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민 단국대학교 기생충학과 교수는 지난 21일 오후 7시 광주 서구 라마다플라자 광주호텔 5층 대연회장에서 열린 ‘광남일보 제5기 최고지도자 아카데미’에서 ‘기생충과 인간’을 주제로 한 강의를 통해 “기생충은 생존을 위해 최소한의 것만 취하지만 인간은 많은 것을 가지고도 행복해하지 못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서 교수는 “기생충에 대한 혐오감으로 인해 기생충의 연구조차 이뤄지지 않는 것이 안타깝다”며 “인간은 기생충에게 얻을 교훈이 많고 이를 통해 더 좋은 삶을 살아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빈둥거리는 사람에게 ‘기생충 같은 놈’이라고 말하는데 기생충은 빈둥대지도 사람을 괴롭히지도 않는다”면서 “그저 조용히 숙주의 몸 속에서 살고 있을 뿐 백해무익하지도 않으며 실제로 기생충이 없어진 후부터 알레르기 질환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교수는 천식의 원인을 찾아 헤맸던 ‘스트라칸 연구’에 따르면 형제가 많으면 그 중 한명은 더럽고, 그 가정의 아이들은 천식이 적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는 기생충이 많을수록 면역질환이 없다는 의미다.
그는 “기생충을 이용해 면역질환을 치료하거나 이식된 신장의 수명을 늘리는 연구를 한다면 인류에게 큰 이익이 될 수 있지만 기생충에 대한 혐오가 이런 연구마저 가로막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또 “사람의 몸 속에서 기생충이 제일 살기 좋은 곳은 십이지장인데 만약 이곳에 이미 터를 잡고 사는 기생충이 있으면 다른 기생충은 욕심 내지 않고 다른 곳으로 간다. 또한 맨 윗부분에 자리 잡은 기생충은 먹이를 하나만 먹고 밑으로 흘려보내 아래 사는 기생충도 먹고사는 데 아무 문제 없다”며 “인간이 기생충에게 배워야 할 점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서 교수는 “숙주의 모진 탄압에도 저마다의 방법으로 생명을 이어온 기생충은 숙주에게 들키지 않고 살기 위해 사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활동을 하며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한다”면서 “영화나 잘못된 정보로 괜한 공포감에 사로잡혀 살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앞서 밝힌 기생충의 정신은 과도한 욕심을 부리며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며 살아가는 우리들이 배워야 할 것”이라며 “괜한 기생충 혐오로 인해 기생충을 이용한 연구조차 되지 않는 것은 우리에게 득이 될 게 없다”고 강조했다.
윤자민 기자 yjm3070@gwangnam.co.kr
윤자민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