이다. 예향 광주는 아시아문화중심도시라는 위상에 걸맞게 아동·청소년과 가족이 함께하는 교육 모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켜 오고 있다. 특히 세계적인 미술 축제인 광주비엔날레와 연계해 주민들이 직접 작품을 기획하고 전시하는 프로그램은 시민을 단순한 관람객에서 주체적인 창작자로 전환하며, 도시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예술 교육의 장으로 변모시키고 있다는 평을 받는다.

둘째는 전남의 ‘에코-아트(Eco-Art)’ 폐교 재생 프로젝트이다. 전남은 인구 감소로 인한 폐교 문제를 역발상으로 극복했다. 고흥, 강진 등지의 폐교를 문화예술 캠프로 개조하여 목공, 천연 염색, 미디어아트 등 자연과 결합한 생태 예술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는 도시민을 지역으로 유입시키는 ‘관계 인구’ 형성의 핵심 동력이 되고 있으며, 사라져가는 마을에 예술의 온기를 불어넣고 있다.

문화예술교육이 단순한 취미를 넘어 개인의 성장에 필수적인 이유는 하워드 가드너가 제시한 ‘다중지능이론’을 통해 증명된다. 문화예술교육은 인간의 다양한 지능을 균형 있게 자극해 전인적 성장을 돕는다. 연극과 시 쓰기는 언어지능을 확장하고, 음악의 화성과 미술의 구도는 논리수학 지능을 자극한다. 회화와 조각은 시각공간 지능을, 무용과 악기 연주는 신체운동 지능을 발달시킨다.

소리의 조화를 배우는 음악지능, 협업을 통한 대인관계 지능, 창작을 통한 자기성찰 지능, 소재를 찾는 자연친화 지능, 그리고 삶의 의미를 묻는 실존지능에 이르기까지 예술은 인간이 가진 아홉 가지 잠재력을 전방위적으로 깨우는 소중한 열쇠이다.

이러한 다각도의 지능을 개발하고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전문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에 정부는 ‘문화예술교육 지원법’ 제31조를 통해 국·공립 교육시설에 문화예술교육사의 의무 배치를 명시하고 있다. 공연장, 박물관, 미술관, 도서관 등 공공 영역에 국가자격증을 소지한 전문가를 배치함으로써 교육 프로그램의 기획력과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다.

이는 수혜자인 시민들에게 양질의 서비스를 안정적으로 제공하고, 예술가들에게는 전문 직종으로서의 안정적인 일자리를 보장하는 핵심 안전망이다. 향후 이 제도가 민간 영역과 지역 거점 센터까지 실질적으로 확대될 수 있도록 더욱 세밀한 재정적 지원 체계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문화예술교육은 풍요로운 시대의 장식품이 아니다. 그것은 무너진 공동체를 치유하고 우리가 ‘왜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찾게 하는 본질적인 힘이다. 초고령사회라는 거대한 파고는 이미 우리 앞에 도달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예술이라는 든든한 돛을 준비한다면, 그 거친 파도는 오히려 새로운 문명의 시작을 알리는 항해의 동력이 될 수 있다. 전남과 광주가 보여준 가능성을 전국으로 확산하고, 전문 인력과 인프라에 대한 과감한 투자를 통해 ‘문화강국’을 넘어 모든 시민의 삶에 품격이 흐르는 ‘문화 행복 국가’로 나아가야 한다. 문화예술교육은 바로 그 여정의 가장 밝은 등대가 되어줄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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