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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갑수 제7대 대한장애인배구협회 회장이 한국 장애인배구 현황과 발전 방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기남 기자 |
학창시절 엘리트 배구선수로 활약했으며 이후 목포고·목포대에서 지도자 생활을 이어가며 후배 양성에 힘을 보탰다.
이후 사업가로 변신해서도 배구와의 끈을 놓지 않았다. 특히 자신이 경영하는 ㈜백양실업의 직원 채용에 장애인들을 우선 선발해 장애인배구단을 창단하는 등 소외계층과 함께하는 기업 만들기에 앞장서 왔다.
사업으로 얻은 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는 일에도 적극이다. 광주시와 초·중·고·대학 팀에 장학금과 격려금을 꾸준히 지원하고 있고, 광주체육인재장학기금 등 다양한 기부활동으로 고액 기부자클럽인 ‘광주아너소사이어티’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이같은 공로로 2010년 대한장애인체육회장 공로상,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2013년 대통령표창, 2019년 광주시민대상 등을 수상했다.
신체의 불편함을 극복하고 체육인으로서 당당히 자신의 몫을 다하는 장애인배구인들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있는 전 회장을 만나 그의 남다른 배구 사랑과 철학에 대해 들어봤다.
-대한장애인배구협회의 태동 과정이 궁금하다.
1988년 서울장애인올림픽에서 장애인배구가 정식종목으로 소개되면서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했다. 대한장애인배구협회는 그 후 18년이 지난 2006년이 돼서야 대한장애인체육회의 정식 가맹단체로 승인을 받았고, 세계장애인배구연맹(WPV)에도 가입했다.
대한장애인배구협회는 현재 세종과 충북을 제외한 전국 15개 시·도장애인배구협회에 남·여 700여명이 등록선수로 활동하고 있다. 산하에는 지적장애인배구연맹이 학교체육 중심(전국 12팀)으로 운영되고 있다. 비장애인과 함께하는 생활체육 좌식배구 동호인은 전국에서 1700여명이 활동하고 있다. 전국 규모의 좌식배구대회도 매년 15개 정도 열린다. 입식배구는 매년 5월 전국장애학생체육대회 종목으로 열리고 있다.
-대한장애인배구협회와의 인연은 언제부터였나
장애인배구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9년부터다. 당시 권영진 대한장애인배구협회장(현 대구시장)과 함께 대한장애인배구협회 상임부회장직을 수행하던 중 권 회장이 대구시장에 당선(2014년)되면서 회장직무대행 자격으로 협회를 2년 동안 이끌었다.
이후 7대 대한장애인배구협회장 선거일이 다가오면서 전국 장애인배구인들의 출마 권유가 빗발쳤다. 당시 대한체육회 산하의 광주시배구협회 회장직을 맡고 있던 터라 대한장애인배구협회장 선거에 뛰어드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지만 지지해주는 장애인배구인들의 요청을 거부할 수 없어 결단을 내리게 됐다.
제가 경영하는 중소기업인 ㈜나이스와 ㈜백양실업에 장애인배구 남녀실업팀을 창단한 것도 우리나라 장애인배구 발전에 작은 디딤돌 하나 놓자는 생각이었다.
-협회 사무실을 광주에 마련했다고 하던데
지난해 3월 2일 광주 동구에 협회 사무실을 마련했다. 상근 직원은 사무국장과 사무과장, 사무주임 등 3명으로, 이들은 모두 대한장애인체육회 소속이다. 임금도 협회에서 지급된다.
-협회를 이끌면서 애로사항은 없는가
그동안 장애인 스포츠는 비장애인 스포츠에 비해 크게 소외된 것이 사실이다. 특히 비장애인들 사이에서는 장애인 스포츠에 대한 편견으로 무시해온 경향이 없지 않았다.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배려하거나, 혹은 동등한 입장에서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
대한장애인배구협회의 외형도 열악한 수준이다. 대한배구협회의 1/5 수준이다. 대한배구협회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을 거의 대부분 그대로 진행하고 있고, 국가대표를 선발, 육성하고 리그전도 치러야 하는데 애로가 많다. 선수층이 얇고, 고령화된 데다 수급에도 한계가 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전환도 시급하다. 심지어 ‘장애인 스포츠를 하는 사람은 비장애인 스포츠와 거리를 둬야 한다’고 말하는 체육인도 있다. 비장애인 누구나 장애인이 될 수 있고, 삶은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장애인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장애인배구협회 회장직을 수행하면서 장애인배구의 위상을 비장애인배구의 수준으로 올려놓는 주춧돌을 쌓고 싶다. 인식 대전환을 위해 한국 배구의 주축인 대한민국배구협회, 그리고 한국배구연맹(KOVO)과 상생의 모델을 찾고 싶다.
