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을 잡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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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잡아라

김인수 교육체육부장

[데스크칼럼] 늘 연말연시가 되면 불확실한 미래를 준비하는 책들이 베스트셀러가 된다. 임인년 새해에도 작금의 경제, 사회, 문화 등의 전망을 담은 책 ‘트렌드 코리아 2022’가 10주 넘게 베스트셀러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와 김난도 서울대 교수가 쓴 이 책에서는 2022년 소비트렌드 키워드로 10가지를 꼽고 있다. △공동체 문화에서 개인주의 문화로 이행하는 현상을 말하는 ‘나노사회’ △돈에 대한 관심이 높아 수입을 다변화·극대화하려는 ‘머니러시’ △신개념 소비과시 시대의 능력치 ‘득템력’ △시골향(向) 라이프스타일 △러스틱 라이프 △건강 관리도 즐겁게 하자는 ‘헬시플레저’.

그리고 △대한민국의 허리이자 소비시장을 이끌고 있는 40대를 뜻하는 ‘엑스틴(X-teen)세대’ △자기 관리에 철저한 ‘바른생활 루틴이’(Routine) △가상공간을 재창조하는 ‘실재감테크’ △소비자 주도 유통 과정인 ‘라이크커머스’ △강력한 서사를 갖추면 대중의 주목을 받는다는 ‘내러티브 자본’ 등이다.

키워드 중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바른생활 루틴이’다. 코로나19 팬데믹과 4차 산업혁명, 저출산·고령화 등 급변하는 사회 변화로 자신의 삶을 주도적으로 설계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예전에는 대다수 학생들이 ‘자율’ 아닌 ‘자율학습’으로 저녁 6시부터 10시까지 학교에 남아있어야 했다. 지금은 야자는커녕 오후 3~4시만 되면 모든 학생들이 각자의 스케줄에 맞게 뿔뿔이 흩어진다.

주52시간제와 같이 근로시간 단축과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직장의 업무환경에서도 자유시간이 늘어났다. 재택근무가 가능해졌고, 기업은 어디에서 근무하든 생산성을 내면 그만이다.

책에서는 이처럼 외부의 통제가 현저히 줄어든 상황에서 자기만의 일상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사람들을 ‘바른생활 루틴이’라고 부른다.

루틴은 매일 수행하는 습관이나 절차로, 공부루틴, 운동루틴처럼 의식적으로 반복하기 위해 세운 계획이나 일련의 행동을 말한다. ‘루틴이’들은 자진해서 목표를 만들어 스스로 구속하고, 함께 습관공동체를 만들어 타인의 도장을 받으며, 매일매일 되돌아보며 작은 성취를 확인하면서 완성된다.

이 중에서도 ‘도장받기’ 실험이 인상적이다. 선생님이 감시할 때 왠지 공부가 더 잘되고, 상사가 재촉할 때 보고서 작성에 집중하듯이 타인이 내 일상을 지켜보며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주는 것과 같다는 의미로 ‘도장받기’다.

지난해 부산의 한 중학교는 학생들이 온라인에서 자기주도학습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는지를 보는 이색 실험을 해 눈길을 끌었다.

비대면 원격수업의 문제점이 많은 상황에서, 이 학교는 희망자 58명을 대상으로 대학생 자원봉사자들이 각자의 노트북과 태블릿PC로 가정에 있는 학생 7~8명의 학습 장면을 지켜보도록 했다. 학생들은 학습계획을 제출하고 40분 수업, 10분 휴식을 취하면서 매일 5교시를 스스로 공부했다. 결과는 일단 대성공이었다. 학생들은 서로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경쟁하기도 하고 응원하기도 했다.

이 학교의 학생들처럼 우리도 일상생활에서 ‘바른생활 루틴이’가 될 수 있다.

익명의 타인들과 서로의 성취를 자극하도록 지원하는 앱, 자아성장 플랫폼도 많이 개발돼 있고, 시간 관리를 돕는 타이머 앱도 활용하면 된다.

현대인에게 ‘의지박약’은 공통의 문제다. 어렵다고 포기하기보다 자발적으로 타인의 개입을 불러들이면 된다. 긍정의 결과를 얻을 수만 있다면 ‘외부 자극의 도움을 받았다’는 자존심의 상처는 잠시 내려놓아도 된다.

다사다난했던 2021년 신축년이 가고 2022년 검은 호랑이의 해, 임인년이 밝았다. 세상이 급변해도 삶을 살아내는 나는 항상 우주의 주인공이다. 희망찬 새해에는 다들 호랑이 기운을 받아 ‘바른생활루틴이’로 변신해 작심삼일에 안주하지 말고, 삶을 통제하면서 자신이 목표한 모든 것을 이루길 바란다.
김인수 기자 joinus@gwangnam.co.kr        김인수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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