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조들 지혜 깃든 음식문화 교육에 ‘앞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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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조들 지혜 깃든 음식문화 교육에 ‘앞장’

[사람사는이야기] 정난희 (사)빛고을전통음식아카데미 대표
(사)전라도전통음식보존연구회서 파생…정회원 74명
2014년 창립 6년째 남도향토음식 발굴 및 계승에 온 힘
소속 명인들 함께 ‘스토리’ 모색·디지털 DB구축 계획도

정난희 대표는 “한류 바람을 타고 우리 고유의 음식도 세계무대에서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옛 것의 장점을 살려 전통음식을 개발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전라도는 예로부터 ‘맛의 고장’으로 불려왔다. 식량 자원이 풍족했던 지형의 특성상 자연스럽게 음식문화가 발달돼 온 것이다. 광주는 목포와 나주, 담양, 해남 등 호남 지역 사람들이 모여들면서 다채로운 음식문화를 이루게 됐다. 향토음식은 전통음식의 모태로 각 지역마다 생산되는 특산물을 이용해 발달돼 왔다.

이처럼 다양한 전라도의 향토음식을 계승하는 이들이 있다. 올해로 창립 20년을 맞이한 사단법인 전라도전통음식보존연구회와 여기에서 세미나와 실습 등 교육적 성격이 강화돼 파생된 사단법인 빛고을전통음식아카데미가 그것이다. 전라도전통음식보존연구회와 빛고을전통음식아카데미는 33년째 식품조리과학 및 식문화를 연구해온 정난희 회장(전남대 사범대학 가정교육과 교수)이 이끌고 있다.

빛고을전통음식아카데미는 2014년 출범해 6년째 호남 지역의 향토음식을 발굴·계승, 교육해오고 있다. 5개 분과로 나뉘어 한정식과 떡·한과, 폐백·이바지, 향토음식, 발효음식을 연구해오고 있다. 대부분 50~80대로, 정회원 74명과 준회원 3명이 활동 중이다.

단체 창립과 동시에 전라도전통음식보존연구회와 회원들의 향토음식을 표준화해 연구집 ‘광주·전남 향토음식’을 발간했으며, 2019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 개최 당시 광주 전통향토음식 및 통과의례상 차림 전시회를 갖는 등 전통음식 문화 보급에 앞장서오고 있다. 매달 마지막 주 수요일에 광주 북구 남도향토음식박물관에서 세미나를 갖고, 향토음식의 배경과 조리방식 등을 연구하는 한편, 1년에 2회 향토음식탐방을 떠나기도 한다.

빛고을전통음식아카데미에 따르면 이들이 주목하는 향토음식은 100년 이상 이어져 온 것이다. 지역에서 고유하게 전승돼온 조리법으로 요리돼 그 고장 사람들이 즐겨먹는 음식을 일컫는다. 지역 특산물을 사용하는 점이 특징이다.

특히 광주는 지리적 특성에 따라 발달한 향토음식과 절기에 따른 시·절식 음식, 혼례 및 이바지 음식, 서민들이 즐겼던 소박한 토속음식 등이 어우려져 독특한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빛고을전통음식아카데미 회원들.
먼저 정난희 회장은 향토음식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우리가 먹었을 때 ‘편안하다’라고 느끼는 전통음식이 근본적으로 따져보면 과학적이고, 건강한 식문화예요. 전통적으로 서민들이 지역에서 자란 식재료를 요리해 먹었던 게 ‘참 식단’이자 ‘웰빙’(wellbeing)인 거죠. 우리 음식을 보존해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어요.”

그렇기에 빛고을전통음식아카데미는 전통 방식 그대로를 전수한다. 정 회장은 전통을 고집하는 데에는 그것을 알아야 다양한 음식문화를 이어갈 수 있어서라고 밝혔다.