-최근 좌식배구 여자국가대표팀이 광주에서 전지훈련을 했다는데.
그렇다. 좌식배구 국가대표 선수들이 오는 10월 열릴 예정이던 항저우 아시안 패러게임 좌식배구 부분 메달 획득을 목표로 광산구시설관리공단 수완문화체육센터 다목적체육관에서 훈련했다. 김정아 감독과 정성훈 코치, 선수 등 모두 14명으로 이뤄진 국가대표팀이 보름간 광주에서 전지훈련을 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다. 대표팀은 이곳에서 팀워크 향상을 위한 서브, 스파이크, 리시브 등의 훈련과 경기력 유지를 위한 연습경기를 했다.
좌식배구 여자 국가대표 선수들이 광주에서 훈련하는 모습을 보고 흐뭇했다. 훈련에서 얻어낸 성과로 광저우 패럴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얻기를 바랐는데 중국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대회가 연기돼 많이 아쉽다.
오는 6월에도 같은 장소에서 좌식배구 남자 국가대표 선수들이 합동훈련을 할 예정이다.
-최근 협회장기 대회가 창립 이래 처음으로 열렸다. 파생 효과는?
지난 5월 13일부터 15일까지 강원도 인제다목적체육관에서 ‘하늘내린 인제 제1회 대한장애인배구협회장배 전국장애인배구대회’가 열렸다. 협회 창립 이후 처음 열리는 협회장배 대회로 장애인배구인들의 큰 주목을 받았다.
좌식배구 남자부(전문), 좌식배구 여자부(전문), 어울림부(생활), 지적배구로 구분된 이번 대회는 장애인 배구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과 신인·우수 선수 발굴 및 사회적응 능력 배양, 전국대회 통한 장애인·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 장애인배구(좌식배구)에 대한 국민의 이해 증진을 목적으로 마련됐다. 이 대회가 도전과 극복, 포용과 배려, 화합과 희망의 아이콘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많은 관심 부탁드린다.
이번 대회는 많은 파생 효과를 낳았다.
우선 지역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됐다. 대회 기간 1000여 명의 선수와 부모, 활동보조인, 자원봉사자, 장애인체육회 임직원들이 전국에서 방문함으로써 숙박업소, 음식점 등 경기 활성화로 직간접인 지역경제 유발 효과가 있었을 것이다.
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어울리는 화합과 희망의 스포츠 축제를 전국에 알려 지역민의 자긍심을 높이고, 관광활성화 등 다양한 효과를 얻게 될 것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면서 장애인 체육에 대한 비장애인의 인식을 개선하는데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장애인 배구의 위상을 비장애인 배구 수준으로 올려놓겠다.
- 내년에 우리나라에서 세계대회가 열린다고 들었다. 개최 준비는 잘 진행되고 있는가.
내년에 대구에서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린다. 대회는 차질 없이 준비되고 있다. 논의를 더 해봐야겠지만 대구시·광주시와 협의해서 동사화합의 상징인 ‘달빛동맹’으로 대회를 개최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예컨대, 남자경기는 광주에서, 여자경기는 대구에서 하는 식이다. 이처럼 교차해서 대회를 진행하는 방안을 양 자치단체에 적극 건의해보겠다.
이에 앞서 세계선수권대회 전초전 성격의 대회가 오는 7월 15일부터 21일까지 1주일 동안 충남 천안시에서 열린다.
-남은 임기 동안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싶은 사업은?
우선, 집행부가 바뀌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튼튼한 기반을 만들겠다. 그러려면 장애인배구 장기발전전략이 필요하다. 국제대회를 격년제로 유치하고, 전국장애인체육대회 등에 외국팀을 초청해 교류하는 것도 추진하겠다.
아직 협회 구성이 안 돼 있는 세종과 충북지역 협회를 창립하는 것도 시급하다. 이를 통해 전국의 모든 시도협회가 장애인체육팀을 운영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
좌식배구와 입식배구의 활성화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특히 지적배구 활성화는 협회 사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우선 전국체전 종목에 지적배구를 포함시키는 일이 중요하다. 전국에 18개의 지적학교장애인배구팀이 있는데도 전국체전 정식종목에 빠져있다 보니 선수 연계육성이 안 되고 있다. 학생선수들이 1년이면 3∼4명가량 졸업하는데 직장팀이 없다보니 갈 곳이 없다. 그래서 팀 창단을 계획 중이다. 연말까지는 지적장애인배구실업팀을 만들 계획이다.
