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대선…유권자의 현명한 선택 절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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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칼럼

사상 초유의 대선…유권자의 현명한 선택 절실

김상훈 편집국장

[편집국에서]

#1.

내년 3월 9일 치러지는 제 20대 대통령선거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사상 초유의 이상한 대선’이 될 듯 싶다.

당선 가능성이 높은 여당과 제 1야당의 대통령 후보가 국회의원 경험이 없고 중앙 정치무대에서 변변한 직함도 가져보지 못했던 이들로 결정됐기 때문이다.

이는 1987년 민주화로 제13대 대통령 선거에 국민이 대통령을 직접 뽑는 직선제가 다시 도입된 이래 처음있는 일이다.

13~19대까지 역대 대통령 7명은 모두 ‘여의도 정치’경험이 있었고 노무현·이명박 전 대통령을 제외한 나머지 5명은 당 대표를 맡기도 했다.

여·야 대선 후보가 중앙 정치 신인이라는 점은 매우 이례적인 것이다.

참고로 우리나라 최초의 대통령 선거는 국회가 국민을 대신해 대통령을 선출하는 간선제였다. 또 4대,8~12대 대선도 국회, 통일주체국민회의,대통령 선거인단 등 뽑는 주체만 달라졌을 뿐 간선제였고 나머지 2대, 3대,5~7대는 직선제 였다.

이와 함께 이번에 선출된 후보들이 진보와 보수 등 양 진영 핵심 지지층의 뜨거운 성원에 힘입어 대통령 경선에서 승리했다는 점이다.

경기도지사와 검찰총장 등의 이력을 통해 각기 다른 자신만의 ‘강한 리더십’을 선보인 이들이 코로나 19 장기화 사태, 치솟는 부동산 가격, 양질의 일자리 부족 등 대한민국의 산적한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라고 판단, 지지를 몰아준 것이다.



#2.

문제는 이들 후보들과 이들을 둘러싼 진영의 분위기가 미래에 대한 기대감보다는 불안감을 조성하고 있다는 데 있다.

먼저 두 후보 모두 ‘정치 신인’이지만 참신함 보다는 형수 욕설 파문과 전두환 옹호 발언 등 각종 구설과 논란에 휩싸여 도덕성과 자질에 대해 심각한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또 이들은 각각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과 검찰 고발사주 의혹에 연루됐다는 의심을 받고 있는 등 모두 ‘수사 리스크’를 안고 이번 대선을 치러야 하는 약점도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각종 여론 조사에서 나타난 이들에 대한 ‘비호감도’는 역대 어느 대선때보다 높게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 이들이 이같은 약점에도 불구, ‘정권 재창출’ vs ‘정권 교체’로 쫙 갈라진 진보와 보수 양 지지층의 전략적 판단에 의해 대선후보로 결정돼 이번 대선이 ‘상대 죽이기’에만 올인하는 최악의 네거티브 선거전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이들 지지층이 과거 어느때보다 자신이 지지하는 진영이 아니면 무조건 거부하는 ‘내로남불’경향이 강하다는 점도 이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3.

이처럼 이번 대선전이 각 진영이 생존을 위해 결집하는 총력전 양상으로 전개되면서 누가 집권하든 후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가뜩이나 이들과 지지세력의 행태에 혐오감을 느낀 중도층과 MZ세대들은 “뽑을 사람이 없다”며 이번 대선을 외면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들 후보들의 지지율 또한 고정 지지층 확보에만 머물며 확장성에 한계를 보이고 있다.

여야 후보들은 패자에게 치명상을 안길 이번 대선에서 한표라도 더 얻기 위해 지금보다 더한 사생결단식 이전투구를 벌일 가능성이 높다. 선거일까지 말로는 정책선거를 외치지만 죽기 살기식 상대방 흠집내기에 전력을 쏟을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얘기다.

‘그들만의 리그’로 굳혀져 가고 있는 이번 대선이 조금이나마 우리나라의 미래와 정치발전에 기여하는 선거로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유권자의 관심이 절실하다.

상대 진영에 대한 보복과 응징 등 과거에 머물고 있는 후보보다는 위드 코로나 시대, 산적한 대내외 현안 문제를 해결하고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하는 지도자를 지지하고 선호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그것만이 이념적 노선을 앞세운 양대 정당에 충격과 자극을 줘 보복과 응징의 대선이 비전의 대선으로 바꿀 수 있을 것이다.

120여일 남은 제 20대 대통령 선거가 과거 보다는 미래, 대선 후유증이 없는 전 국민 화합의 장이 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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