“우리 음식은 조리법대로 해도 정성이 있어야 한다고들 하잖아요. 빛고을전통음식아카데미는 흩어진 향토음식들을 모으고, 분석해 대중화에 앞장서기도 하지만, 어떤 정성이, 어떻게 들어가는지 알리는 역할을 하죠. 그렇기에 담음새는 현대적일지라도 음식만큼은 고유의 조리법을 고집하고 있어요. 전통을 알면 얼마든지 요리 방식 등을 발전시켜 현대적인 음식문화를 선보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고유의 음식이 앞으로도 더 사랑받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내기도 했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의 인기로 인해 작품에 등장하는 ‘짜파구리’가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죠. 한류 바람을 타고 우리 고유의 음식도 세계무대에서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옛 것의 장점을 살려 전통음식을 개발해나가야죠.”

이어 향토음식의 매력에 대해서는 똑같은 배추김치도 전라도식, 경기도식으로 나뉘는 것처럼 지역마다 다른 특징을 꼽았다. 거기에 종갓집 딸이거나 며느리여서 어떤 계기로 인해 음식을 만들기 시작해 뭔가를 더해봤더니 조금 더 맛이 깊어지더라는 경험담 등 더해지는 스토리가 향토음식의 매력을 배가시킨다고 했다. 따라서 향토음식에는 삶을 대하는 태도, 선조들의 지혜, 사람사는 냄새가 깃들어 있다는 것이다

“상차림은 음식 가짓수에 따라 3·5·7첩, 임금님수라상인 12첩으로 구분돼요. 전통 방식 그대로 상차림을 내면 재료와 조리방법, 영양 성분이 겹치지 않습니다. 우리 문화 우리 음식이 과학적인 이유죠. 또 상에 올라가는 음식의 수는 제한돼 있기에 제아무리 대단한 부와 권세를 손에 쥐었더라도 끼니 때 100가지 음식을 먹을 수 없었죠. 이렇듯 우리 음식문화로 전통에 깃든 사상까지 유추해낼 수 있습니다.”

정 회장은 사실상 전통 음식 문화에 대해 모르는 사람이 더 많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올바르게 알고 먹었으면 한다는 바람을 드러냈다.

“전은 ‘지진다’ ‘부친다’고 하는데 한 요리 프로그램에서 ‘굽는다’고 표현하는 것을 봤어요. 다른 예능에서는 3·5·7·12첩 상차림에 밥과 국, 김치는 포함되지 않는데 포함시켜 반찬 가짓수를 세는 게 그대로 방송되기도 했죠. 파급력이 상당한 미디어일수록 전통 음식 문화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돼야 하고, 용어 선택에 신중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보는 내내 안타까웠어요. ‘우리가 할 일이 참 많구나’라고 느꼈죠. 우리음식 문화를 올바르게 알리는 일이 시급하다는 생각이에요.”

“전라도전통음식보존연구회와 빛고을전통음식아카데미처럼 정통을 그대로 잇는 단체가 있듯, 트렌드를 따르는 단체 또는 개인도 많다”고 언급한 뒤 “추구하는 게 다를 뿐 음식문화의 발전을 위해 모두 필요한 존재들”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프로와 아마추어를 떠나 음식을 진정성 있게 만들어달라고 당부했다.

“유행처럼 음식연구소를 차리거나 여러 음식을 조합해 상차림 하는 분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죠. 애착을 갖고 임하는지, 아닌지는 조금만 지켜보면 알 수 있어요. 김치를 담그려 해도 몇 년 전부터 소금의 간수를 빼고, 전통 장류인 간장과 고추장, 된장 등도 몇 년 씩 묵혀야 깊은 제 맛을 내듯, 꾸준히 자기수행을 하면서 책임감을 갖고 뛰어들어달라고 전하고 싶어요. 다음 세대에까지 음식문화를 알려주려는 마음을 갖고 임했으면 합니다.”

빛고을전통음식아카데미는 소속 회원들이 대체로 고령이다 보니, 각각의 특색이 담긴 조리법들이 사장될 위험에 처해있다고 한다. 따라서 향후 회원 한 명 한 명의 대표메뉴와 이에 얽힌 이야기를 정리해 영상으로 기록하는 한편, 식재료의 성분과 열량 등을 따져 표준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같은 교육용 디지털콘텐츠를 제작해 향토음식 문화를 대중에 알릴 복안이다.
정채경 기자 view2018@gwangnam.co.kr        정채경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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