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권익위원 칼럼]전남광주 산하기관 통합, 속도보다 완성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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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 칼럼]전남광주 산하기관 통합, 속도보다 완성도다

신연범 광주신용보증재단 감사실장

신연범 광주신용보증재단 감사실장
지난 7월 1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출범한 이후 우리 지역에 많은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아직 출범 초기인 만큼 통합의 성과를 섣불리 단정하기는 이르지만, 그동안 각각 추진하던 주요 현안을 보다 큰 틀에서 다룰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됐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미래산업 분야다. 광주 군공항 일원이 호남권 반도체 국가산단 후보지로 지정되고 조성이 본격 추진되는 것이 대표적인 변화일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투자 수요를 반영한 것이다. 다만 일부 풀어야 할 과제는 남아 있지만, 첨단산업의 새로운 거점을 지역에 조성할 가능성이 구체화 됐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처럼 통합특별시의 출범은 국가사업과 투자 유치에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통합의 성패는 대형 프로젝트나 예산 규모만으로 판단할 수 없다. 통합이 행정구역의 결합에 머물지 않고 시민의 일상과 행정 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로 이어지려면 청사 기능 배분, 기존 제도의 조정, 지역 간 균형, 조직과 인사의 통합과 같은 복잡하고 세밀한 과제들을 풀어야 한다.

그 가운데 시민과 종사자 모두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사안이 바로 산하기관 통합이다. 특별시는 옛 광주·전남의 유사 기능 지방공공기관 22곳을 11곳으로 재편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기능이 겹치는 기관을 정비하고 조직과 예산을 연계한다면 규모의 경제와 전문성 강화, 시민서비스 향상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법인을 하나로 합치는 일과 두 조직이 실제로 하나가 되는 일은 다르다. 기관마다 설립 목적과 재원 구조, 직급과 보수체계, 복리후생, 조직문화, 주요 고객층이 다르다. 한쪽의 제도를 일괄 적용하면 예상하지 못한 비용과 갈등이 생길 수 있고, 비용 절감만 앞세우면 현장에서 축적한 전문성과 서비스 접근성이 오히려 약해질 수도 있다. 통합의 성과는 결국 기관 수가 몇 개 줄었느냐가 아니라 시민이 이전보다 나은 서비스를 받게 됐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특히 본점 소재지는 단순히 대표 주소를 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본점의 위치에 따라 일부 근로자의 출퇴근 시간이 크게 늘어날 수 있고, 가족을 포함해 상당수의 생활권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통합추진 대상 기관의 근로자는 약 2000명이 넘는다. 본점의 위치에 따라 가족까지 포함해 수천명이 동시에 이동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는 직원 개인의 불편에 그치지 않는다. 배우자의 직장, 자녀의 학교와 돌봄, 부모 부양 등 가족 전체의 생활기반과 맞물리는 문제다.

본점 소재지 결정이 가족의 거주 문제로 이어질 경우 근로자들의 불편과 반발 가능성 역시 고려해야 한다. 조직 통합의 효율을 얻기 위해 구성원에게 과도한 희생을 요구하거나 비용을 부담시키는 방식은 조직 안정에도 도움이 되기 어렵다.

본점의 위치는 단순한 지역 간 안배 논리를 넘어 고객 이용량과 접근성, 지점망, 업무 효율, 직원 이동거리 등을 객관적인 자료로 비교해 판단할 필요가 있다.

과거 사례는 신중한 접근이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다. 광주사회서비스원은 2023년 광주복지연구원과 통합됐지만 최근 보도에 따르면 통합 4년째에도 직원 간 임금·복지 체계의 차이가 남아 있다고 한다. 광주연구원과 전남연구원은 2015년 통합됐다가 2023년 다시 분리됐으며, 행정통합 이후 다시 통합을 추진하고 있다. 제도적 결합만으로 조직문화와 업무체계의 차이가 곧바로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통합과 분리가 반복된다면 조직의 피로도와 정책의 연속성에도 부담이 될 것이다.

그렇다고 통합을 무기한 늦추자는 뜻은 아니다. 결정이 장기간 미뤄지면 사업 지연과 조직의 불확실성이라는 또 다른 비용이 발생한다.

다만 시민의 서비스 접근성은 좋아지는지, 인사·임금체계는 어떤 원칙으로 조정할지, 본점과 지점은 어떤 기준으로 배치할지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 여기에 실제 조직을 움직여야 할 직원들의 의견을 듣는 중요한 과정도 빼놓지 말아야 한다.

통합특별시는 이제 첫걸음을 뗐다. 지금 우리의 선택은 앞으로 오랫동안 지역 행정과 공공서비스의 틀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산하기관 통합 역시 몇 달의 일정을 앞당기는 것보다 한 번의 결정을 제대로 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시민은 더 편리해지고, 조직의 전문성은 높아지며, 구성원은 새로운 체계에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어야 한다. 통합의 진짜 속도는 출범일이 얼마나 빠른지가 아니라, 새 조직이 얼마나 오래 흔들림 없이 제 역할을 다하는가에서 확인될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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