학교체육 활성화도 중요하다. 학교체육에서 선수들을 육성해야 대회를 원만하게 치를 수 있다. 그래서 장애인배구 활성화를 위한 포커스를 학교체육에 맞출 계획이다. 우리 지역에는 목포인성학교 지적장애인팀이 운영되고 있지만 더 많은 팀을 창단해야 한다. 지적배구가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채택되면 학교 팀 창단은 어렵지 않을 듯하다. 연계육성을 위한 실업팀 창단도 적극 추진하겠다.
또 지적장애인배구연맹과 함께 비치발리볼연맹, 청각배구연맹, 어울림연맹(장애 3명+비장애 3명) 창단을 추가로 계획하고 있다.
-광주시배구협회장과 대한장애인배구협회장, 그리고 대한장애인체육회 상임부회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계신데 책임감도 클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엘리트 배구선수로 성장하다보니 배구는 저와 한 몸이나 다름없다. 기업 활동을 하면서도 자연스럽게 광주시배구협회 부회장직을 맡게 됐고, 여러 배구인들의 여망을 모아 지난 2017년 통합 광주시배구협회장(제12대)이 됐다. 제13대 광주시배구협회장 선거에서도 단독으로 출마해 당선됐다. 그리고 지난해 5월 대한장애인체육회 제5대 집행부 1차 이사회에서 4년 임기의 상임부회장으로 위촉됐다. 지난 연말에는 대한장애인배구협회장으로 선출됐다.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사태로 모든 생활이 위축되고 마음 편히 운동할 수도 없는 시기에 여러 중책을 맡아 사업 추진이 자유롭지 못했다. 다행히 지금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잦아들고 있어 협회도 일상으로의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그러나 비장애인배구와 장애인배구 활성화를 위해 추진하는 사업들이 차질 없이 진행되려면 회장의 의지만으로는 어렵다.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선수와 지도자, 심판 모두가 하나 된 마음으로 서로를 격려하고, 아름다운 화합을 해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아시아장애인배구연맹 회장 선거에도 출마한다고 들었다
현 아시아장애인배구연맹 회장의 임기가 올해 말로 끝난다. 그래서 차기 회장 선거 출마를 위해 일본 등 여러 명의 인사가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우리 측 분위기는 좋다. 현재 회장이 중국분인데 한국에 매우 우호적이다. 제 입장에서는 플러스 요인이다. 현직 회장의 지지가 선거에 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좋은 분위기를 선거일까지 이어간다면 아시아장애인배구연맹 회장에 도전할 기회가 있을 것 같다.
-장애인배구인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대한장애인배구협회의 변화와 혁신을 바라는 배구인들의 바람으로 당선됐다. 저를 선택해주신 분들의 뜻이 헛되지 않도록 협회의 미래 10년을 내다보고 임기 동안 최선을 다하겠다.
우선 장애인 배구의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겠다. 이를 위해 선수층을 늘리는데 힘을 모을 것이다. 등급분류에 대한 여러분들의 애로를 알고 있기에, 다양한 채널을 통해 국익에 도움이 되도록 시스템을 정비해나가겠다. 힘의 논리에 따라 전용구장을 가진 경기단체가 많은데, 대한장애인배구협회도 남부럽지 않은 전용경기장 하나 가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각종 사업을 추진함에 있어 시행착오가 따를 것이다. 재정적 지원도 많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여러 어려움이 있지만 제가 제일 앞에서 일하겠다. 배구 가족 여러분도 든든한 지원군이 돼 주실 것으로 믿는다. 애정 어린 마음으로 협회를 바라봐주시기 바란다. 선수 여러분이 기쁜 마음으로 경기장을 찾아오고, 재미있게 운동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가겠다.
△경력
- 現 광주역시 통합배구협회회장
- 現 민주평화통일 광주남구협의회 부회장
- 現 광주시 시정 자문위원
- 現 대한장애인배구협회 회장
- 現 대한장애인체육회 상임부회장
- 現 국무총리 자문위원
- 前 광주시체육회 이사
- 前 한국실업배구연맹 부회장
- 前 대한장애인배구협회 회장 직무대행
- 前 대한걷기협회 부회장
△수상
-대한장애인체육회장 공로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상
-대통령 표창
-광주아너소사이어티(106호)
-광주시민대상(체육 부문)
-민주평통의장(대통령) 표창
김인수 기자 joinus@gwangna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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